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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메일’은 왜 주춤거리나

e메일과 등기 결합한 온라인 등기우편…정부 주도 반강제에 누리꾼 외면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샵메일’은 왜 주춤거리나

‘샵메일’은 왜 주춤거리나

대한상공회의소와 지식경제부는 2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회관에서 ‘공인전자주소(#메일) 서비스 활용전략 설명회’를 개최했다.

7월 국방부가 예비군 소집 통지서를 샵메일(#mail·공인전자주소)로 보내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논란이 일었다. 기존 e메일로 보내면 시스템 구축비 자체가 들지 않는데, 굳이 샵메일 시스템을 만들어 보낼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부터 왜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샵메일을 고집하느냐는 지적까지 있었다. 이 논란으로 국방부의 시범사업 계획은 미뤄진 상태다.

예비군 소집 통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샵메일 사업 자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샵메일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샵메일 서비스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중요한 문서 주고받을 때 유용

샵메일은 공인전자주소를 이용해 전자문서를 주고받는 일종의 온라인 등기우편이다. e메일과 등기우편의 장점을 결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샵메일은 기존 e메일의 ‘앳(@)’ 대신 ‘샵(#)’을 사용하는 것으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글주소체계 전자문서 유통제도다. 계정 발급 시 공인인증서 등을 통한 신원확인을 거치기 때문에 본인확인은 물론, 전자문서 송수신, 열람 확인 등 내용증명이 법적으로 보장된다.

전자문서 송수신 사실에 대한 법적증거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중요한 문서를 주고받을 때 유용하다. 소송 과정에서 e메일은 위·변조 가능성이나 미수령 논란 때문에 법적 증거로 활용되는 데 문제가 있지만, 샵메일은 공증된 문서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을 지닌다.



초기 시스템 구축비가 필요하지만 이후 이용 수수료는 일반 등기우편보다 낮은 것도 장점이다. 샵메일 예비군 소집 통지서 발송을 계획했던 국방부는 당시 “초기 1년간 대상자 23만여 명 가운데 40% 정도가 샵메일 수신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존 우편이나 인편, e메일을 이용하던 통지서 발급비를 연간 13억 원에서 8억 원가량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샵메일은 e메일보다 안전하다. e메일은 취약한 보안문제 탓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샵메일도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샵메일이 보안에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보안을 강화한 방식인 데다 추적도 가능하다.

그런데 시행 1년 동안 등록된 계정은 약 2만 개에 불과하다. 예상치에 비하면 1%를 가까스로 넘긴 수준이다. 지난해 정보통신산업진흥원(진흥원)은 샵메일 설명회에서 올해 공인전자주소 등록 예상치를 180만 개로 발표했다. 1년간 누적된 송신 샵메일은 7만8000건에 머물렀다. 목표치인 2억 건 대비 1%도 안 됐다. 공공기관조차 외면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조차 10월에야 샵메일을 신청했다.

왜 이렇게 확신이 더딘 것일까. ‘굳이 필요가 없다’가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e메일이나 등기우편을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샵메일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새 계정을 만드는 것이 번거로운 데다 기존 e메일과 호환되지 않는 폐쇄적 서비스라는 점도 큰 단점이다.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라면 확산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당연할 정도다. 초기 구축비까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대부분 다른 기업들 상황을 보자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샵메일에 반대를 표하는 사람은 기존 e메일 통지에 송수신 인증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샵메일’은 왜 주춤거리나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오른쪽)과 윤수영 KTNET(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대한상공회의소 상의회관에서 ‘공인전자주소(#메일) 유통 협력 협약식’을 체결하고 샵메일 서비스의 산업계 인지도 향상과 활용 확산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유통 대행 중계자는 계속 증가

등기우편보다 저렴하다 해도 비용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샵메일 한 통을 보내는 데 100원이 든다. 계정 등록 후에는 매년 비용을 내고 갱신해야 한다. 국가와 법인은 계정당 연 15만 원, 사업자는 2만 원, 개인은 1만 원이다. 단, 정부 및 금융기관의 공인전자주소 조회에 동의한 개인 계정은 등록 및 유지비가 무료다. 대기업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지만 예산이 한정된 공공기관과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국제표준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아 호환성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국제표준과 거리가 먼 ‘IT(정보기술) 갈라파고스 사업’이라는 조롱을 받는 이유다.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진흥원은 국제표준 제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자국에서만 통용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오히려 우리가 국제표준 제정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 독일은 2011년 5월 관련 법을 도입해 지난해 8월 ‘데메일(De-Mail)’ 서비스를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미 50만 명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도 유사한 서비스를 한다.

정부 주도하에 법과 표준을 제정해 관리하려 든다는 점도 누리꾼이 반감을 보이는 이유다. 누리꾼은 정부가 강제로 도입한 공인인증서의 악몽을 떠올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법과 표준을 만들어 획일적으로 시장을 규제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정부는 기술적으로 필요한 기능이나 인프라를 지원하고 서비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샵메일 계정 등록은 지지부진하지만 등록과 유통을 대행하는 중계자는 계속 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샵메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다는 증거다.

최근에는 SK텔레콤이 공인전자주소 ‘#메일 기반 전자문서 유무선 유통 포털’(‘#메일 포털’)을 구축하고, 전용 브랜드 ‘docu#’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이 구축한 ‘#메일 포털’은 기존 개인용 컴퓨터(PC)상에서만 제공되던 샵메일 서비스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기반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 여러 전자문서 콘텐츠 제공사(CP)를 연계해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전자문서 유통을 한곳에서 생성, 결제, 송부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중계자들은 아직 보급 초기라 확산이 느리지만 1~2년 후에는 사업 활성화가 가능하리라고 기대한다.

물론 아직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샵메일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본격 시작됐다. 이제 만 1년이 된 셈이다. 샵메일을 잘 모르는 기업과 기관이 여전히 많으며, 실제 도입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잘못된 오해가 발목을 잡은 점도 확산이 더딘 이유로 꼽힌다. 한 예로, 샵메일을 사용할 때는 공인인증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은 잘못된 사실이다. 공인인증서는 본인확인을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국가나 법인은 공문과 휴대전화, 대면 확인을, 개인은 휴대전화와 대면 확인을 활용할 수 있다.

진흥원은 “활성화되려면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오해가 있지만 보안도 e메일보다 우수하고 여러 강점이 많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918호 (p32~33)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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