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8

2013.12.23

아바의 향연 원어로 들으니 새롭네

뮤지컬 ‘맘마미아’ 오리지널팀 내한공연

  • 김유림 월간 ‘신동아’ 기자 rim@donga.com

    입력2013-12-23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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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의 향연 원어로 들으니 새롭네
    연말은 ‘뮤지컬 대목’이라 불릴 정도로 대작 뮤지컬이 많이 공연된다. ‘삼총사’ ‘맨 오브 라만차’ ‘카르멘’ 등 전통 강호가 건재한 가운데 ‘고스트’ ‘위키드’ ‘디셈버’ 등 새롭게 선보이는 뮤지컬 돌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뮤지컬 ‘오리지널 내한공연 맘마미아!’(‘오리지널 맘마미아’)다.

    ‘맘마미아’는 2004년 한국에서 첫 라이선스 공연을 시작해 지금까지 1200회 공연을 돌파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고, 2008년 동명 영화도 흥행했다. 이번 공연은 영국 웨스트앤드 오리지널팀이 최초로 내한하는 것이라 더욱 화제다. ‘결혼을 앞둔 딸 소피가 엄마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아빠일지 모르는 남자 3명을 초대한다’는 기존 줄거리에 이미 익숙한 관객은 오리지널 공연이 기존 공연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할 것이다. ‘오리지널 맘마미아’는 음악이나 작품 몰입도 부분에선 우세할지 모르지만, 한국 관객의 입맛에는 한국 배우들이 연기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더 맞을 것 같다.

    그간 작품 속 엄마 ‘도나’는 박해미, 최정원 등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를 함께 쓴 베테랑 배우가 맡았다. 20여 년 뮤지컬 발전과 함께 나이를 먹은 배우들은 독립적이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화려한 젊은 날을 그리워하며 가슴속에 불꽃을 품고 살아가는 도나 그 자체였다. 관객은 도나를 통해 박해미, 최정원의 인생을 봤고, 1980~200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우리 주변의 ‘알파걸’을 떠올렸다.

    2010년 처음 도나의 딸 ‘소피’역으로 데뷔해 2년 만에 ‘레미제라블’ ‘고스트’ 등 큰 작품의 주연을 꿰찬 박지연의 상큼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표정을 기억하는 이라면 ‘다소 노숙한’ 오리지널팀의 소피를 보고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근 10년간 ‘맘마미아’ 라이선스 공연을 선보였던 신시컴퍼니가 오리지널팀을 불러온 것은 “우리 배우들이 원조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표현은 아닐까.

    하지만 오리지널팀 공연 자체의 즐거움도 많다. ‘댄싱 퀸(Dancing Queen)’ ‘허니 허니(Honey Honey)’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 등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의 22개 히트곡을 듣고 있자면 어깨가 들썩이고 엉덩이가 방방 떠 좌석을 지키고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다. 가족, 사랑, 우정 등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가슴으로 강하게 스며든다. 관객은 도나를 통해 늙어가는 사실을 경험하고, 소피를 통해 어른이 되는 것을 배운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외국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겨 대리만족이 느껴진다.



    “역시 오리지널!”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이 있고, “한국 공연이 더 나은데 괜히 티켓값만 더 비싸다”며 투덜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추운 연말, 소중한 사람과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기에 이만한 공연도 없다. 2014년 3월 2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아바의 향연 원어로 들으니 새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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