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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지글지글 소리마저 죽여줍니다

자갈치시장의 곰장어와 양곱창

  •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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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스러운 곰장어 양념구이(왼쪽)와 양곱창

갈매기 조형물이 크게 걸린 자갈치시장은 부산의 부엌이다. 자갈치시장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남포동 부산국제영화제 광장이 나온다. 그 너머로는 거대한 국제시장이 펼쳐져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에는 자갈치시장에서 국제시장으로 이어지는 넓은 공간에 사람이 가득하다. 자갈치란 자갈이 많은 곳이란 의미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알려졌다.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자갈치시장은 광복 이후 경남 거제, 충무, 남해와 전남 여수의 고깃배가 드나들며 수산물 집산지가 됐다. 이곳에서 어부와 아줌마들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돼 오늘에 이른다.

자갈치시장에 정식으로 건물이 들어선 것은 1967년이고, 지금의 현대식 건물은 2006년 지어졌다. 비린내 나는 ‘바닷것’들의 난장 속에서도 자갈치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이 곰장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뜨거운 해가 넘어가고 시장이 파장할 무렵이면 자갈치시장 주변 곰장어집에 불이 켜지고, 사람이 모여들어 고소한 냄새가 진동하는 곰장어를 굽는다. 껍질을 벗겨도 10시간 이상을 산다는 곰장어가 석쇠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간다. 부산의 곰장어 식문화는 50년대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장곰장어가 생겨난 것이 일제강점기라는 설이 있으나 상업적인 곰장어 식문화와는 거리가 먼 개별적인 증언이다. 1950년대 자갈치시장 포장마차촌에서 곰장어 양념구이는 빠지지 않는 메뉴였다. 곰장어 껍질은 고급 피혁제품의 원료였다. 껍질을 제거한 곰장어의 공포스러운 몸통을 먹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장어 식문화가 오랜 일본에서도 곰장어만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먹을 정도로 곰장어 식문화는 희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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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명물 자갈치시장

자갈치시장 끝자락에 있는 성일집은 1950년대 장사를 시작한 노포다. 양념한 곰장어를 파는 가장 오래된 가게답게 노인부터 20대 여성까지 다양한 나이대 사람이 모여 머리를 맞댄 채 곰장어를 먹는다. 부산 끝자락인 기장에선 무쇠도 태운다는 짚불로 구운 짚불 곰장어가 유행이다.

자갈치시장 하면 외지인은 어물을 떠올리지만, 이곳에는 부산사람들이 사랑하는 소 내장 전문점도 많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소 내장 전문점에서는 대개 양곱창이란 메뉴를 판다. 지금처럼 타운이 만들어진 것은 20년 전부터다. 양의 곱창이 아닌, 소의 위인 양과 곱창, 대창 같은 내장 전부를 판다. 그중 가장 오래된 백화양곱창에 들어서면 작은 테이블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스탠드바를 연상시키는 공간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주인이 손님들 앞에서 주문을 받고 내장을 구워준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손님만 받고 그 손님들과 소통하면서 만들어내는 백화양곱창의 내장 요리들은 질이 좋고 저렴하다. 서울의 대형 내장 전문점에 비해 가격은 절반이지만 양과 질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작은 테이블마다 독립된 주인이 운영하는 만큼 재료와 주인의 요리 솜씨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연탄불에 구워내는 것도 자갈치시장 내장 전문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내장을 다 먹은 뒤 밥을 볶아먹는 것도 이곳의 문화다. 곰장어와 양곱창 같은 독특한 음식 문화 덕에 자갈치시장 아지매들과 그들이 키운 억센 부산 사나이들이 먹고살아 왔다.



주간동아 2013.10.07 907호 (p75~75)

박정배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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