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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세월호가 덮친 정치 어디로 01

‘선거 이슈’가 다 쓸려갔다

6·4 지방선거 판도 ‘시계 제로’…선거운동도 조심스러워 투표율이 최대 관건

  •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선거 이슈’가 다 쓸려갔다

‘선거 이슈’가 다 쓸려갔다

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등 진상 규명은 사고 수습 후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왼쪽 사진). 헌정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직을 맡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 이완구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 6·4 지방 선거에서 창과 방패의 대결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하자 많은 정치 전문가는 보수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승리를 조심스레 점쳤다. 안보가 강조되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야당의 신승으로 끝이 났다. 야당이 ‘전쟁 vs 평화’란 프레임을 세워 북풍(北風)을 효과적으로 차단했을 뿐 아니라, 천안함 폭침 사건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집권 여당의 태도에 여론의 역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해난 사고인 세월호 참사가 6·4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발생하면서 선거 판도는 ‘시계 제로’ 상태에 접어들었다. 세월호 참사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그동안 제기되던 ‘박근혜 정부 견제론’ ‘지방정부 심판론’ 등 각종 선거 프레임은 무의미하게 됐다.

대형 악재에 여당 지지율 하락

‘선거 이슈’가 다 쓸려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4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로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사과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선거 판세나 전략을 내놓기를 꺼려 한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권이 질타를 받는 상황에서 자칫 ‘세월호 참사를 선거 유불리 차원으로 접근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가적으로 애도하는 상황에서는 사고 수습을 다하는 것이 정치권 본분”이라며 “지방선거에 대해선 공천 작업을 빼고 평가나 판세 분석을 전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가 집권 여당에게는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이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안전 관련 쇄신책과 후속 인사가 선거에서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으면 반전 기회를 잡겠지만, 생색내기 식에 그친다면 더 큰 여론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세월호 참사 이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은 수도권 등 접전 지역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5월 4~5일 ‘중앙일보’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몽준 예비후보와 박원순 시장의 지지율은 각각 39.2%, 45.6%로 격차는 6.4%p였다. 3월 15일 조사 때 박 시장이 0.4%p 앞선 것에 비하면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인천시장은 새누리당 후보와 송영길 시장의 박빙 구도고, 넉넉히 앞섰던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이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를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은 난국을 정면 돌파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비록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권에서 이탈한 지지층이 새정치민주연합 쪽으로 가지 않고 부동층, 무당파로 옮겨가고 있다. 안전 관련 입법을 지연하고 정치인의 말실수가 이어지면서 특정 정당 문제라기보다 정치권 전반의 잘못이란 여론의 인식이 강한 상황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향후 사고 수습과 대안 마련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하락한 지지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새누리당은 5월 8일 이완구 신임 원내대표 체제가 시작된 만큼 빠른 시일 안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도 띄울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안전 관련 쇄신책과 후속 인사를 내놓으면 새누리당도 집권 여당 위치에서 안전 관련 대책을 내놓아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선대위 산하에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안전 대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국가 개조작업을 집권 여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도 역풍 우려 몸 낮춰

세월호 참사 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넘다 보니 새누리당 내부에는 ‘박심(朴心)’에 기대 선거를 치르려는 기류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을 부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권영진(대구), 원희룡(제주), 남경필과 정병국(경기) 등 50대 초·중반 광역단체장 후보를 앞세워 개혁 이미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실종자 구조와 사태 수습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고 정부 책임을 묻는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국정조사를 비롯해 특검, 청문회, 범국가적 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며 정부와 새누리당을 압박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집중 부각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대안 정당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당내 여객선 침몰 사고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진상 규명과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박근혜 정부 심판론’을 꺼내는 것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 기조는 이어가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하고 있다. 실제 지난주부터 연일 박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론을 거론하던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박 대통령을 언급하는 대신 진상 규명 방안과 장기적 대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정부 책임론 못지않게 야당의 구실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비등한 상황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 보수층 결집은 물론,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주 이상 선거운동이 중단되면서 인지도를 앞세운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투표율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세월호 참사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선거는 아예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2002년에도 월드컵 열기에 밀려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지방선거일은 유례없는 황금연휴(6월 4, 6~8일)의 출발점인 탓에 야당 지지층인 20, 30대 젊은이의 투표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민의 관심에 선거는 아예 없다. 2002년보다 더 낮아질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제

‘선거 이슈’가 다 쓸려갔다

2002년 6월 13일 지방선거 투표소 모습. 월드컵 여파로 투표율이 극히 저조했다.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지지 세력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오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고정 지지층이 두터운 새누리당에게 유리하리란 관측이 많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국 단위로는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5월 7일 이찬열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사전투표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전투표 준비위원회는 △중앙선관위의 사전투표소 확대 설치 요구 △각 지역 선관위의 사전투표 홍보캠페인 시행 요구 △사전투표일에 맞춘 당 홍보 방안 수립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광주시장과 안산시장 후보 전략공천으로 빚은 당내 혼란을 빨리 수습하는 것도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면한 과제다.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거듭 자숙과 반성을 얘기했지만, 전략공천을 둘러싸고 후보자들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면서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아무리 외부 여건이 좋아도 내부에서 자중지란 모습을 보이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주간동아 2014.05.12 937호 (p10~12)

손영일 동아일보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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