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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미컬슨 “봤지, 내 실력”

뛰어난 전략으로 디오픈 우승 감격…우즈와 ‘빅2’ 맞대결 양상 흥미진진

  • 주영로 스포츠동아 레저경제부 기자 na1872@donga.com

필 미컬슨 “봤지, 내 실력”

‘왼손의 제왕’ 필 미컬슨(43·미국)이 디오픈(The Open·브리티시오픈) 우승 트로피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으며 생애 다섯 번째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자 그의 승부수에 관심이 쏠린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미컬슨은 7월 21일(현지시간) 영국 뮤어필드에서 열린 제142회 디오픈 정상을 차지하며 개인 통산 42승(메이저 5승 포함)째를 신고했다. 미컬슨의 승부는 짜릿했고 감동적이었다. 그는 마지막 날 선두에 5타나 뒤져 있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역전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컬슨은 마지막 18번 홀 버디 퍼팅을 성공하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우승 순간, 그는 어김없이 가족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18번 홀 그린 주변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내 에이미와 세 딸을 품에 안고 기뻐했다. 이번 우승으로 잠시 멈춰 있던 타이거 우즈(38·미국)와의 1인자 경쟁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미컬슨은 세계랭킹과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상금랭킹에서 모두 2위로 뛰어오르며 우즈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미컬슨은 뛰어난 전략가다. 2006년 마스터스에서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색 전략을 들고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 미컬슨은 까다로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코스를 정복하려고 드라이버 2개를 들고 출전했다. 똑바로 치는 데 필요한 드라이버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페이드 샷(왼손잡이 기준)을 위한 드라이버를 들고 경기에 나선 것이다.

까다로운 오거스타 완전 정복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미컬슨의 전략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결과는 미컬슨의 완벽한 승리로 이어졌다. 그는 이 대회에서 합계 7언더파 281타를 쳐 팀 클라크(남아프리카공화국·5언더파 283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그의 전략은 완벽하게 통했다. 드라이버 2개를 들고 나온 미컬슨은 나흘 동안 파5 홀에서만 13언더파를 이끌어냈다. 이 효과적인 공략으로 그는 2004년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이후 2년 만에 다시 그린재킷 주인공이 됐다.

미컬슨은 디오픈에 19번이나 출전했다. 그러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주위에선 그의 경기 스타일이 링크스 코스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했다. 미컬슨은 2006년 마스터스 때처럼 자신만의 독특한 전략을 세웠다. 이번 대회 기간에는 아예 드라이버를 빼놓았다.

뮤어필드 코스는 페어웨이가 좁고 그린이 딱딱하다. 또 변화무쌍한 바람까지 수시로 불어 드라이버가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그는 웨지를 하나 더 추가해 5개를 들고 경기에 출전했다.

미컬슨의 전략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선수들은 대부분 티샷을 긴 러프에 빠뜨리며 고전했고, 그린을 놓쳤을 때 보기 또는 더블보기를 적어내며 타수를 쉽게 잃었다. 그러나 미컬슨은 달랐다. 65.38%에 달하는 스크램블링(그린을 놓쳤을 때 파 또는 버디를 기록한 확률)으로 타수를 지켜냈다.

또 있다. 로프트를 세워 2도로 만든 퍼터도 마술의 한 수였다. 일반적인 퍼터의 로프트는 3, 4도. 그러나 미컬슨은 그린 스피드가 느려 공이 잘 구르지 않을 것에 대비해 로프트를 세워 공이 잘 구를 수 있게 했다.

미컬슨의 이 두 가지 전략은 제대로 맞아떨어져 2013년 디오픈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하며, 19전20기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미컬슨과 우즈는 PGA 투어를 대표하는 흥행 보증수표다. 10여 년간 그들 앞에는 ‘빅2’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미컬슨은 늘 2인자였다. 한 번도 우즈를 뛰어넘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우즈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992년 데뷔한 미컬슨은 개인 통산 42승을 기록했다. 수준급의 성적표지만 통산 78승을 기록 중인 우즈에 비하면 그리 화려하게 보이지 않는다. 메이저에서도 미컬슨은 5승, 우즈는 14승으로 비교가 안 된다.

2009년 우즈가 불륜 스캔들로 추락하면서 황제 자리는 미컬슨 차지가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컬슨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루크 도널드, 리 웨스트우드(이상 잉글랜드) 등 유럽세에 밀려 황제가 되지 못했다. 올 초 PGA 투어에는 흥행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불을 지핀 건 우즈였다.

우즈는 1월 27일(현지시간) 끝난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출격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려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일주일 뒤 미컬슨이 열기를 이어받았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에서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플레이로 정상에 올랐다. 우즈와 미컬슨의 우승으로 PGA 투어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도 우즈가 한 발 앞서나갔다.

우즈는 3월 열린 WGC 캐딜락 챔피언십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에 이어 5월에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며 올 시즌에만 4승을 쓸어 담았다. 미컬슨도 힘을 냈다. 6월 열린 세인트 주드 클래식 준우승에 이어 US오픈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리고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서 일을 냈다.

가족 사랑 vs 스캔들 메이커

미컬슨은 디오픈 우승으로 세계랭킹 2위(8.56)로 상승했다. 우즈(12.46)를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역전의 기회를 엿본다. 상금랭킹에서도 우즈(615만 달러)가 1위, 미컬슨(476만 달러)이 2위로 추격 중이다. 2009년 이후 잠잠하던 ‘빅2’의 리턴매치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관심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8월 8~11일)에 쏠린다. 미컬슨이 메이저 연속 우승을 차지할 경우 우즈와의 간격을 더욱 좁힐 수 있다. 반대로 우즈가 우승하면 추격에서 벗어나 황제 자리를 곤고히 다질 수 있다.

코스에선 우즈를 뛰어넘지 못했으나 코스 밖에서의 생활은 미컬슨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2009년 11월 타이거 우즈는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다.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후 교통사고를 내면서 비밀스러운 사생활이 그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 충격적이었다. 우즈가 사귄 여성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자고나면 새로운 인물이 튀어나와 세상을 뒤흔들었다.

하루아침에 골프 황제에서 밤의 황제로 몰락한 우즈에겐 참혹한 시련이 기다렸다. 등을 돌린 건 팬뿐이 아니었다. 그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쥐어준 후원사들도 떠났다. 질레트, 태그호이어 등이 우즈 후원을 포기했다. 참담했다.

우즈는 마음이 떠난 아내를 붙잡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다. 심지어 섹스클리닉까지 찾아가는 정성을 보였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이듬해 8월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과 이혼했다. 순식간에 모든 걸 잃은 우즈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1년까지 우승 없이 보내며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우즈가 가정을 잃고 몰락한 반면 미컬슨은 늘 가정적인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미컬슨의 가족 사랑은 유명하다. 2009년 브리티시오픈 개막을 앞두고 그는 돌연 투어 일정을 취소했다. 아내 에이미가 유방암 진단을 받자 그의 곁에서 간호하겠다며 대회 출전을 포기했던 것. 이후 미컬슨은 3개월 동안이나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1999년 US오픈에서는 출산을 앞둔 아내가 걱정돼 무선 호출기를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섰다. 다행히 아내는 경기가 모두 끝난 뒤 딸을 출산했다. 미컬슨은 당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6월 US오픈에서도 미컬슨의 가족 사랑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을 앞두고 미컬슨은 대회장이 아닌 딸 어맨다의 졸업식장을 찾았다. 미컬슨은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로 날아가 딸의 졸업식에 참석한 후 US오픈이 열리는 필라델피아로 이동했다. 서부에서 동부까지 장장 3800km를 날아 새벽이 돼서야 골프장에 도착한 그는 3시간만 쉬고 곧바로 1라운드 경기에 나섰다.

디오픈 우승 순간에도 미컬슨은 가족과 함께했다. 세 딸과 함께 남편의 우승 순간을 지켜본 에이미는 “남편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간동아 2013.08.05 899호 (p62~63)

주영로 스포츠동아 레저경제부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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