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0

2013.06.03

한옥의 美, 가구의 品格

한국가구박물관, 조선의 생활문화와 아름다움 담아내

  •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글=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3-06-0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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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옥의 美, 가구의 品格
    서울 성북동 북한산 자락.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8264.5㎡(약 2500평) 대지 위에 한옥 열 채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정미숙(64) 관장이 평생을 바쳐 일군 한국가구박물관이다.

    한국 최초 여성변호사 이태영 박사와 8선 의원을 지낸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 부부의 막내딸인 정 관장은 1960년대부터 조선시대 가구를 수집해왔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사라져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을 보존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95년부터는 이 수집품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전시장 짓기에 매달렸다. 우리 가구는 한옥 안에 있어야 제대로 이해되고 감상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전국 각지의 아름다운 옛집을 옮겨 짓기 시작한 것. 창경궁 일부가 헐릴 때 가져온 기둥과 기와를 살려 다시 지은 궁채, 순정효황후가 살던 집을 옮겨 지은 사대부집 등 저마다 깊은 이야기를 담은 한국가구박물관 내 한옥 열 채는 이 박물관의 우아한 전시장이다. 각각의 집채 안에 정 관장은 역시 그만큼의 세월을 품은 조선시대 목가구를 채워 넣었다. 사대부집 사랑에 놓인 검박한 서안과 누마루 한 편의 가지런한 문갑은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양 멋지게 어울린다. 이렇게 그가 조선시대 생활문화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내는 데는 15년 넘게 걸렸다.

    한구가구박물관의 아름다움이 처음 알려진 건 입소문을 통해서다. 정식 개관도 하기 전부터 성북동에 있는 외국 공관 관계자들이 알음알음 다녀갔고,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당시엔 정상 배우자들의 오찬 행사를 이곳에서 열었다. 이후에도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국빈방한한 우루과이 대통령 부부와 이곳을 방문하는 등 해외 VIP의 방문이 이어졌다. 정 관장이 이 공간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건 지난해 가을부터다.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문의 02-745-0181.

    한옥의 美, 가구의 品格
    한옥의 美, 가구의 品格
    한옥의 美, 가구의 品格
    한옥의 美, 가구의 品格
    한옥의 美, 가구의 品格
    1, 2 한옥과 나무, 샘 등이 어우러진 한국가구박물관 전경.

    3 한국가구박물관 한옥들은 이른 새벽 처음 길어 올린 샘물로 씻어낸 듯 정갈하고 단아한 멋을 풍긴다.



    4 조선시대 목가구와 자기 등이 어우러진 한국가구박물관 전시실. 관람객들은 안내자와 함께 이 방에 들어가 보료에 앉아보는 등 조선시대 삶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5 이제 곧 손님을 맞을 듯 나란히 놓인 소반들. 화이트월로 둘러싸인 전시장에서는 작고 초라해 보일 수 있을 소반이 원래 자리인 한옥 안에 놓이자 소박한 아름다움이 살아난다.

    6 십장생 무늬를 넣은 사대부집 굴뚝.

    7 사대부집 대청마루에 앉으면 마당에 둘러선 소나무와 돌담 너머로 멀리 남산이 보인다.

    8 한국가구박물관 지하 전시실에 전시된 다양한 재질의 조선시대 목가구들.

    9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때 정상 부인들의 오찬 행사장 으로 사용한 궁채 실내.

    10 정미숙 관장이 직접 가꾼 한옥 내부는 정갈하면서도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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