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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즐거움

‘체 게바라’가 즐겨 라운드 했던 아바나G.C.

  • 조주청 골프칼럼니스트

‘체 게바라’가 즐겨 라운드 했던 아바나G.C.

‘체 게바라’가 즐겨 라운드 했던 아바나G.C.

아바나G.C.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1950년대 미국제 잔디 깎기 기계로 그린을 밀어보지만 스팀미터(그린 빠르기 단위)는 7피트 정도밖에 안 된다. 스팀미터는 측정기를 눕힌 상태에서 공을 놓아 얼마나 굴러가는지를 측정하는 지수다. 스팀미터가 10.5피트 정도면 유리알 그린이고, 일반적으로 8.5피트를 넘어서면 빠른 편에 속한다.

1959년 부패한 우익 바티스타 정권을 쓰러뜨리고 체 게바라를 대동한 카스트로가 쿠바 아바나에 입성, 좌익 혁명의 성공을 선언한다. 당시 소련을 등에 업은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는 미국 코앞에서 큰소리를 뻥뻥 쳤다. 그러다 90년대 초 소련이 해체되자 카스트로 정권은 사면초가, 옴짝달싹 못 한 채 미국 봉쇄에 사지가 묶였다.

쿠바의 궁핍은 눈뜨고 못 볼 지경이다. 그 아름답고 풍요롭던 올드 아바나의 건물은 삭아서 주저앉았고, 길바닥은 패여 요철 연속이며, 50년이 넘은 고물차는 굴러다니는 게 신기할 정도다. 뒷골목엔 낮이고 밤이고 창녀가 호객행위를 한다.

‘체 게바라’가 즐겨 라운드 했던 아바나G.C.

아바나G.C.를 안내하는 표지판(위). 골프 코스 안에 있는 독특한 거리목.

이 나라에도 골프 코스가 두 개 있다. 아바나G.C.는 시내 변두리에 자리 잡은 9홀짜리 코스다. 버뮤다그래스 페어웨이에 야자수가 너울너울 춤추는, 그런 대로 정돈된 코스다. 캐나다 등 몇몇 나라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이 주 고객으로, 달러 한 푼이 아쉬운 이 나라에 많지는 않지만 외화벌이 창구 가운데 하나다.

클럽하우스 이름은 ‘19번홀’이다. 아바나에 하나뿐인 이 골프 코스는 바티스타 정권 때 조성한 것으로, 좌익 혁명가들은 부르주아의 상징이라는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남겨둬야 한다며 골프 코스를 갈아엎지 않았다.

우익 반혁명 분자를 수없이 처형한 체 게바라는 피 묻은 손으로 이 코스에서 틈만 나면 스윙을 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초점을 맞춰도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숲 속으로 도망가기는커녕 떳떳하게 라운드를 했다. 골프의 즐거움을 마다할 이가 있을까.



주간동아 2014.04.28 935호 (p62~62)

조주청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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