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4

2014.02.10

러시아의 ‘안방불패’ 누가 이 야심을 막을 것인가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입력2014-02-10 14:4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세계인의 겨울 스포츠 축제 ‘2014 소치 겨울올림픽’이 2월 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막을 올렸다. 22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총 88개국에서 2900여 명 선수가 참가해 7개 종목(15개 세부종목)에서 총 98개 금메달을 놓고 17일간 열전을 펼친다.

    러시아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 러시아가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옛 소련 시절인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이후 2번째다. 인구 40만 명이 사는 흑해 연안 휴양도시 소치는 2007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19차 총회에서 대한민국 평창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제치고 2014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동·하계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나라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에 이어 러시아가 7번째. 88년 서울 올림픽을 열었던 한국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로 그 뒤를 잇는다.

    소치 겨울올림픽 슬로건은 ‘뜨겁게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ours)’이다. ‘Hot’은 스포츠의 뜨거운 경쟁과 관중의 열정을, ‘Cool’은 대회가 열리는 겨울을 상징하며, ‘Yours’는 올림픽에서 승리의 기쁨과 자긍심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도 개최국 프리미엄?

    개최국 러시아는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까지 21번의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8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나라다. 노르웨이와 독일이 각각 7회와 4회로 2, 3위에 올랐다. 하지만 러시아는 1994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우승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밴쿠버에선 전체 11위로 밀리는 아쉬움도 맛봤다. 러시아는 이번 소치 대회에 전 세계 국가 중 역대 겨울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인 233명(남자 138명, 여자 95명)의 선수단을 내보내 명예 회복을 노린다. 금메달 포상금으로 선수들 평균연봉(37만5000루블)의 10배가 넘는 400만 루블(약 1억2000만 원)을 내거는 등 화끈한 당근책으로 성적을 유도하고 있다. 돌아온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 2011년 귀화)이 4관왕으로 러시아 종합우승에 일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캐나다가 종합우승을 차지했듯, 개최국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대망을 꿈꾸는 러시아의 야심을 깰 경쟁국으로는 겨울올림픽 전통 강호인 독일과 노르웨이를 꼽을 수 있다. 최근 5번의 겨울올림픽 중 2번(1998년 나가노, 2006년 토리노) 우승을 차지한 독일과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우승국인 노르웨이는 98개 금메달 중 49개 금메달이 걸린 스키에서 유독 강세를 보여 스키 종목 결과에 따라 종합우승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소치를 빛낼 해외 스타

    러시아의 ‘안방불패’ 누가 이 야심을 막을 것인가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빅토르 안 선수.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강자 숀 화이트(28·미국)는 토리노, 밴쿠버에 이어 소치에서 겨울올림픽 3연패를 노린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모양의 반원통형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양쪽 벽을 오가며 공중회전이나 점프 등을 구사하는 종목. 치렁치렁한 붉은 머리 때문에 ‘플라잉 토마토’란 별명을 가진 화이트는 인간 능력으로는 감히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구사한다고 해 ‘외계인’이라고 불릴 만큼 독보적인 실력을 갖췄다. 공중에서 시계 방향으로 세 바퀴 회전하면서 몸을 뒤집고 비트는 ‘더블 콕(double cork) 1080’, 공중에서 세 바퀴 반을 돌며 현란한 공중 동작을 펼치는 ‘더블 맥트위스트(double McTwist) 1260’ 같은 화려한 기술을 구사한다.

    익스트림스포츠(엑스(X)게임) 마니아인 화이트는 스케이트보드와 스노보드 모두 세계 정상급 실력을 자랑한다. 하계 X게임에서 통산 2회 우승을 차지한 그는 동계 X게임에선 14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소치에서 화이트는 주종목인 하프파이프뿐 아니라 신설 종목인 슬로프 스타일(슬로프를 내려오는 동안 여러 도약대와 장애물을 이용해 다양한 묘기를 연출하는 경기)에도 도전해 2관왕을 노린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선정한 ‘소치에서 주목할 만한 선수 5인’에 김연아(한국), 화이트 등과 나란히 이름을 올린 알렉스 오베츠킨(29)은 러시아 국민의 절대적 성원을 받는 아이스하키 영웅이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워싱턴 캐피털스에서 주장을 맡은 오베츠킨은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가대표 주장으로 활약한다. 2004년 NH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워싱턴에 입단한 그는 2007~2008시즌 NHL 전체 1위인 65골을 넣어 1996년 마리오 르뮤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에 60골 이상 넣은 선수로 기록되는 등 러시아 국민의 자존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동메달 이후 노메달 수모를 겪은 러시아의 자존심을 살려줄 구세주로 꼽힌다.

    ‘설원 위 철녀’ 마리트 비에르옌(34·노르웨이)은 또 한 번의 역사에 도전한다. 크로스컨트리스키 여자 15km 추적과 개인 스프린트에 이어 4×5km 계주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첫 3관왕에 오른 그는 30km 단체출발(은메달), 10km 개인출발(동메달)에서도 메달을 보태 밴쿠버 대회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비에르옌은 2011년과 2013년 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는 등 세계선수권에서만 금메달 12개를 획득한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 세계 최강자다. 소치 겨울올림픽에선 6종목에 나설 예정. 비에르옌이 소치에서 4개 메달을 더 따면 총 11개 메달로 여자 선수로는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가 된다.

    여자 피겨스케이팅에 김연아가 있다면 남자 피겨스케이팅엔 패트릭 챈(24·캐나다)이 있다. 세계피겨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세 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챈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성적 상위 6명이 출전해 실력을 겨루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안방에서 열렸던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5위에 머문 설움을 털어내고 이번 대회 금메달을 노린다.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여러 번 출연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그는 2011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80.98점을 기록해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3월 데니스 텐(21·카자흐스탄)의 매서운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33·미국) 역시 소치를 빛낼 후보로 꼽을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8차례나 세계기록을 세운 데이비스는 현재 1000m와 1500m 세계기록을 갖고 있다. 1000m 3연패에 도전하는 그는 한국 모태범이 금메달을 목에 걸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