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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의 자연주의 캠핑

물 따라 마음 따라 행복으로 노 저어라

금강 상류 카약 캠핑…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체험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물 따라 마음 따라 행복으로 노 저어라

물 따라 마음 따라 행복으로 노 저어라

금강 물길이 방우리보에 가로막혀 호수처럼 잔잔해졌다.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데칼코마니처럼 아름답다.

소설가 김훈은 우리 시대 대표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쓴 여행에세이 ‘자전거 여행’의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그 말이 문득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길 위를 달리는 자전거가 아닌, 물 위를 떠가는 카약에서였다. 자전거를 카약으로, 길을 강으로 바꿨더니 그 말의 뜻과 느낌이 오히려 더 선연해졌다. ‘카약을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강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사실 자전거와 카약은 같은 속성을 지녔다. 전기나 디젤 같은 동력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탈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동질감이 느껴진다.

몸속으로 들어온 세상의 강



금강 상류에서의 카약 캠핑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께 여름 초교 6학년이던 작은아들과 함께 카약을 탔다. 처음이라 조금은 두려울 법도 했지만 일엽편주인 카약에 몸을 싣고 금강 물길 위를 떠가는 내내 의외로 마음이 편안했다. 강물 속도에 맞춰 느릿하게 흘러가는 동안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자연과의 강한 일체감도 맛봤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한배에 타고 고락을 같이해 우리 부자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좋았다. 장대처럼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서도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돌아보던 아들의 모습은 자못 감동적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절대적인 믿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번에는 오래전부터 “카약 한 번 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아내도 동참했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출발지는 전북 무주군 부남면 소재지 부근 부남체육공원으로 정해졌다. 카야킹(kayaking)의 안전관리와 코스 가이드는 김태완 씨가 맡았다. 금강 카약 캠핑코스를 개발한 그는 이미 수십 차례 수많은 팀을 직접 인솔한 카약 전문가다. 대전에 사는 김씨 일행은 전날 도착해 부남체육공원에서 캠핑을 즐겼다. 우리 가족은 약속시간인 오전 10시까지 도착하기 위해 새벽 5시쯤 집을 나섰다. 이날 카야킹에는 우리 세 식구와 가이드 둘을 포함해 모두 열한 명이 동참했다.

김씨는 모든 준비를 완벽히 갖추고 우리를 기다렸다. 인플레터블 카약의 공기 주입도 마무리됐고, 카약 도착지인 무주읍 후도교 아래에 자동차 한 대를 갖다놓는 일도 끝마친 상태였다. 그는 카약을 띄우기에 앞서 안전한 카야킹을 위한 기본 지식과 주의사항을 세세히 알려주며 시범까지 보였다.

“패들은 어깨보다 좀 넓게, 그리고 블레이드(날)가 긴 쪽을 위로 향하게 잡아야 합니다. 패들링(paddling·노 젓기)은 팔로만 하는 것이라고 다들 생각하겠지만, 사실 허리를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오랫동안 힘들지 않게 효율적으로 패들링할 수 있어요. 팔만 쓰면 얼마 못 가 지쳐버립니다. 웬만해선 그럴 일이 없지만, 만일 배가 뒤집힐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그냥 물속으로 들어가세요. 구명조끼를 착용해서 안전합니다. 금방 물 위로 다시 올라오게 됩니다.”

물 따라 마음 따라 행복으로 노 저어라

1 물살이 빠르고 거센 여울에 들어선 카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2 고요한 강물 위에 뜬 카약에서 즐기는 짧은 휴식은 꿀맛처럼 달콤하다. 3 일곱 살짜리 아이가 엄마와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큼 카약은 안전하다.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들

모두 7척의 카약에 올라탄 우리 일행은 출발 지점의 얕은 수면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올바른 패들링 법을 숙지했다. 이미 한 번 카약을 타본 작은아들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처음 타는 아내와 콩깍지 낀 연인들도 걱정보다 적잖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일곱 살짜리 아들과 동승한 젊은 엄마는 약간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출발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우리 일행은 모두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이름 그대로 비단을 두른 듯 아름다운 금강 풍경이 고스란히 눈과 가슴으로 들어왔다. 자동차를 타거나 두 발로 걸어갈 때는 좀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땅에서는 이미 익숙하던 풍경도 물에서는 처음 보는 듯 새로웠다. 억겁의 세월 동안 흘러내린 강물이 만들어놓은 동굴과 은밀한 물가에서 줄지어 헤엄치는 흰뺨검둥오리 가족도 눈에 띄었다.

카약을 한 번이라도 타본 사람은 강물 흐름을 거스르거나 맞서지 말고 순응해야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느덧 우리 일행도 흐르는 강물처럼 유연해졌다. 물의 흐름이 호수처럼 잦아든 구간에서는 패들링을 멈춘 채 카약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물살이 빠르고 거친 여울에서는 환호성을 지르며 스릴을 즐기기도 했다.

물 따라 마음 따라 행복으로 노 저어라

무주읍 후도리 금강변과 무주읍내 사이에는 4개 코스 총 8.4km 길이의 ‘금강새맘길’이라는 멋진 트레킹 코스가 개설돼 있다(위). 7시간가량 카야킹을 마친 후 후도교 아래 얕은 강물에서 더위와 피로를 씻는 일행들.

이날 코스에서 거의 유일했던 난관은 콧구멍다리를 통과하는 일이었다. 콧구멍다리는 무주 남대천과 금강 본류 합류지점에서 1.3km 떨어진 하류에 가로놓인 소형 콘크리트다리다. 콧구멍 모양으로 숭숭 뚫린 수구(水口)가 워낙 좁은 데다 물살이 빨라서 잠깐만 방심해도 카약이 교각에 걸려 뒤집히고 만다. 아들과 처음 카약을 탔던 2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들과 아내가 함께 탄 2인승 카약이 이 구멍을 통과하지 못하고 전복했다. 이날 동행한 7척의 카약 가운데 4척이 콧구멍다리에 걸리거나 뒤집혔다. 그 와중에 ‘젊은 엄마’는 스마트폰까지 잃어버렸다.

스릴 만점, 방심은 금물

그런 수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별로 위축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힘차게 패들링을 시작했다. 콧구멍다리에서 1km가량 떨어진 하류부터는 강물의 흐름이 눈에 띄게 느릿해졌다. 수심도 점차 깊어졌다. 이윽고 흐름을 멈춘 강물은 커다란 거울로 바뀌어 강 주변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도도히 흐르던 금강 물길이 방우리보(洑)에 가로막힌 탓이다. 이 보는 방우리 소수력발전소와 농원마을 전답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카약을 탄 채 보를 넘어갈 방법은 없다. 두어 사람이 카약을 들어 보 아래로 조심스럽게 내렸다. 보를 지나면서부터 금강 수량이 크게 줄었다. 강이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방우리보에 가로막힌 데다 오랫동안 큰비가 오지 않은 탓이었다.

보에서 후도교까지 4km 구간은 카약을 타는 시간보다 끌고가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뙤약볕 아래 한 손으로 카약을 끌면서 울퉁불퉁한 강바닥을 걷는 일은 적잖이 힘겨웠다. 마침내 후도교 아래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했다. 긴장마저 풀려 서 있기도 힘들었다. 얕은 물속에 누워 노을 진 하늘을 한동안 바라봤다. 어느새 힘겨웠던 기억은 눈 녹듯 사라지고, 강물의 상쾌함과 즐거운 기억들이 온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여행정보

● 금강에서의 카약 캠핑

물 따라 마음 따라 행복으로 노 저어라

카약 출발지로도 좋고 금강 카약 캠핑의 베이스캠프로도 유용한 부남체육공원.

전북 무주군 부남면 소재지 근처 금강변에 자리한 부남체육공원은 캠핑뿐 아니라 카약 출발지로도 좋다. 정식 캠핑장은 아니지만 화장실, 급수대, 주차장, 잔디밭 등이 잘 갖춰져 있고 주변 경관도 좋아 주말과 휴일이면 형형색색 텐트들로 가득 찬다.

1박 2일 일정으로 카약을 탈 때는 무주읍 내도리 후도교 아래 금강 둔치가 캠핑사이트로 제격이다.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땅이 평평하고, 강물과 가까워 카약을 끌어 올리기도 편하다. 관리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간이 화장실도 있다. 식수는 미리 충분히 챙겨가야 한다.

부남체육공원에서 후도교까지 카야킹 코스는 총 25km쯤 된다. 즐겁고 안전하게 카야킹을 즐기려면 코스가이드의 지시와 안내를 잘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약과 캠핑 용품 전문매장도 운영하는 코스가이드 김태완 씨(010-8793-0348)가 카약 장비도 대여해준다. 카약 체험 일정은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펀킹(cafe.naver.com/nosukroad)에서 확인할 수 있다.

카약을 탈 때는 위아래 모두 긴 옷을 착용해야 햇빛에 의한 화상을 막을 수 있다. 신발은 물 빠짐이 좋은 아쿠아슈즈가 안성맞춤이고, 반드시 챙 넓은 모자와 여름용 등산장갑도 챙겨야 한다. 카약에 싣는 짐과 휴대전화는 방수팩이나 비닐봉지에 넣어 물에 젖지 않게 한다. 카야킹을 하면서 마실 물과 칼로리 높은 간식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 숙식

부남체육공원에서 7~8km 떨어진 부남면 굴암리에 푸른강가애(愛)펜션(063-324-9115), 해비치펜션(063-322-9440), 라이브풍경펜션(010-7721-9800) 등이 있다. 무주읍 후도리 마을회관(부녀회장 010-8547-1365)에서는 30명 이상 단체 숙박도 가능하고, 무주읍내에는 덕화리버사이트모텔(063-322-6900), 무주아이리스모텔(063-324-3400) 등이 있다.

무주읍내와 후도리를 잇는 앞섬다리 근처에 섬마을식당(063-322-2799), 큰손식당(063-322-3605), 강나루(063-324-2898) 등 민물요리 전문점이 서로 이웃해 있다. 모두 어죽, 쏘가리탕, 다슬기국, 도리뱅뱅이, 징거미(민물새우)튀김 등을 내놓는다. 무주읍내의 금강식당(063-322-0979)은 무주를 대표하는 어죽집이고, 369식당(063-322-2330)은 오징어두루치기와 비빔국수가 맛있기로 소문난 실내 포장마차다. 무주시장에 자리한 매일왕순대집(063-322-2171)은 직접 만든 전라도식 피순대 맛이 일품이다.

● 가는 길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금산IC(우회전, 금산 방면)→중도 오거리(좌회전, 무주 방면)→황풍교 삼거리(우회전, 남일 방면)→남일면 소재지→신천 삼거리(좌회전, 진안 용담 방면)→홍도 삼거리(좌회전, 무주 부남 방면)→부남체육공원



주간동아 2014.07.21 947호 (p52~54)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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