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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김광현, 콕 찍었다”

메이저리그 6~7개팀 스카우터 등판마다 관전…제2 류현진 점점 현실화

  •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우린 김광현, 콕 찍었다”

“우린 김광현, 콕 찍었다”

6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왼쪽). SK 와이번스 투수 김광현.

1994년 미국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97년 14승8패를 거두며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올라섰다. 팬은 열광했고 야구인은 기뻐했다. 그전까지 메이저리그는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꿈의 무대로 여겨졌다. 그곳에서 한국인 투수가 시속 157km 빠른 공으로 AFKN (American Forces Korea Network) 중계나 외신기사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빅리그 슈퍼스타를 삼진으로 잡는 모습은 큰 울림과 감동이었다.

박찬호의 활약은 야구계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큰 바람을 일으켰다. 1990년대 중반까지 메이저리그는 아시아 선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박찬호와 노모 히데오의 빼어난 피칭을 보며 한국과 일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이미 스타가 된 대형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일본보다 야구 시장이 작은 한국은 고교나 대학 유망주를 상대로 스카우트 경쟁이 시작됐다.

그 결과 서재응, 김병현, 김선우, 조진호, 최희섭, 백차승, 봉중근, 송승준, 류제국 등 수많은 선수가 태평양을 건넜다. 특급 유망주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최근까지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대형 신인들이 사라지면서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프로야구는 여러 측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한국 최고의 에이스 투수



그리고 2013년 한국 선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2012년 류현진이 2574만 달러의 이적료를 한화에 안기고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당시는 거품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계약으로 꼽힌다. 첫 해 14승 8패, 방어율 3.00으로 활약한 류현진은 올해 7월 2일까지 9승4패, 방어율 3.12로 내셔널리그 최강으로 꼽히는 LA 다저스 선발진에서 핵심 전력이다. 20여 년 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한국에도 유망주가 많다’는 인식을 심었다면 류현진은 ‘한국 최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달했다.

2013시즌 윤석민은 3승6패7세이브, 방어율 4.00으로 크게 부진했지만 그동안 쌓은 커리어를 바탕으로 볼티모어와 계약(2015시즌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 보장)했다. 류현진이 없었다면 이처럼 후한 대접을 받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이제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시선은 류현진보다 한 살 연하인 27세 김광현(SK)으로 향하고 있다. 김광현은 2012년 어깨 부상으로 주춤했지만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투수다. 2009년엔 류현진과 라이벌 구도로 리그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강력한 직구는 류현진보다 한 단계 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140km 초반 고속 슬라이더도 리그 정상급이었다.

2013년까지 7년 동안 김광현은 2점대 이하 방어율을 3시즌 기록했다. 류현진은 7시즌 동안 4차례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와 LA 에인절스, 텍사스 레인저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카고 컵스의 스카우터들이 국내 구장에서 직접 김광현의 투구를 꼼꼼히 지켜보고 있다. 7월 9일 현재까지 성적은 8승 6패.

“우린 김광현, 콕 찍었다”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제2의 류현진이 될 수 있을까.

첫 번째 관문은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2016 인천아시안게임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군 엔트리에 145일 이상 등록돼 7시즌을 치르면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 자격을 준다. 김광현은 2009년 타구에 공을 맞고 손등 부상을 당했고 이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시즌을 채우지 못한 해가 있었다. 등록일수는 모두 합산해 계산된다. 올해 프로 8시즌을 치르는 김광현은 시즌 말까지 1군에 계속 머물러도 등록일수가 8일 모자란다.

2015년을 뛰어야 해외 진출 자격이 생기지만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상할 경우 대표팀 소집 기간을 등록일수로 대체해주는 혜택을 받아 7시즌을 채우게 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관문은 SK의 동의와 메이저리그 구단이 류현진처럼 보장 계약을 제시하느냐다. SK는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류현진의 선례가 있기 때문에 김광현이 강력히 해외 진출을 원할 경우 적극적인 지원을 선택할 개연성이 높다. 특히 한국에서 우승 경험이 없던 류현진과 달리 김광현은 SK 전성기의 중심에서 3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포스팅 금액 2000만 달러 예상

관건은 포스팅 금액이다. 팀 에이스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이 보장돼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현장에서는 2000만 달러를 기준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는 선수 노동조합의 강력한 요구로 메이저리그와 선수 계약협정을 개정했다. 포스팅 금액 최대한도를 2000만 달러로 묶고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복수의 팀과 선수가 협상할 수 있게 했다. 첫 수혜자는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메이저리그는 협정 개정 계획이 전혀 없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 처지에서는 일본과 달리 독점 협상권을 따낼 수 있는 한국 투수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만약 2000만 달러 선의 포스팅 금액이 확정되면 연봉을 제외하고도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선수가 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빅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25인 엔트리 보장 계약도 수월해진다. 류현진은 계약 과정에서 25인 로스터뿐 아니라 선발 자리도 약속받았다.

김광현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6~7개 팀의 메이저리그 스타우터가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조급함이 보이지 않는다.

“동료들과 함께 시즌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로 주목받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고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아시안게임 등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 길다. 메이저리그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동경했던 곳이다. 양키스 스카우터도 국내에 왔다고 들었는데 그렇다고 마음에 크게 와 닿는 건 없다. 어릴 때는 박찬호 선배가 있던 다저스를 응원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많은 야구선수가 꿈꾸는 메이저리그 도전도 해보고 싶다. 지금은 매 경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4.07.14 946호 (p60~61)

이경호 스포츠동아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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