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7

2014.07.21

‘권은희 후폭풍’ 수도권 민심 흔드나

재보선 승패 가를 5大 변수…朴 정부 2기 내각 출범도 영향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jcbae@randr.co.kr

    입력2014-07-21 10: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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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의 연속이다. 6·4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7·30 재·보궐선거(재보선)가 유권자를 기다리고 있다. 재보선은 후보자 등이 선거 과정에서 법을 위반했거나, 선출직 공직자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그 자리를 던질 경우 치른다. 전국 15곳에서 재보선을 치르기 위해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50억 원에 이른다. 재보선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지만, 재보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컸다.

    재보선은 박근혜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 등 국회에 입성한 ‘거물 신인’의 등용문이었다. 전국적인 선거는 아니지만 단기간에 모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당선할 경우 초선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전대)에서 치열한 공방을 펼친 김무성, 서청원 두 의원 역시 재보선을 통해 국회로 돌아왔다. 대선주자였던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와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도 재보선 출신.

    여기에 6·4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한 여야는 이번 재보선에서 리턴매치를 펼쳐야 한다.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최소 4석(현재 147석), 새정치연합은 최소 5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본격적인 재보선 대응체제로 전환했다. 7월 1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7·30 재보선의 승패를 가를 5대 변수를 들여다봤다.

    1 김무성 vs 손학규 대결 구도

    7·14 새누리당 전대는 재보선의 중대 변수 중 하나다. 전대가 새누리당 지지층을 재보선까지 결집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의원의 대표 최고위원 당선은 그만큼 국민의 개혁 요구가 반영된 표심이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김 대표의 탄생은 중도층을 포함한 일반 국민 여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새누리당 지지층의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컨벤션효과(큰 이벤트를 통해 특정 집단의 결집 정도가 높아지는 현상)를 누리는 것이다. 게다가 TK(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주자 없이 치른 전대에서 PK(부산·경남) 출신 당대표와 3위 최고위원(김태호)을 배출한 것은 새누리당의 지역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한 결과로 보인다.

    ‘권은희 후폭풍’ 수도권 민심 흔드나

    7·30 재·보궐선거에서 대결 구도를 형성한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수원병).

    지난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득표율 50.7%, 무소속 오거돈 후보 49.3%)할 만큼 PK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낮았지만(그래프1 참조), 이런 상황에서 전대를 통해 새누리당 지지층을 결집하고 PK 출신 지도부를 배출한 것은 의미가 크다. 조직력이 중요한 재보선에서 지지층 결집은 후보자에게는 천군만마 그 이상이다.

    전대에서 갓 당선한 김 대표는 7·30 재보선 결과를 책임지지는 않겠지만, 재보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처지다. 새정치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재보선 승부처인 ‘수원벨트’(수원을, 병, 정) 선거를 이끌고 있는 만큼 ‘67세 손학규 vs 63세 김무성’ 전선이 형성될 공산이 크다. 재보선이 차기 대권주자 간 대결구도로 흐를 수도 있다.

    그러나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새누리당 전대에서 나타난 김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의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고, 김 대표의 차기 대권에 대한 욕구와 이로 인해 대통령에 대한 견제 심리가 표출될 경우 보수층의 투표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7월 16일 새누리당 신임 당 지도부와 오찬회동을 하고, 김 대표와 5분간 독대한 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권은희 후폭풍’ 수도권 민심 흔드나
    2 권은희 전략공천 부정적 기류

    ‘권은희 후폭풍’ 수도권 민심 흔드나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후보.

    한때 여의도 정가에선 “7·30 재보선은 ‘공천만 잘하면’ 야당이 압승해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였다. 세월호 참사와 국무총리 인사 파동, 박 대통령의 지지율 40%대 하락 등으로 역대 재보선 중 야권이 가장 유리한 여건이 형성됐다는 말이 야당에서 나왔다.

    하지만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 선거구에 전략공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당내 경선 참여를 위해 광산을 예비후보로 등록한 천정배 전 의원의 경선 배제 소식에 호남향우회가 들끓었고, 이미 광주 수완동에 선거사무소를 개소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개소식 다음 날 돌연 서울 동작을로 전략공천됐다. 동작을 출마를 준비하던 안철수 공동대표의 측근 금태섭 전 대변인은 대변인직을 사퇴했고 수원 출마 종용에도 거부 의사를 밝혀 ‘개혁공천’은 꼬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당내 486의원 등 31명의 의원이 국민참여형 경선 등을 통한 개혁공천을 요구했고, 정세균 의원은 “원칙 없는 공천”이라고 지도부를 쏘아붙이며 공천 논란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을 연출했다.

    결국 ‘새 정치’ 바람을 기대했던 민심은 싸늘해졌고, 호남과 서울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그래프2 참조). 반대로 여당은 권 전 과장의 공천은 ‘거짓 폭로에 대한 대가 공천’ ‘대선 불복’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전략공천의 부정적 기류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수원벨트’ 동반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손학규 후보(수원병)에게는 큰 부담이다. 수도권에서도 ‘권은희 후폭풍’이 불면서, 손 후보 역시 지역 기반이 없는 수원에 전략공천됐다는 비판이 꿈틀대기 때문. ‘광주발(發) 공천 불똥’이 수도권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의원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뒤 치른 7·28 재보선도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야당에게 유리한 여건이었지만 결과에선 졌다(민주당 3곳, 한나라당 5곳 당선)”며 “당시에도 전략공천이 문제가 됐고, 결국 정세균 대표는 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는데 7·28 재보선에 대한 ‘불편한 기억’이 되살아날까 내심 걱정”이라고 말했다.

    3 휴가철 투표율, 시의원 살인교사 혐의

    ‘권은희 후폭풍’ 수도권 민심 흔드나
    이번 재보선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낮은 투표율이다. 재보선의 평균 투표율은 30%대. 특히 여름휴가철인 7월 재보선은 30%대 중반 투표율을 넘지 못했다. 2006년 7·26 재보선 투표율은 24.8%, 2010년 7·28 재보선은 34.07%였다. 두 선거 모두 2030 투표율이 매우 낮았고, 40대 이상 투표자가 대부분이었다. 전국적인 선거에 비해 50대 이상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선거가 재보선이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보수층 결집에 유리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승리했다. 물론 ‘선거의 여왕’(박근혜 대통령)이 있었지만 1998~2007년 진보 집권 시기에 한나라당이 줄곧 재보선에서 강세를 보인 근본 이유이기도 하다.

    투표율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최근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 수사도 새정치연합을 긴장케 한다. 60대 재력가인 피해자 송모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하나씩 드러나고, 김 의원에 대한 추가 증거 확보 소식이 속보로 전해지면서 새정치연합은 자칫 선거에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운다. 새정치연합은 김 의원이 탈당계를 제출하자, 6월 27일 당 윤리위원회를 열어 탈당계를 추인하고 ‘향후 무죄 확정이 되지 않는 한 복당을 불허한다’고 의결하는 등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4 야권 단일화 딜레마

    ‘권은희 후폭풍’ 수도권 민심 흔드나

    공천 탈락에 항의하며 농성 중인 새정치민주연합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7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 에 앞서 항의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도 무시할 수 없다.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이 통합하기 전까지 ‘3당 후보 야권필패론’은 지방선거 판세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개념이었다. 이번 재보선도 마찬가지다. 인지도가 높은 제2 야권 후보가 출사표를 던짐으로써 야권 표 분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 동작을과 수원정(영통)의 경우,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전남 장성 출신)과 박광온 대변인(전남 해남 출신)은 지역 연고가 없고 여당 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반면, 제2 야권(정의당) 후보인 노회찬 전 대표와 천호선 대표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다(그래프3 참조). 투표율이 낮고 새누리당의 조직력이 강세를 보이는 선거 특성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은 “야권연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승패를 떠나서도 야권연대를 극복해야 되는 것 아닌가”(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라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지만, 손학규 상임고문과 486의원을 중심으로 야권연대 필요성, 더 나아가 정의당과의 합당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야권연대를 버리기도 쉽지 않다. 새정치연합 일각은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오는 7월 21일 전에 후보 단일화를 끝내야 사퇴한 후보에게 투표해 무효표가 양산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며 단일화를 재촉하고 있다.

    5 대통령 지지율 향방

    대통령 지지율도 살펴봐야 한다. 6·4 지방선거와 마찬가지로 여당의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은 재보선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또 전국 15곳에서 치르는 ‘미니 총선’인 만큼 7·30 재보선은 지방정치를 넘어 중앙정치 대결 구도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대통령이 장관 인사문제를 봉합하고 국정 수행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면, 분명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정치권 예상과 달리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카드를 버린 것도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 인사문제로 지방선거에서 야권 지지로 돌아섰던 유권자 중에는 대통령의 견고한 지지기반이던 50대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따라서 연령대가 높은 투표자가 많다고 반드시 새누리당 후보의 득표율이 높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7월 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했을 때 올랐던 대통령 지지율이 장관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하락했듯, 남은 선거일까지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어떻게 비치는지도 선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제대로 된 국민의 대표를 뽑아야 하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유권자의 ‘신(神)의 한 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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