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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장외투쟁’한다고 민심 돌아올까?

궁지에 몰린 민주당 안팎서 한숨…전략 부재 여전 국민 피로감만 가중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장외투쟁’한다고 민심 돌아올까?

‘장외투쟁’한다고 민심 돌아올까?

8월 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에서 민주당 의원총회를 마친 김한길 대표와 의원들이 시민들에게 정책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국조)를 둘러싸고 여야가 전면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나섰고,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조를 포기하는 자폭행위”라며 국조 무산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7월 31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은 분노하고 민주당의 인내력은 바닥이 났다”면서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국정원 대선(대통령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과 국정원 개혁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해 국민과 함께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을 직접 맡으며 원내외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이끌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민주당이 투쟁 깃발은 들었지만 해는 서산을 넘어가는 형국이다.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의혹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함께 다룬 새누리당의 전략에 깊숙이 말려들면서 전략 부재를 노출했다. 당내 친노(친노무현), 비노(비노무현) 인사들의 제각각 발언과 이른바 국조 특위위원인 신강경파와의 갈등으로 내상을 입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장외 투쟁이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고육지책이지만 타이밍이 늦었다”는 한숨이 새어나오고 있다.

먼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은 국가안보를 지켜야 할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고, 경찰이 이를 은폐했다는 검찰 수사가 나온 만큼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과는 별개 사안으로 처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3월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과 병행해 국조를 이끌어낸 만큼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호재였지만, NLL 논란에 스스로 몸을 던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국 주도권 쥘 호재가 악재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논란이 불거진 6월 17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며 대선 이후 이 문제를 재점화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원이 우리 편이라면 원세훈 전 원장이 NLL 대화록만 공개했으면 되는데 댓글이나 달고 있었겠느냐”며 NLL 문제와 국정원 대선 개입을 함께 다루기 시작했고, 국정원이 보관 중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 열람을 시작으로 NLL 정국을 만들어나갔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강조한 박 의원의 말이 예상치 않게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진위 논란으로 번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민주당 박영선 자살골’이 급속도로 퍼졌다. 야당으로선 별개 사안이었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먼저 다뤘어야 했지만 박 의원의 문제 제기로 정국은 NLL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박 의원이 자살골을 센터링했다면,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강슛으로 자살골을 완성했다.

6월 20일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 등이 NLL 대화록 발췌본을 열람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자 문 의원은 다음 날 긴급 성명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원문 전문을) 공개하자”고 주장해 새누리당이 던진 미끼를 물어버렸다. 문 의원은 정계은퇴라는 배수진까지 쳤다. 이후 노무현 청와대가 대화록 원본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하나둘 나오면서 수세에 몰렸고, 문 의원은 “이쯤에서 논란을 접자”고 했지만 당에서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자충수도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지칭한 ‘귀태(鬼胎·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발언’과 이해찬 상임고문의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당신 발언’은 NLL 논란에 지긋해하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 청와대까지 야권 공격에 나서면서 NLL 전쟁은 가열됐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SNS에서 ‘박영선 자살골’ 논란을 보면서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도대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임했는지 의심스러웠다. 문 의원 처지에선 참여정부가 NLL을 포기했다는 말에 억울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대화록 공개와 정계은퇴까지 주장한 것은 새누리당의 국정원 대선 개입 물 타기 전략에 말려든 거 같다. 한 달 반가량 NLL 문제로 허송세월하지 않았나. 이건 박영선 자살골이 아니라 민주당 자살골이다.”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내부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민주당 조경태 최고위원이 7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해 NLL 논란은 이제 끝내자”는 문 의원에 대해 “무책임의 극치로,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 당 지도부는 특정 계파의 들러리가 되지 마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정세균 상임고문이 “등에 칼을 꽂지 마라”고 맞받았고,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도부의 여야 대표회담 추진에 “민주당은 속아선 안 된다. 일치단결해 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처음부터 국조와 NLL 분리했어야

‘장외투쟁’한다고 민심 돌아올까?

7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특위) 첫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위원들이 민주당 진선미, 김현 의원의 특위위원 자격을 문제 삼으며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략 컨트롤타워인 최고위원 간 자중지란 모습도 끊이지 않았다. 조경태, 우원식 최고위원은 국정원 특위 공개 여부를 놓고 김 대표 앞에서 삿대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생을 위한 국회, 을을 지키는 국회’를 표방한 김한길, 전병헌 지도부는 민생도 국조도 모두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장외투쟁 출사표를 던진 것도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이다. 이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데다 국조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시들해져 장외투쟁이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7월 26일 “NLL 논란 종식”을 선언하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회담 제의를 받아 화해 무드를 연출해놓고 닷새 만에 거리에 나서기로 한 것도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김 대표로선 한편으로 당 장악력을 높여 갈등은 봉합할 수 있겠지만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개혁 같은 어젠다로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국민이 지긋지긋해하지 않나. 경제나 안보 이슈도 아니고…. 처음부터 이 문제는 NLL 포기 의혹과는 별도로 국조를 진행했어야 했다.”

새누리당도 야당과 국민에 약속한 국조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국조는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과 경찰의 은폐 실상을 밝히는 자리인 만큼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필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들이 불출석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내용에 합의해달라는 민주당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국정원 전·현직 직원은 기밀 누설을 할 수 없다는 ‘국정원법’을 핑계 삼아 불출석하면 알맹이 없는 국조가 되는 것은 자명하다.

여기에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당연히 공개해야 할 국정원 기관보고를 비공개로 하자고 주장하면서, 특위위원 자격 문제로 시간을 끌었고, 또 휴가기간이라는 이유로 국조 일자를 사실상 3일로 한정해 최대한 책잡히지 않으면서 국조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털고 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부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쨌든 국조에 뜻이 없는 새누리당과 여당에 끌려 다니며 전략 부재를 노출한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이라는 본질은 외면한 채 국민의 피로감만 높이고 있다.



주간동아 2013.08.05 899호 (p8~9)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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