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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대학가에 결핵 습격 사건

20대 면역력 저하로 결핵전염환자 급증…평소 건강관리가 예방 최선책

  • 변지민 과학동아 기자 here@donga.com

대학가에 결핵 습격 사건

대학가에 결핵 습격 사건

서울 영등포역전파출소 뒤 주차장에서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2013년 하반기 무료 결핵검진’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가에 퍼지는 결핵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부산대에서 재학생 14명이 결핵에 감염됐고, 서울과학기술대에서도 9명이 결핵 진단을 받았다. 재학생이 1만 명인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는 지난 1년간 결핵환자가 21명이나 발생해 일반적인 인구 대비 결핵 발생률(1만 명당 7.8명)의 3배에 이르렀다. 면역력이 가장 좋아야 할 20대 학생이 중·장년층보다 쉽게 결핵에 걸리는 상황이다.

결핵은 결핵균이 몸속에 들어와 생기는 전염병이다. 결핵환자의 기침, 콧물, 가래에 섞인 균이 공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퍼진다. 결핵균이 폐에 침투하면 정상 조직을 파괴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결핵의 약 85%는 폐결핵이지만, 이외에도 우리 몸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동안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낫는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 있다.

결핵은 전염병 관리가 잘 안 되고 보건의료 시스템이 후진적인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에서 많이 발병한다. 이러다 보니 대표적인 ‘후진국 전염병’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1위인 우리나라로서는 결코 반가운 별명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 결핵퇴치운동을 대대적으로 시작한 후 2000년대 초반까지 환자 수가 계속 줄어드는 듯했으나 2005년부터 다시 늘어나고 있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젊은 환자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무리한 다이어트와 학업 및취업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죠.”

유효순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연구사의 말이다. 그는 젊은 층의 면역력 저하가 결핵이 유행하는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요즘 10, 20대는 마른 체형을 가지려고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하잖아요. 몸에 결핵균이 들어왔을 때 면역력이 강하면 별문제가 없지만 과로와 스트레스, 다이어트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면 결핵이 쉽게 발병합니다. 특히 대학생의 경우 잠과 운동이 부족한 상태에서 강의실이나 기숙사처럼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으니 결핵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이어트와 학업·취업 스트레스 큰 영향

대학가에 결핵 습격 사건

대한결핵협회 원스톱 결핵검진팀이 청주교육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결핵검진을 하고 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직장인도 결핵에 취약하다. 취업 스트레스 또는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인 데다,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사람을 활발히 접촉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8월 발간한 ‘2012 결핵환자신고현황 연보’를 보면 25~29세의 결핵 발병률이 54세 이하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55세 이상 장·노년층이 노화로 자연스레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층의 결핵 발병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유효순 연구사는 “일상적으로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생후 1개월 이내 갓난아기는 BCG(일명 ‘불주사’)를 접종하면 결핵을 예방할 수 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결핵 예방접종은 현재 없다. 신생아 때 접종했더라도 20세가 넘으면 예방 효과가 사라진다.

따라서 다소 식상한 처방이지만, 식사와 운동을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생활해 면역력을 유지하는 방법밖에 없다. 환기를 자주 하고 햇볕을 잘 쪼이는 것도 결핵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결핵균이 사람 몸에서 활동하려면 농도가 중요한데, 환기를 자주 해 실내에 있는 결핵균을 줄인다면 발병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태양 자외선은 살균에 도움이 된다.

최악의 경우 ‘슈퍼결핵’으로 발전

혹여 결핵에 걸린다 해도 초기에 발견하면 약 복용만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단, 치료를 시작하면 제대로 받아야 한다. 결핵이 완치되지도 않았는데 증상이 사라졌다고 마음대로 약을 줄이면 ‘다제내성 결핵’에 걸리기 딱 좋다. 결핵은 ‘아이나’와 ‘리팜피신’이라는 두 가지 항생제로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는데,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 결핵균’이 등장한다.

이 경우 차선책으로 다른 항생제를 조합해 쓸 수 있지만 치료 성공률이 50%밖에 되지 않는다. 치료 시간과 비용, 부작용은 몇 배가 된다. 최악의 경우 다른 항생제에까지 추가로 내성을 갖는 ‘광범위 다제내성 결핵’(슈퍼결핵)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집계되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는 한 해 약 1000명으로, 전체 결핵환자의 2.5% 수준이다(세계 평균 3.7%). 세계적으로 다제내성 결핵환자가 늘면서 결핵 퇴치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실 현대의학에서 결핵 치료는 내성과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핵에 의한 사망자 중 대부분이 내성 상태가 돼 더는 치료제가 없어 숨을 거둔다. 최근 정부가 다제내성 결핵 또는 슈퍼결핵 환자가 발견되면 무조건 강제 격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결핵에 걸리면 귀찮더라도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 그것이 다른 이를 위한 배려이자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결핵 Q&A

Q. 결핵은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다?

A. 맞다. 특히 폐결핵환자 중 70~80%가 호흡기 관련 증상을 보이지만, 감기 등 기타 질환과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 폐결핵의 대표적인 증상은 △2~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과 가래 △만성피로와 빈혈 및 식욕 부진 △기침이나 가래에 섞여 나오는 피 등이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에 가서 검진받는 것이 좋다.

Q. 결핵환자와 손을 잡거나 키스하면 위험하다?

A. 아니다. 결핵은 신체 접촉이나 타액으로 전염되지 않는다. 결핵환자가 기침을 했을 때, 또는 결핵환자와 대화할 때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침구, 수건, 식기 등을 따로 쓰거나 소독할 필요는 없다.

Q. 결핵 치료 중인 사람은 격리해야 한다?

A. 아니다. 결핵약을 복용한 뒤 2주가 지나면 전염성은 사라진다. 이때부터는 일반인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다. 또 전염성 있는 폐결핵환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이 결핵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전염성 있는 폐결핵환자와 가까이 접촉한 사람의 25~30%가 결핵균에 감염되며, 감염된 사람 중 10%만 발병한다.

대학가에 결핵 습격 사건
Q. 한 번 결핵에 걸린 사람은 다시 걸리지 않는다?

A. 아니다. 결핵은 다시 걸릴 수 있다. 젊었을 때 결핵에 걸렸던 사람이라도 나이가 많아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Q. 결핵은 첫 치료가 중요하다?

A. 맞다. 결핵약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용법에 따라 성실하게 6개월 동안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결핵약을 띄엄띄엄 복용하거나 용량을 지키지 않고 먹으면 내성균이 생긴다. 이때는 2차 약을 1년 6개월 동안 복용해야 한다. 2차 약은 값도 비싸고 치료 효과도 낮으며 부작용도 심하다. 3차 약은 없기 때문에 2차 약으로 치료가 안 되면 더는 방법이 없다.

Q. 다시 결핵에 걸린 사람은 내성균 때문에 위험하다?

A. 아니다. 성실하게 결핵약을 먹어 완치된 사람은 다시 감염된다 해도 내성균의 위험이 크지 않다. 똑같이 결핵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14.06.09 941호 (p72~73)

변지민 과학동아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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