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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이 ‘통일 대박’하니 북한은 위협으로 느껴 반발”

박철언 前 정무장관 “北에 활로 열어주고 美·中과는 담판해야”

  • 배수강 기자 bsk@donga.cpom

“대통령이 ‘통일 대박’하니 북한은 위협으로 느껴 반발”

“대통령이 ‘통일 대박’하니 북한은 위협으로 느껴 반발”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50여 일이 지났지만, 정부의 ‘통일 대박론’은 제자리걸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의 상징’인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북(對北) 인도적 지원을 담아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의 연쇄 미사일 발사로 포연과 함께 사라지는 느낌이다. 경기 파주시와 인천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정찰기가 북한제로 확인됐고, 급기야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현 조선(북한) 정세가 엄중하다. 오직 총대로 최후 승리하고 미국의 적대정책을 짓부숴버릴 것”(4월 1일 조선인민군 연합부대지휘관 결의대회 연설)이라고 밝히면서 4월 한반도 정세는 기대와 달리 통일과는 반대로 향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박철언 전 정무장관은 “현재 한반도 정세는 국지도발 전쟁 위험을 안은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라면서 “박근혜 정부는 애매모호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 벗어나 북한의 활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미국, 중국과 담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 전 장관은 1985년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별보좌관으로 남북비밀회담을 주도하는 등 5, 6공 두 정부에서 모두 42차례 남북비밀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한 인물.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남북 유엔 동시 가입 등을 주도해 체제 우위적 남북 대립 관계를 상호교류를 통한 선의의 동반자 관계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이산가족 상봉과 ‘드레스덴 선언’으로 훈풍을 기대했는데 현재는 삭풍이 부는 모습이다.

“그렇다. 지금 한반도는 국지도발이라는 전쟁 위험이 우려되는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라 본다. 이럴 때는 어정쩡한 대북 강경책으론 안 된다. 통 크게, 근본적으로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



‘통 크게 근본적 해결책 제시를’

▼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면.

“생각해보라.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8년 7·7 특별선언을 내놓았다. 우리가 북한 우방인 중국, 소련 등과 외교관계를 맺고, 북한이 미국, 일본 등과 외교관계를 맺는 것을 지원하며, 국제관계에서 남북이 과당경쟁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내가 비밀대화에 나섰고 수석대표도 했다. 이후 남북기본합의서를 채택했고, 92년에는 비핵화 공동선언도 이끌었다. (남북관계는) 잘 나갔다. 노태우 정부 5년간 39개국과 외교관계도 맺었다. 그런데 어떻게 됐나. 전두환 정권 때인 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북한은 93년 3월 탈퇴했다. YS(김영삼) 정권의 대북정책은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그러니 북한도 ‘남한 정권 믿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 아닌가. 그 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일방적 퍼주기를, 이명박 정부 5년은 어정쩡한 대북 강경책을 폈다. (핵 폐기하고 개방하면 북한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까지 올릴 수 있도록 경제 지원하겠다는) 비핵·개방 3000인가 하는, 대통령선거 때 보수 결집용으로 사용하던 것을 대학교수 얘기만 듣고 하다 허송세월을 한 거다. 근본 해결책은 아니었다. 우리는 북한 붕괴를 원치 않는다, 공존해서 평화통일을 하자 설득하고 미국, 중국과는 담판에 나서야 한다.”

▼ 어떤 담판에 나서야 하나.

“미국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하려고 한국, 일본, 호주, 베트남, 인도 등과 C자형 봉쇄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에게는 아시아에서 이러한 중국 포위 전략을 수정해 G2 체제를 인정하라고 설득해야 한다. 중국에게는 아시아에서 지도적 위치를 인정한다 하고, 통일이 중국 핵심 이익과 배치되지 않는 남북합의형 대북정책임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북한은 원유의 90%, 무역의 70%, 식량부족분의 2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데, 이런 중국이 맘먹고 조이면 지탱할 수 없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정도로 강하게 압박하지 않는다. 왜냐, 미국이 중국을 C자형으로 봉쇄하니 중국에게는 북한이 골치 아프긴 하지만 전략적 자산 아닌가. 중국에게는 미국의 G1 체제를 수정해 중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게 미국 측에 얘기하겠다고 설득하고, 그 대신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강력하게 설득하라는 거다.”

‘김정은 체제 인정 필요’

▼ 북한이 순순히 따르겠나.

“물론 북한에게는 새로운 활로를 제시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이 없어도 죽지 않겠구나’ 하고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북침 안 한다’고 약속하고 김정은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미국, 일본 등과 외교관계를 맺도록 도와야 한다. 이는 곧 평화협정이다. 그러고는 서방이 경제지원을 대폭 하게 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심리전, 삐라(전단)살포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큰 실익 없이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대북 삐라 살포 등 심리전을 해서 도움될 게 없다. 북한의 코털을 뽑는 건 평화공존 정신과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 남한 내 종북 좌파 척결도 중요하지만 북한에 대한 감정적 비판도 자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원칙, 원칙 하는데, 원칙은 좋다. 하지만 단편적인 부분에서 원칙을 너무 강조할 필요는 없다.”

▼ 북한도 핵 포기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서방의 대규모 지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과도 배치된다.

“물론 북한도 내놓아야 한다. (2003년 6자회담 초기 미국이 제안했던)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 mantlement)’ 원칙에 입각해 핵 프로그램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폐기해야 한다. 제재도 풀고. 이런 것들을 다 내놓고 따져본 뒤 일괄타결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 미국의 세계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문제다. 담판이 가능하겠나.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부담이 적다. 박 전 대통령은 장기 집권 취약성 때문에 담판에 나서기 어려웠지만, 5년 단임제인 박 대통령이 정권을 걸고 하면 못할 것도 없다.”

▼ 박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인도적 지원 확대 등 3대 대북 제안을 했다.

“대통령이 ‘통일 대박’하니 북한은 위협으로 느껴 반발”

대북 접촉 밀사로 북한을 방문한 박철언 당시 안기부장 특보가 평양 주석궁에서 김일성 주석과 건배하고 있다(왼쪽). 병상의 어머니와 함께한 박철언 전 정무장관.

“결론적으로 북한은 지난 20년 동안 ‘먹튀’였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왕창 먹었고, 그 뒤로는 조금 먹었다. ‘먹튀’를 당하지 않으려면 담판을 해야 한다. 대북 제안보다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고 담판하는 게 시급하다. 대통령 순방으로 독일 통일에 관한 기사가 많이 났는데, 독일 통일은 사실상 흡수통일이었다. 동독을 지원하던 옛 소련도 무너질 때여서 가능했다. 그런데 북한은 중국이라는 맹방이 건재하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버티는데, 중국이 압록강변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는 걸 원하겠나. 북한의 광물자원과 주요 항구는 50년, 100년 중국에 임대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유사시 이러한 시설과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를 진주시킬 수 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처럼. 북한 내 친중국 강경론자를 허수아비 정권으로 세울 수도 있고…. 평화통일도 요원해진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막연

▼ 박 대통령은 이달 중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든다고 한다.

“‘통일 대박’이라고 하는데 누가 그걸 모르나. 통일부도 있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도 있는데 굳이 통일준비위원회까지 만들어야 하나. 통일은 조용히 준비해야 한다. 경험상 대통령이 나서면 북한은 ‘이놈들, 우리가 무너질 줄 알고 준비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거다. 그러고 보니 박근혜 정부의 대북 브레인 면면을 보면 7·7 특별선언 정신을 잘 모르는 분이 많은 것 같다. 친미 일변도의 외교안보 브레인이 미국적 이익을 대변해서인지….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것도 막연하다. 구체적 내용이 없는 이론에 불과해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100여 년 전 조선은 세계 중심이 미국, 영국으로 옮겨간 것을 모르고 친중국 정책에 치중하다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다. 세계는 미국 G1 체제에서 G2 체제로 변화하고 있고, 북한은 플루토늄 원자탄 8~10기 이상, 미사일 1000여 기, 이동식 발사대 100여 대를 보유한 나라다. 이런 현실에서 막연히 친미 정책과 통일 대박론, 대북 강경책을 지속하다가는 전쟁, 혹은 동북아의 치열한 핵 군비경쟁으로 국민 부담만 가중될 거다. 정신 차려야 한다.”

▼ 남북대화를 주도한 경험을 살려 대북 특사로 북한에 다녀오면 되겠다.

“내가 간다고 되겠나. 남북대화 책임을 맡았으면 적어도 정부에서 내 의견이 주도적으로 관철되는 상황이어야 회담도 가능하다. 그래서 김일성 만났을 때도 대화가 됐다. 특사는 차치하더라도 대북협상 경험과 지혜를 묻는 전화 한 통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현 정부에 너무 칼을 들이대는 거 같다.”

▼ 최근 세 번째 시집 ‘바람이 잠들면 말하리라’를 냈는데.

“1995년 고(故) 조병화, 박재삼 등 원로시인들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대학 입학 전까지는 문학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거다. 4년째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99)에게 잠시 기쁨을 드리고도 싶었다. 살아 계실 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집이지만…. 지난날 흔적이 더 희미해지기 전 그동안 지은 시를 버릴 수 없어 모두 엮었다.”



주간동아 2014.04.08 932호 (p26~28)

배수강 기자 bsk@donga.cp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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