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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최의 ‘남자, 여자, 그리고 섹스’

매번 오르가슴 느끼는 놀라운 비법

국제결혼 커플의 性

  • 마야 최 심리상담가 juspeace3000@naver.com

매번 오르가슴 느끼는 놀라운 비법

이튼(28·가명)과 사비나(30·가명) 부부 사례가 내게 이관돼온 것은 전적으로 이튼의 한국말이 서툴러서였다. 결혼 1년 7개월 차인 이 부부는 부부상담을 받고도 관계가 좋아지지 않으면 이혼할 계획이었다. 이튼은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사회학을 전공한 사비나가 영국으로 여행 갔을 때 이튼을 만났고, 둘은 열렬히 연애한 끝에 한국에서 결혼했다.

이혼하더라도 건강하게 할 거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사비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펑키파마로 머리를 부풀린 집시 룩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모 대학 영문학과에서 강사로 일하는 이튼은 동그란 안경을 코에 걸친, 창백하고 학구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손에 낡은 영문 페이퍼북을 들고 있었다.

부부상담은 두 파트로 나뉜다. 각각이 하는 개인 상담과 커플 상담이다. 상담은 사비나, 이튼, 커플 상담 순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이혼하자고 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사비나는 한숨을 폭 쉰 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그런 다음 천천히 고개를 내리고 “결혼 후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낀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영국에서 연애하던 6개월 동안은 둘이 박물관을 둘러보다가도 섹스를 하고 싶어 집으로 돌아올 정도였고, 이튼과의 섹스가 매번 설 으며, 5번 가운데 4번은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한다. 오르가슴이 뭔지도 모르고 평생을 사는 수많은 한국 여성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얘기를 사비나는 스스럼없이 했다. 사비나는 당돌하고 당찬 여자였다. 당황스럽긴 했어도 맞는 말이었다.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섹스 횟수나 애무, 체위가 바뀐 것도 아니에요. 이튼도 결혼한 지 3개월쯤 되자 이상하다고 느꼈나 봐요. 조심스레 묻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대답했고요. 이튼도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모두 허사였어요.”

연애시절 그들이 섹스를 하던 곳이 주로 사비나의 하숙집이었으니, 그 방의 구조와 조명을 그대로 연출할 것을 권했다. 사비나는 적극적으로 따라줬다. 그러나 효과가 없었다. 섹스를 하는 날은 영국에서 주로 먹던 음식을 해먹을 것을 권했다. 그것도 소용없었다. 사비나도 나도 맥이 빠진 상황에서 이튼의 상담을 시작했다.

연애시절 하숙집과 방의 조명

이튼이 온 날 사비나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던졌다.

“사비나가 결혼 후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다는군요. 충분히 이혼사유가 됩니다.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튼은 정중하게, 그러나 숨김없이 말했다. 한국 전통윤리관에서 벗어난 이 젊은 커플은 자연스럽게 여자의 오르가슴에 대해 말했고, 일방의 불만족스러운 성생활이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처럼 솔직하고 개방적인 커플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튼의 상담을 진행할 때마다 그의 가족력을 살피고 독신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검약하고 성실한 부모 밑에서 외동아들로 컸다. 한두 번 가볍게 연애를 해봤고, 사비나를 만나 처음으로 열렬히 사랑했다.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이튼이 즐겨 마신다는 티를 한 잔 우려내 발코니로 나갔다. 그리고 이튼과 사비나 부부의 말을 되짚어봤다. 상담을 마치고 이튼이 일어설 때 손에 든 책의 제목이 뭐냐고 물었다. ‘마르크스 평전’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사비나와 사랑에 빠질 즈음엔 서로의 이상과 신념에 대해 밤새 토론을 해도 지치지 않았다고 했다. 말을 하던 이튼이 반짝 웃다 다시 쓸쓸한 표정이 돼 문을 나섰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어느 틈엔가 남편이 맥주 캔을 든 채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자기네 회사에 영국인 있지? 한국 여자랑 결혼했다는 톰인가? 그 부부는 어떻게 살아?”

“왜? 혹시 이관돼왔다는 그 상담 때문이니? 사람들에게 할 질문이 있고 해선 안 될 질문이 있어. 그건 프라이버시에 관한 거야. 그냥 편히 해. 국제결혼 부부상담은 네 전문이잖아. 그리고 내담자는 본토인도 아니고 교포라며?”

“그래서 문화 정체성이 더 복잡할 수도 있다고. 이번 사례는 나도 잘 모르겠어. 아이도 없고 아직 젊고 자기주관도 뚜렷하니 건강하게 이혼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해.”

“국제결혼 커플이라고 해서 너무 문화적 차이에만 중점을 두고 상담하는 건 아니니? 너도 전형적인 한국 여자는 아니잖아. 나랑 살면서 문화적 차이를 거의 못 느낀다고 네 입으로 말하기도 했고. 국경, 민족, 문화, 언어를 뛰어넘어 만난 커플이라면 문화적 차이가 있다 해도 그것이 큰 걸림돌은 안 될지도 몰라. 뭔가 다른 이슈가 있을지도…. 너 혹시 영어가 달려 잘 안 되는 거 아냐? 하하, 농담이야.”

인도인 남편과 살면서 문화 차이를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왜 나는 이튼과 사비나의 문제를 문화 차이에만 끼워 맞추려 했을까. 옹골차게 자신의 성 권리를 주장한 사비나를 당당한 여성이라고 보면서도 한편으론 오르가슴이 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헌신하며 사는 숱한 한국 여성을 떠올리며 사비나에게 깊은 애정을 갖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얼굴이 확 붉어졌다.

“우리는 달라요. 저는 정돈된 것을 좋아해요. 이튼은 책을 읽을 때 여러 권을 빼서 주변에 늘어놔요. 차를 우려 마시고 또 새로운 잔에 차를 우려 마셔서 제가 집에 들어갈 때쯤이면 거실 탁자 위에 찻잔만 네댓 개가 어지러이 놓여 있어요. 또 저는 야외활동을 좋아해요. 외식도 좋아하고요. 이튼은 집 안에 콕 들어박혀 책을 읽거나, TV로 테니스 경기를 보거나, 혼자 체스를 두죠. 보고 있으면 열불이 터져요. 참, 별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네요.”

얼굴이 붉어진 사비나는 말을 멈췄지만 분한 눈치였다.

매번 오르가슴 느끼는 놀라운 비법
손 잡는 순간부터 섹스 시작

“연애할 땐 박물관도 잘 갔다면서요?”

“그럼요. 박물관, 미술관, 셰익스피어 본가, 버킹엄궁, 트래펄가 광장, 포토벨로 마켓…, 영화 ‘노팅 힐’ 촬영지 있잖아요?”

사비나가 두 손을 맞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런 곳을 돌다 집에 가서 섹스하고요?”

사비나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지냈어요? 미스터 마르크스.”

나는 이튼의 무릎에 올려진 책을 턱으로 가리켰다. 이튼이 소리 내어 웃었다. 상담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계가 풀어진 틈을 타 결혼 후 아내와 야외활동이나 외식을 왜 안 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결혼은 연애와 다르며, 생활을 안정시키고 아이도 낳으려면 절약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음 상담 전까지 야외 데이트를 한 번 이상 하라고 과제를 내줬다. 너무 단호하게 권해 이튼이 살짝 놀란 눈치였다.

다음 상담시간에 이튼은 사비나의 손을 꼭 잡고 들어왔다. 둘이 같이 오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두 사람 얼굴이 싱글벙글했다.

“선생님, 3번 섹스해서 3번 다 오르가슴을 느꼈어요.”

사비나가 홍조 띤 얼굴로 말했다. 웃음을 한가득 지은 표정으로 그녀 얼굴을 바라보던 이튼이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바보 같은 미스터 마르크스는 섹스가 인터코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손을 잡은 채 공원을 걷고 눈길이 엉키는 순간부터 미즈 마르크스의 섹스는 시작되더라고요. 미즈 마르크스의 섹스 머리 부분을 잘라버렸으니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었겠어요?”

여자의 섹스는 손잡고 걷고, 눈길이 엉키며, 말이 섞이는 그 시점부터 시작된다는 미스터 마르크스의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주간동아 2013.07.22 897호 (p38~39)

마야 최 심리상담가 juspeace3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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