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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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원전 해체 블루오션을 잡아라!

전 세계 440조 원 시장 예상 … 고리 1호기 해체 통해 기술 쌓아야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6-19 09:3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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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국 최초 원자력발전소(원전) ‘고리 1호기’가 6월 19일 0시 가동이 영구 정지된다.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39년 만이다. 고리 1호기 설계수명(30년)은 2007년 끝났지만 10년 연장 가동됐다. 상업원전이 영구히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다른 원전도 수명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2030년까지 12기가 연이어 가동 정지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 가동 정지 후 5년 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고리 1호기 해체 계획을 승인받은 뒤 해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르면 2022년부터 본격 해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완전 해체까지 최소 15년에서 최대 3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해체는 원자력, 기계, 화학, 로봇, 환경,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요구된다. 원자로뿐 아니라 증기발생기, 급수파이프 등 주변 시설과 장비가 방사능에 오염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리 1호기 폐기물 50만t

    원전 해체는 가동 정지 및 냉각 기간을 거쳐 해체 준비, 핵연료 반출, 제염, 구조물 절단 및 철거, 폐기물 처리, 환경 복원 단계로 진행된다(표 참조). 먼저 고리 1호기는 가동을 정지한 뒤 핵 반응으로 달아오른 원자로를 식혀 원자로 안에 있는 핵연료(우라늄)을 빼내고 물질별 방사능 평가와 측정을 한다.



    제일 중요한 단계는 제염(除染)이다. 제염은 시설, 장비, 발전설비 표면에 쌓인 방사성 물질을 제염액으로 벗겨내는 과정이다. 이와 함께 설비 유지 보수 및 해체 시 오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예방 작업도 실시한다. 제염이 완료되면 전체 시설과 건물을 절단해 해체하고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한 뒤 대지 복원 작업이 이어진다.

    2015년 한수원은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 약 6347억 원이 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41%인 2600억 원가량이 폐기물 처리 비용이다. 하지만 해체 기간이 길어진 만큼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 실제 해체 비용은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에서 나오는 콘크리트와 금속 폐기물 50만t 가운데 약 6000t은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200ℓ 드럼통으로 환산하면 2만 개 정도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대부분 2015년 3월부터 운영 중인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으로 보낸다. 

    가장 큰 문제는 방사능 오염도가 높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다. 현재로선 고준위 방폐장이 없어 갈 곳이 없다. 지난 40년 가까이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여러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에 임시로 저장해왔다.

    한수원은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나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인근 고리 2~4호기로 옮겨 임시로 저장해놓을 계획이다.

    2015년 6월 한수원이 고리 1호기 폐로를 결정했을 때부터 고준위 방폐장 건립 문제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2028년까지 과학적 지질조사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관련 대지를 정하고, 2053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절차’를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2009년 여야가 마련한 법적 근거에 따라 2013년부터 20개월간 활동한 사용후핵연료공동화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전 인근 주민들이 고준위 방폐장 건립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외면하면서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은 일종의 절차법이다. 사용후핵연료봉을 어떻게 저장하고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일정표를 담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마련 계획을 위한 법도 없이 고리 1호기 해체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 법이 있어야 다음 단계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4월 5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17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 모인 전 세계 원전 전문가들도 “원전이 지속되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 바 있다.

    고리 1호기 영구 정지와 해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원전 해체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3월 1일 현재 전 세계 34개국에서 총 447기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건설 중인 원전은 총 59기, 계획 중인 원전은 총 164기다. 노후 원전 160기가 영구 정지됐고, 이 중 19기의 해체가 완료됐다. 나머지 141기는 해체가 진행되거나 해체 준비 작업 중이다. 한수원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70조 원, 2050년에는 440조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해체 기술 선진국의 70% 수준

    현재 원전 완전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는 원전을 빠르게 도입한 미국(15기), 독일(3기), 일본(1기)뿐이다. 해체 관련 기술을 확보할 경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블루오션’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원전 해체 기술은 선진국의 70~80% 수준이다. 한수원은 1960년대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마크 2, 3’을 해체한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제염·절단·대지 복원 등과 관련한 기본 기술을 익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원전 해체에 필요한 핵심 기술 58개 가운데 분사연마 제염기술, 기계적 절단기술 등 41개를 확보했으며, 나머지 나노복합유기체 제염기술, 대용량 고방사성 폐액 처리기술은 2021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030년까지 총 6163억 원을 투입해 원전 해체 기술 확보에 나선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기술력이 앞선 나라들과 협업해 고리 1호기를 완전 해체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세계 원전 해체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수인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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