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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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 악보 티저로 발매 전부터 관심 고조

이소라 8집 앨범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4-03-24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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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필 악보 티저로 발매 전부터 관심 고조

    3월 18일 가수 이소라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신곡 ‘난 별’의 손글씨 악보.

    좋은 보컬리스트의 덕목 가운데 하나는 소화력이다. 남의 노래를 불러도 자기 노래처럼 만드는 힘, 그래서 작곡가로 하여금 ‘내가 만든 노래가 맞나?’라는 의문마저 들게 하는 능력. 김광석이 그랬고 김현식이 그랬다. 장필순 또한 그렇다. 오늘의 주인공 이소라 역시 그런 힘을 온전히 가진 가수다. 이한철, 정지찬 등 이소라에게 곡을 줬던 가수는 한결같이 그의 능력에 경외감을 표하곤 했다. MBC ‘일밤-나는 가수다’에서 그가 부른 노래들은 원곡과 완전히 다른, 혹은 원곡을 능가하는 매력을 내뿜었다.

    이소라의 8집 앨범이 4월 8일 발매된다. 3월 18일에는 티저가 공개됐다. 지금 대중음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마케팅은 신곡 일부를 담은 영상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아이돌이건 인디 뮤지션이건 비슷하다. 조용필 또한 ‘Hello’에서 동일한 방식의 티저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소라의 티저는 색달랐다. 음악도, 영상도 아니었다. 악보였다. 타이틀곡 ‘난 별’의 자필 악보 두 장과 가사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이다.

    이 독특한 시도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뮤지션이 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벡이다. 1992년 힙합과 포크, 컨트리, 록을 뒤섞은 ‘Loser’로 데뷔한 그는 줄곧 트렌드와 상관없이 하이브리드와 아방가르드, 팝의 세 꼭짓점이 그리는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그의 여러 시도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행위는 2012년 발표한 ‘Song Reader’였다. 벡은 이 작품을 ‘앨범’이라 했지만 ‘음반’으로는 발매하지 않았다. 오직 악보로만 출판했고, 이후 몇 차례 공연을 통해 음악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누구나 궁금해할 이소라의 목소리가 먼저 공개된 ‘난 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기호가 소거된 채 그저 악보와 가사라는 부차적 기호만 있을 뿐이다. 그가 이 악보를, 이 가사를 어떻게 부르고 표현할까라는 호기심은 4월 8일이 되기 전까지는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거꾸로 이 호기심은 새로운 도전의 동기가 됐다. 디지털과 인터넷은 누구나 음악을 녹음하고 발표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한다.

    ‘난 별’의 악보와 가사가 공개되자마자 능력자들이 등장했다. 이를 자기 식으로 연주하고 불러 인터넷에 올리는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첫날 유튜브와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통해 ‘난 별’의 신시사이저 버전, 피아노 연주 버전 등이 속속 올라왔다. 아직은 엉성한 형태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이 하나의 놀이에 참여할 때 결과물 또한 발전하기 마련이다. 19세기 후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표현과 발표의 수단이 대중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별’의 누리꾼 버전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4월 8일 등장할 ‘해답’을 향한 호기심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벡의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지 모를 이소라의 시도는 이렇듯 일반 개념의 파괴를 하나의 놀이처럼 만들었다. 이런 시도 혹은 놀이가 가능한 이유는 역시 이소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곡을 받아도 보컬 레코딩을 끝내면 악보 속 음표와 기호를 아스라이 뛰어넘는다는 그의 자신감 말이다. 이 처연한 멜로디를 이소라는 과연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 4월 8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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