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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마당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

  • 쉴리 프뤼돔 지음 / 박은수 옮김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
사랑의 가장 좋은 순간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 때는 아니다.

그것은 어느 날이고 깨뜨리다 만

침묵 바로 그 속에 있는 것.

그것은 마음의 잽싸고도 남모를



은근한 슬기 속에 깃들인 것.

그것은 짐짓 꾸며 보인 엄격 속에

은밀한 너그러움 속에 있는 것.

그것은 바르르 떠는 손이 놓여진

팔의 설렘 속에 있는 것

둘이서 넘기는, 그러나 읽지는 않는

책 페이지의 갈피 속에 있는 것.

그것은 다문 입이 수줍음만으로

그렇듯 말을 하는 유일한 시간,

마음이 터지면서 장미눈 모양

살며시 소리 낮게 열리는 시간.

머리카락의 향긋한 향내만이

얻어진 사랑으로 보이는 시간!

공경이 바로 고백이 되는

그지없이 부드럽고 다정한 시간.

사랑한다는 말, 아름답다는 말, 죽고 못 산다는 말, 말 말 말들의 혼란. 19세기 말 프랑스 시인의 잠언이 좋은 시간을 만들어준다. 우리의 소중한 말들을 선거공약처럼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언제나 조용한 곳에서 샘이 솟고, 꽃이 핀다. 우리가 가장 행복한 때는 행복에 이르기 직전의 순간이다. 산 정상 바로 아래에서 올라가고자 하는 산을 본다. ─ 원재훈 시인



주간동아 2014.02.10 924호 (p5~5)

쉴리 프뤼돔 지음 / 박은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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