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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젊음의 거리 세월도 입맛도 변하는 거야

대학로 식당의 변신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젊음의 거리 세월도 입맛도 변하는 거야

서울 대학로는 상권이 크게 변하지 않지만 식당 성격이 급속히 바뀌는 곳이다. 변화에 민감한 젊은이가 주로 이용하는 만큼 유행도 빠르게 변한다. 음식에 대한 수준과 선호가 다양한 덕에 대학로는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다양성이란 이름하에 공존한다.

1975년 서울대가 의대와 치대만 남겨놓고 관악캠퍼스로 옮겨간 뒤 서울시가 서울 시내 연극단체와 극장 등을 대학로에 유치하면서 이곳은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80년대 막걸리집과 감자탕집 같은 저렴한 식당에는 대학생과 연극인이 가득했다. 80년대 초반 ‘오비호프’가 대학로에 문을 열었다. 새로운 맥주 문화와 훈제 족발 같은 독일식 안주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오비호프’가 생기기 전 건너편에는 전설의 생맥줏집 ‘할아버지 집’이 있었다. 80년대 대학로를 오간 사람이라면 백발을 히피처럼 길게 기른 할아버지가 따라주는 진하고 시원한 생맥주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 집’은 지금의 ‘림스치킨’과 합쳐지면서 사라졌다.

대학로에서 성균관대 쪽으로 길을 건너 걸으면 ‘부산오뎅’이 나온다. 이 작은 공간은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인다. 간이 잘 맞는 어묵도 좋지만 이 집 최고 메뉴는 소 힘줄(筋)로 만든 스지(筋의 일본식 발음)다. 한 번 쪄낸 쫄깃한 스지와 살짝 얼린 냉사케는 멋진 궁합을 만들어낸다.

대학로는 특성상 대중적이고 저렴한 메뉴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동네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대중식인 피자, 파스타 등을 내세운 ‘핏제리아오’라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피자는 도우(피자 판)가 첫째다. 파스타는 면이 먼저다.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제대로 숙성하지 않은 반죽으로 구운 맛없는 도우는 화려하게 치장해야 하고, 탄력감이 떨어지는 파스타 면은 국물로 가려야 한다. 도우를 제대로 만들려면 순간적으로 강력한 온도를 내는 장작 화덕이 필요하다. 전기 화덕이나 오븐은 이런 온도를 낼 수도, 음식을 빠르게 만들 수도 없다.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익혔을 때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기본 도우가 만들어진다. 그 위에 토마토소스와 치즈, 각종 채소가 얹어져 맛있는 피자가 탄생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나폴리피자를 최고로 친다. 나폴리피자라는 이름이 붙으려면 그에 걸맞은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485도의 장작 화덕은 기본이고, 둥근 모양을 가져야 하는 피자 두께는 겉과 가운데가 모두 다른 기준점을 지켜야 한다.

이 밖에도 몇 가지 기준이 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요리를 만드는 셰프다. 몇 년 전 ‘파스타’란 드라마가 인기를 얻었다. 현재 ‘핏제리아오’ 총괄 셰프 박인규 씨가 이 드라마를 자문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7년간 요리를 만들고 한국에서 ‘보나세라’ 수석셰프를 지낸 그는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신뢰할 만한 실력을 가졌다.

대한민국 대표 간식 순대도 대학로에서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순댓집 하면 떠오르는 좁고 지저분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호프집 분위기의 ‘대실록’은 소시지 같은 순대구이에 생맥주를 판다. 선지를 싫어하는 젊은이를 위한 하얀 순대, 곡물을 넣은 곡물순대도 일반 순댓집과는 다른 독창성을 지닌다.

젊음의 거리 세월도 입맛도 변하는 거야

이탈리아 대중식인 피자, 파스타 등을 내세운 서울 대학로 ‘핏제리아오’.





주간동아 2014.02.17 925호 (p70~70)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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