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9

2013.12.30

새 희망을 품은 진짜 ‘우리 꽃’

미선나무

  •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12-30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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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희망을 품은 진짜 ‘우리 꽃’
    한 해를 마감하고 다시 한 해를 준비하는 때다. 휘몰아치듯 마음을 흔들었던, 혹은 소소하게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상들은 처음 그 상황을 대면했을 때와 달리 인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일은 기쁨이나 보람으로 각인되고, 또 어떤 일은 실수나 회한으로 남는다.

    왠지 모르게 바쁘면서도 가슴 한쪽에 자리한 외로움을 떨칠 수 없는 이때, 어떤 꽃과 함께 산책할까 생각하다 떠올린 나무가 있다. 바로 미선나무다. 맑고 그윽한 향기가 유별나고, 아름다우나 현란하지 않아 마음에 쏙 스며들며, 알고 보면 지구상에 오직 우리나라 땅에서만 사는 특산식물로, 진짜 ‘우리 꽃’이다. 식물 집안인 한 속(屬)에 오직 한 종(種)만 있는 외로운 가계의 꽃이어서 위로해주고 싶기도 하고, 이런 귀한 의미의 꽃을 아는 이가 드물어 더욱 소개하고 싶은 그런 나무다.

    미선나무는 낙엽성 작은 키 나무다. 높이 자라지 않고 옆으로 가지를 많이 만들며 퍼져 나간다. 봄이 오면 겨우내 마치 죽은 듯 메말랐던 가지에 살며시 물이 오르고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 시작한다. 꽃 모양은 개나리를 닮았지만 좀 더 작고 하얀 꽃이 달리며, 개나리보다 훨씬 일찍 꽃을 피우는 봄의 화신이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미선나무를 두고 하얀 개나리라 부르기도 한다. 가지마다 작은 꽃송이를 가득 매달고 꽃을 피운다. 작은 초롱처럼 생긴 꽃이 함께 모여 달리는데, 하얀색을 기본으로 연한 분홍빛을 띠는 꽃은 분홍미선이라 부르고, 상아빛을 띠면 상아미선이 된다.

    미선나무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열매 때문에 붙은 것이다. ‘아름다운(美) 부채(扇)’라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꼬리 미(尾) 자에 부채 선(扇) 자를 써서 미선이 됐다. 실제 미선(尾扇)은 대나무 줄기를 잘게 쪼개어 가는 살을 여러 개 만들고 이것을 둥글게 편 뒤 종이나 명주천을 붙여 만든 부채를 가리킨다.

    미선나무는 파랗게 달리기 시작하는 열매의 모양 자체도 보기 좋지만, 열매가 발그스름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름다운 미선 부채 모양 그대로다. 열매 안에는 종자가 두 개씩 들어 있다. 양묘에 관심이 조금만 있다면 조경수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미선나무가 자연적으로 자라는 곳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가치 있다.



    미선나무의 자연 서식지는 대부분 흙조차 제대로 붙어 있지 못하는 돌밭인 경우가 많다. 어려움 속에서 자랐으나 곱고 향기로운 귀한 존재로 커 나가는 이 꽃나무, 혹 지난 한 해 동안 어려움이 있었다면 미선나무처럼 새봄의 아름다움을 피우려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희망을 품으며 새해를 맞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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