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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감염병 환자 혈액 수혈용으로 공급 충격

대한적십자사 ‘20개 유닛’ 출고 후 부작용 추적 조사도 안 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법정감염병 환자 혈액 수혈용으로 공급 충격

법정감염병 환자 혈액 수혈용으로 공급 충격
대한적십자사(적십자사)가 법정 2군 감염병인 볼거리(유행성이하선염) 환자의 혈액을 각 의료기관에 수혈용으로 내보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유행성이하선염은 호흡기를 통해 옮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 고열, 두통, 구토 같은 증상을 보이며 귀밑 볼(이하선)이 붓는다고 해서 흔히 볼거리로 부른다.

볼거리는 소변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발병 사실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망률이 약 2%에 이른다. 예방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면역형성률이 낮아 국내에서는 각 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봄가을이면 유행하는 감염병 중 하나다. 실제 올 3월과 4월에도 각 학교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한 바 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본부장 조남선·혈액본부)의 ‘채혈 후 볼거리 발생 관련 혈액 공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4월과 5월 각각 1건씩 2건(환자 14명, 17유닛), 2011년 4월과 11월 각각 1건씩 2건(환자 2명, 3유닛) 등 볼거리 감염 환자의 혈액 가운데 혈소판 총 20개 유닛이 각종 병원 등 의료기관에 출고돼 환자에게 수혈된 것으로 밝혀졌다. 혈액본부 소속 각 혈액원은 헌혈한 혈액을 혈소판, 혈장, 적혈구로 분리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데, 혈소판은 보관 기한이 닷새밖에 되지 않아 혈액 안전성 검사가 끝난 즉시 출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사망률 2%에 이르는 볼거리

현행 혈액관리법은 볼거리를 포함한 모든 법정감염병에 대한 채혈을 금지한다. 혈액관리법 제2조와 제7조는 B형간염, C형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 한센병, 바베시아증, 샤가스병,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은 영구적으로 헌혈을 배제하며, 나머지 법정감염병은 급성기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종료 후 1개월간 헌혈을 일시적으로 배제하도록 한다. 말라리아(3년), 브루셀라증(2년), 성병(매독, 임질은 1년), 급성 B형간염(6개월) 병력자는 치료 종료 후 일정 기간 헌혈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B형간염, C형간염, 에이즈는 과거 헌혈 때 혈액검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헌혈자의 경우도 채혈 전 정보조회를 통해 헌혈을 배제하도록 규정한다.



이번에 유출된 볼거리 감염환자들의 혈액(혈소판)은 법정 2군 감염병으로, 혈액관리법상 채혈 금지 대상이지만, 헌혈 후 혈액검사 대상에선 제외됐다. 즉, 헌혈할 때 헌혈자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적십자사가 감염자인지 알 방법이 전혀 없는 셈이다. 적십자사는 볼거리 환자 혈액의 시중 출고와 관련해 이렇게 해명했다.

“이번에 출고된 혈액은 헌혈 이후 6~26일이 지난 후 해당 헌혈자가 볼거리 증상이 발생한 경우로, 헌혈 당시에는 볼거리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알 수 없었으며 남은 혈액(혈장과 적혈구)은 적십자사에 보관 중이던 것과 병원에 공급됐으나 사용하지 않은 혈액 28유닛은 모두 폐기했다. 따라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 정상 출고된 것이다.”

시중에 유출된 볼거리 환자의 혈액은 모두 전국 각지 고교에서 단체헌혈을 받은 것으로, 헌혈자 수만 854명에 이른다. 혈액본부는 자료에서 ‘헌혈 후 6일 후부터 10일 사이 학교 당국으로부터 당시 헌혈을 한 학생 중 볼거리 환자가 있음을 통보받고 이 사실을 즉시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로 보고하는 한편, 나머지 혈액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의료기관에 공급한 혈소판 20유닛은 환자에게 모두 수혈된 상태였다. 결국 적십자사의 주장은 헌혈 당시는 바이러스 잠복기라 실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볼거리임을 확인할 수 없었으며, 해당 혈액을 의료기관에 공급한 것은 불법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적 수혈감염 사례 없다”

법정감염병 환자 혈액 수혈용으로 공급 충격
하지만 우려스러운 점은 볼거리라는 감염병의 특성으로 미뤄 시중에 출고된 감염병 환자의 혈액이 20유닛에 그치지 않았으리라는 사실이다. 실제 4월은 각 학교에서 볼거리가 유행하던 시기다. 적십자사는 자료를 통해 ‘4월 3일 헌혈을 실시한 대구·경북 지역 모 학교의 경우 헌혈 학생 전체 161명 중 13명만이 볼거리에 감염됐다’고 보고했다. 과연 당시 볼거리에 걸린 학생이 13명뿐이었을까. 볼거리는 호흡기 매개 감염병이기 때문에 전염성이 매우 높은 데다 볼이 붓지 않으면 감기와도 구별되지 않으며, 아예 감기 증상조차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자도 많다. 13명보다 훨씬 많은 학생이 실제 볼거리에 걸렸지만 학교 당국이 알아채지 못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혈액안전감시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의 자체 조사 결과, 적십자사가 각 학교에서 헌혈을 한 과정과 혈액의 출고 및 수혈 과정에서 문제점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헌혈 전 미리 각 학교를 방문해 감염병 유행 여부 조사를 통해 증상을 가진 환자가 없음을 확인했고, 문진 때도 이를 확인했다. 현재 헌혈 후 혈액 선별 검사 항목에는 볼거리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헌혈 당시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볼거리 환자의 혈액이 출고되는 것을 막을 규정도,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현행 혈액관리법은 B형간염, C형간염, 에이즈, 한센병, 바베시아증, 샤가스병,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매독, 임질, 말라리아에 대해서만 효소면역검사법과 핵산증폭검사법을 통해 혈액에 바이러스가 포함된 경우 해당 혈액을 폐기하도록 규정한다. 나머지 법정감염병에 대해선 혈액검사를 강제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혈액본부 관계자는 “수혈에 의한 감염을 방지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수혈로 전파될 수 있는 모든 병원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검사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B형간염, C형간염, 에이즈 등 주요 병원체를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하며 이는 선진국도 대부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볼거리 환자의 혈액을 수혈한 다른 환자들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적으로 수혈자에 대한 추적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볼거리와 결핵, 신종인플루엔자 같은 호흡기 감염질환은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가 혈액이 아니기 때문에 수혈로 인한 감염 위험이 거의 없으며, 실제 전 세계적으로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결핵도 볼거리처럼 헌혈 후 발병 사실을 알려온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추적 조사는 하지 않았다. 호흡기 감염병의 수혈 감염 개연성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만약 호흡기 감염병 환자의 수혈 사례에 대해 부작용 추적 조사를 모두 한다면 헌혈과 수혈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볼거리와 결핵 등 호흡기 감염질환들은 질병관리본부가 분류한 감염성병원체의 수혈감염 위험도에서 가장 낮은 4등급이다.



주간동아 2013.08.05 899호 (p36~37)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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