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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격 ‘뚝’ 비트코인, 가치는 ‘쑥’

소유와 거래 암호화 보장…비트코인 둘러싼 생태계 자리 잡기 시작

  • 박유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eugene.park@kt.com

가격 ‘뚝’ 비트코인, 가치는 ‘쑥’

가격 ‘뚝’ 비트코인, 가치는 ‘쑥’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라는 낯선 물건이 화두다. 미국과 중국 정부 관계자가 비트코인을 공식석상에서 거론한 2013년 11월 중순 이후 대중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비트코인 가격은 널뛰기를 거듭했다. 2013년 1월 2일 당시 1비트코인당 13.4달러에 불과하던 환율이 12월 5일 정점인 1240달러를 찍은 후 23일에 이르러 절반 수준인 640달러까지 떨어졌다(거래소 마운트곡스(Mt.Gox) 기준).

비트코인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듯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일까. 기존에 존재하던 모든 화폐는 정부나 은행 같은 기관이 계속 발행하면서 관리할 것이라는 신뢰 때문에 그 가치가 유지될 수 있었다. 반면 비트코인은 중앙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오직 수학적 계산에 따라 전체 통화량이 통제되고, 소유와 거래에 대한 정보가 암호화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 또한 비트코인은 다른 사용자들이 증인이 되기 때문에 사용자 간 직접 거래(Peer to Peer·P2P)가 가능하므로 제3기관에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 부분에 단순한 환율로 계산할 수 없는 비트코인의 진정한 기술적 가치가 숨어 있다.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채굴(mining)’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거래 명세를 정리해 장부에 기록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전 세계 경쟁자 가운데 가장 먼저 퀴즈의 답을 구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채굴자에게 비트코인이 상금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퀴즈는 매 10분마다 출제되고, 현재는 25비트코인을 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 초기에는 50비트코인씩 주어졌으나 2012년 11월부터 절반인 25비트코인으로 줄었고, 4년마다 절반씩 감소할 예정이다.

획득한 비트코인에 걸린 암호는 다른 사람이 쉽게 풀 수 없으므로 개인 소유권을 보장하는 한편, 주인의 익명성도 보호해준다. 비트코인을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려는 사람은 e메일 시스템에 로그인을 하는 것처럼 비트코인 지갑의 비밀 키를 열어야 하고, 상대방 주소를 알아야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상대방의 암호화된 지갑 주소를 알아야 송금할 수 있다.

채굴과 거래 검증하는 시스템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할 비트코인의 특징은 돈 자체나 거래 진위를 입증할 제3의 목격자가 있어야 거래로서 인정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A가 B에게 송금하면서 ‘같은 돈’을 C에게도 보내는 방식의 사기를 계획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른바 부정한 이중거래(double spending)다. 당연히 B와 C 가운데 한 명은 ‘가짜 돈’을 받은 셈이 된다. 이런 일이 가능하면 전 세계 누구도 비트코인을 사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 빤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비트코인은 채굴 과정을 통해 증인을 확보하고 거래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모든 거래는 최소 증인 6명을 확보해야 거래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또한 각 거래는 시간 순서에 따라 과거 기록을 포함한 일련의 연쇄 블록으로 연결된다(그림1 참조). A가 사기행각을 벌인다면 이 기록 어딘가에 B와 C에게 동시에 송금하는 순간이 기록된다. 이때 채굴 과정에 참여한 전체 P2P 진영이 둘로 나뉘어 한쪽은 A에서 B로의 거래를 기록하고, 다른 한쪽은 A에서 C로의 거래 기록을 갖게 된다. 채굴의 핵심은 퀴즈를 먼저 풀고 정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B 또는 C 가운데 어느 쪽이든 먼저 퀴즈를 풀어낸 진영의 거래 명세만 정상 거래로 인정되고 다른 반대편의 거래 명세는 모두 자동으로 폐기된다(그림2 참조).

다소 어렵게 들리지만 요약하면 간단하다. 비트코인은 전체 P2P 네트워크 참여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기행위에 가담해야만 이중거래가 가능하다. 과반수가 선한 의도를 가진다면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일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이러한 사기를 벌이려면 기존 거래 명세까지 모두 조작해야 한다. 각 블록은 복잡한 수학적 계산에 의해 암호화돼 거꾸로 풀어내기가 매우 어렵고, 설령 가능하다 해도 그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크기가 엄청나다. 한마디로 사기행각을 벌이기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은 정부나 은행이 보장하는 신뢰가 아니라, 무수한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서로 얽혀 만든 신뢰로 유지된다. 그리고 이 부분이야말로 비트코인의 가장 탁월한 기술적 특징이다. 이제까지 P2P 분산 시스템을 이용해 상업적 거래를 하려는 모든 이에게 이중거래 같은 사기위험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닌지 검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이를 검증할 사람을 따로 쓰려면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거래의 진위 여부가 자발적인 P2P 참여자들을 통해 그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사이 자동으로 검증되는 구조를 만드는 창의적인 답을 제시했다. 누군가의 판단이 아니라 사용자의 거래 명세가 진위를 판별하는 시스템, 이것이야말로 인터넷상의 모든 P2P 거래에 비트코인 시스템이 던진 혁신의 골자다. 에릭 슈미트 구글 이사회 의장이 이를 두고 “기술적 걸작”이라고 평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앙기관에 지불해야 했던 결제 또는 송금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는 경제적 장점은 오히려 이러한 혁신이 만들어낸 부수적 효과에 가깝다.

가격 ‘뚝’ 비트코인, 가치는 ‘쑥’
가상화폐 혁명 지켜볼 수도

그간 비트코인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성공한 가상화폐, 혹은 위험한 투자수단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비트코인 이면에는 이처럼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시스템이 자리한다. 그 결과 비트코인은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거래를 가능케 했고, 이는 온라인 상거래 세계에 혁신을 제시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비트코인 관련 앱이 이미 250개 이상 등록됐고, 비트코인 자체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구글에 비하면 덜 우호적이지만 애플 앱스토어에도 관련 앱 상당수가 올라와 있다. 현금자동인출기(ATM) 같은 하드웨어 제조업체부터 지갑 보안을 강화하는 서비스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의 많은 자금이 비트코인 생태계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생태계가 이렇듯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지닌다. 기존 휴대전화가 가진 성능의 한계가 앱 100만 개 이상을 내려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완전히 달라졌음을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이제 형성되기 시작한 비트코인 생태계 역시 가상화폐가 가진 기능과 한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이 만들어놓은 기반 위에 등장한 비슷한 형태의 가상화폐만 이미 130여 종에 달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가상화폐가 불러올 혁명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3.12.30 919호 (p30~31)

박유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eugene.park@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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