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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 형제 뒤통수친 김원홍의 비밀

회사 돈 빼내 펀드 투자한 ‘키맨’ 대만서 체포…사건 전모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SK 형제 뒤통수친 김원홍의 비밀

SK 형제 뒤통수친 김원홍의 비밀
SK그룹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의 회사 돈 횡령사건(SK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8월 9일로 예정된 가운데 재판의 주요 인물로 등장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7월 31일 대만에서 체포돼 그가 재판에 끼칠 영향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김 전 고문이 그동안 자신의 행각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주목된다.

김 전 고문은 검찰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는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김 전 고문을 SK 사건의 배후조정 인물로 지목하고 구체적인 구실을 진술하면서 사건 전면에 등장했다.

최 회장 형제 투자금융 돌려막기

김 전 고문의 구실과 관련해 기자는 월간 ‘신동아’ 2012년 3월호에서 김 전 고문이 고액 연금보험 운용을 통해 최 회장 형제의 개인 돈과 회사 돈을 유용하고 수백억 원을 편취한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고문에 대해 체포영장을 받고도 그의 체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이젠 김 전 고문이 체포됨으로써 대만으로부터 신병인도만 제대로 된다면 검찰의 기소내용도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선고공판도 연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 밝힌 주장을 종합하면 김 전 고문은 이 사건을 기획하고 주도한 키맨(Key Man)이다. 또한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대표에게 가진 절대적인 영향력을 악용해 실체적 진실을 가리고 개인 잇속을 챙긴 정황도 속속 드러난다. 주가와 환율 등에 정통하고 분석력이 뛰어나 최 회장의 경제 분야 조언자가 됐고 최 회장이 선물투자를 맡기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최 회장 형제가 사기를 당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재판 과정에서 ‘신동아’ 2012년 3월호의 보도는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김 전 고문은 김 전 대표를 통해 최 회장에게 펀드를 조성하게 한 뒤 조성된 펀드자금을 당초 목적인 선물투자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거액의 보험료를 내는 데 대부분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김 전 고문은 정상적이고 정직한 투자전문가가 아니었던 셈.

김 전 고문은 김 전 대표를 통해 펀드를 조성할 당시 고액 연금보험 업계의 황태자로 등극한 상황. ‘신동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보험설계사이자 고객이 되는 ‘자기계약’ 방식으로 영업했는데, 매달 내는 보험료가 37억 원에서 100억 원에 달할 정도였다. 그는 김 전 대표로부터 받아낸 회사 돈과 최 회장 형제의 개인 투자금을 선물옵션에 투자하지 않고 보험료로 냈고 얼마 후 해약해 인센티브를 챙기기 바빴다. 그 금액이 200억 원에서 4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펀드를 조성하기 직전인 2008년 9월 김 전 고문이 내야 할 누적 보험료는 100억 원이었고, 10월 110억, 11월 123억, 12월 131억 등 464억 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 시기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에게 2008년 6월까지 선물옵션 투자금을 보내다가 더는 투자하지 않게 된다. 그간 최 회장이 보내준 투자금을 보험료 납부에 활용해오던 김 전 고문으로선 자금 경색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전 고문이 김 전 대표에게 요구한 자금이 이 시기 납부해야 할 보험료 464억 원과 비슷한 규모인 500억 원이었고, 실제 보험료 지급에 사용했다는 점은 김 전 고문이 선물투자가 아닌 보험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자금 조성을 유도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최 회장 형제는 개인자금 투자 당시는 물론, 지난해 1심 재판 때도 김 전 고문을 만나 투자금을 반환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 이전에는 최 회장이 투자금 반환을 요청할 때마다 김 전 고문은 “조금만 기다리면 돌려줄 테니 한 번만 더 믿어달라”며 자신이 운영했던 투자금 수익 실적, 거액이 든 통장을 보여주면서 안심시켰다는 것. 하지만 2심 재판 과정에서 김 전 고문이 최 회장 형제의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주려고 돌려막기 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문제가 된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자금 450억 원도 마찬가지. 김 전 고문은 1~2개월만 쓰고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변제일이 되자 좀 더 기다려달라며 계속 시기를 미뤄왔다는 게 2심 변호인단의 주장이다. 반환 날짜가 기약이 없어지자 유출된 펀드자금은 저축은행 대출금으로 메웠고 이것이 문제가 돼 검찰 수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김 전 고문은 최 회장 형제의 기존 투자금을 다른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수익금으로 돌려막는 데 사용했고, 펀드자금 450억 원은 쌈짓돈처럼 자기 맘대로 운영한 것이 확인되면서 최 회장 형제는 김 전 고문에게 이용당한 피해자, 김 전 고문은 이들을 활용한 금융 사기꾼이라는 게 항소심 변호인단의 핵심 주장이다.

김 전 고문은 검찰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본인이 져야 할 책임을 최 회장 형제와 김 전 대표에게 모두 미뤘다. 법정에서 공개된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형제, 김 전 대표 간 녹취록에 따르면 그는 최 부회장에게 “내 책임을 대신 지게 해 미안하다. 누명을 벗게 해주겠다” “대법원 가면 다 무죄다. 내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김 전 고문은 이 사건의 주역이 자신임을 인정하면서 진상을 밝히는 데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김 전 고문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도 최 회장을 속였다. 최 회장에게 “2012년 6월까지 기다려주면 법원에 나가서 해명하고, 투자금도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말로만 그쳤다. 결국 최 회장은 지난해 1심 재판 도중 대만으로 날아가 김 전 고문을 만나 약속을 지킬 것을 또 한 번 요청했지만 김 전 고문은 진실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최 부회장도 김 전 고문을 여러 차례 찾아가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 심지어 항소심이 종반부로 향하던 7월 초에도 대만에서 김 전 고문을 만나 법정에 증인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지만 원하는 답은 얻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 “펀드 출자 진행 인정”

SK 형제 뒤통수친 김원홍의 비밀

‘신동아’ 2012년 3월호에 나온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보험 사기행각 관련 기사. 대부분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최 회장 형제는 이번 재판을 통해 김 전 고문의 실체를 알게 됐고, 그와 잘못된 관계를 유지한 일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후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실제 지인들에게 “결국 사기를 당했는데 참담했고 이를 스스로 인정하기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부회장도 “재판 과정에서 김 전 고문을 찾아가 법정에 출석해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그가 거절하는 것을 보고 많은 좌절감을 느꼈다”며 “짧은 생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최 회장 형제가 김 전 고문과 관계를 단절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번 재판의 목적은 유무죄를 가리는 것도 있지만 김 전 고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있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7월 29일 최후 변론에서 김 전 고문의 부탁과 강권에 의해 펀드 출자를 진행했다고 인정했다.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펀드 출자가 진행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전 고문의 체포로 항소심에서 450억 원 펀드자금 조성과 인출을 주도한 사람이 실제 누구인지 최 회장 형제와의 공방이 예상된다. 하지만 최 회장 형제의 진술이 일관성이 있는 데다 김 전 고문의 사기행각에 대한 검찰의 보험업계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공산이 크다. 만약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을 펀드 횡령 주범으로 판단하게 되면 최 회장은 그간의 억울함을 풀 수 있다. 과연 항소심 재판부는 어떤 판단을 내릴까.



주간동아 2013.08.05 899호 (p34~35)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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