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2017.06.21

와인 for you

‘멜라체’ ‘로소 리제르바’ 소박한 가격에 맛은 최고급

이탈리아 ‘콜레 마사리’ 와이너리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6-19 15: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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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토스카나(Toscana) 주 남부에는 몬테쿠코(Montecucco)라는 작은 와인 산지가 있다. 몬테쿠코에서는 8세기부터 와인을 만들었지만 이 지역 와인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토스카나의 마지막 숨은 보석 몬테쿠코. 이곳을 세상에 알리는 데는 콜레 마사리(Colle Massari)의 구실이 컸다.



    콜레 마사리는 베르타렐리(Bertarelli) 가문이 1998년 설립한 와이너리다. 베르타렐리는 제약회사로 시작해 생명공학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 부호다. 콜레 마사리 와이너리를 세운 사람은 64년 베르타렐리 집안으로 시집간 마리아 이리스와 오빠 클라우디오 티파다. 와인을 워낙 좋아했던 남매는 토스카나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게 어릴 적 꿈이었다고 한다.

    어느 날 클라우디오는 13세기에 지은 성과 포도밭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언덕에 우뚝 서 있는 낡은 성을 보자 클라우디오는 가슴이 설렜다. 그는 곧바로 성을 매입하고 와이너리로 개조했다. 와이너리 이름은 ‘마사리 언덕’이라는 뜻의 ‘콜레 마사리’라고 지었다. 성 주변 110ha(110만m2)에 이르는 포도밭은 해발 300m 이상에 자리하고 있다. 지대가 높으면 바람이 많이 불어 병충해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콜레 마사리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해 포도를 모두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몬테쿠코의 대표 포도 품종으로는 백포도인 베르멘티노(Vermentino)와 적포도인 산지오베제(Sangiovese)가 있다. 콜레 마사리의 멜라체(Melacce)는 100% 베르멘티노 와인이다. 레몬, 파인애플향에 허브와 흰 들꽃향이 어우러진 멜라체는 산도가 좋고 보디감이 적당해 마시기 편하다. 해산물에 곁들이면 와인의 상큼한 신맛이 요리에 레몬을 뿌린 듯한 효과를 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토스카나 전역에서 자라는 산지오베제는 지역별 테루아르(terroir·토양 및 환경)를 잘 표현하는 품종인데, 특히 몬테쿠코 지역에서 자란 산지오베제는 풍부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타닌을 지닌 게 특징이다. 콜레 마사리의 로소 리제르바(Rosso Riserva)는 산지오베제 80%에 칠리에졸로(Ciliegiolo)와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각 10%씩 섞어 만들었다. 산지오베제 특유의 강한 신맛이 없고 질감이 부드러우며 보디감이 묵직해 우리 입맛에 아주 잘 맞는다. 잘 익은 체리, 자두, 대추향과 함께 바이올렛 꽃향기가 느껴지고 흙, 가죽, 담배, 다크 초콜릿 향이 섞여 있어 복합미도 뛰어나다.

    2013년산 로소 리제르바는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와인 평가기관 감베로 로소(Gambero Rosso)로부터 최고점인 스리 글라스(3 glass)를 받았고, 콜레 마사리는 2014년 ‘올해의 와이너리’로 선정됐다. 20년도 안 된 신생 와이너리가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콜레 마사리의 목표는 몬테쿠코를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품질에 비해 와인 가격이 무척 저렴하다.

    멜라체는 2만~3만 원, 로소 리제르바는 5만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뒤늦게 알려져 오히려 토스카나 정통의 맛과 향을 잘 간직하고 있는 몬테쿠코. 콜레 마사리 와인에는 몬테쿠코의 소박함과 풍요로움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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