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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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인 재계 “CJ 다음은 누구?”

검찰 비자금 본격 수사에 기업들 촉각 곤두세워

  • 김성배 내일신문 사회부 기자 ben71@daum.net

    입력2013-05-27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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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죽인 재계 “CJ 다음은 누구?”

    1 2008년 1월 25일 삼성특검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왼쪽). 2 5월 21일 해외계좌를 통해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CJ그룹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수사관들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검찰이 CJ그룹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칼을 빼들었다. 기업 비자금은 물론 오너들의 차명재산을 추적해 지하자금을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 계획을 밝힌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 CJ그룹 외에 다른 재벌기업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점쳐진다. 추가 수사 대상에 H그룹과 L그룹이 올랐다는 소문도 확산되고 있다.

    CJ그룹 비자금 수사는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는 이 회장이 탈세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하는 차명계좌가 수백 개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사정당국에서는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1조 원대로 추산한다.

    해외 차명계좌로 주식 매입

    검찰은 5월 21일 CJ그룹 본사와 임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해 관련 서류를 확보하고, 22일에는 CJ그룹을 세무조사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검찰이 당시 수사자료와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한 것은 이 회장의 누락된 차명재산을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이 회장 측이 2008년 홍콩의 한 법인 명의로 70억 원에 달하는 CJ그룹 주식을 매입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인은 CJ그룹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숨겨온 거액의 돈을 국내로 들여오려고 활용한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이 회장 측이 제3의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비자금 일부를 국내로 들여오려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고, 다시 이 해외법인을 거쳐 차명으로 CJ그룹 주식을 대량 매입해 보유했다는 것이다.

    CJ그룹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CJ 해외법인 2곳이 비자금 조성을 위한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에 대해 “두 법인은 CJ그룹이 자체 설립한 회사가 아닌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딸려온 회사로, 조세회피 목적이나 비자금과 무관하다”고 5월 22일 해명했다.

    이 회장의 비자금은 2008년 회사 재무팀장이던 이모(43) 씨의 살인청부 사건으로 드러난 바 있다. 경찰은 이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관리하던 차명계좌 수십 개를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CJ그룹 계열사 직원 40명 명의로 계좌 40개를 관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 소유의 이 차명재산은 판결문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서울고등법원은 이씨의 항소심 판결문에서 “이씨가 자신이 관리한 차명재산이 수천억 원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했고, 이 회장이 낸 차명재산 관련 세금이 1700억 원이 넘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 회장 측은 “삼성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 회장에게서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자금 의혹은 CJ그룹이 국세청에 양도세 등을 자진납세하면서 수그러들었다. 검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면서까지 당시 자료를 확보하려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검찰 수사선상에서 줄타기를 했다. 이 회장은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세 차례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의 국세청 세무조사를 천 회장이 일부 무마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서가 없어 사법처리까지는 되지 않았다.

    이 회장이 여러 차례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범죄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던 이유는 극히 일부 인사만 재산관리에 가담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회장의 차명재산 실체는 이 전 재무팀장과 신모 전 부사장, 성모 부사장 등 극히 일부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도 그들에 주목해 이씨와 성 부사장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숨죽인 재계 “CJ 다음은 누구?”
    검찰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의 탈세 혐의를 추적하고 있으며, 탈세 경위나 방법 등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회장 남매들이 해외법인을 만들고 CJ그룹에서 이들 업체를 지원한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CJ그룹 압수수색 영장에 이 회장 일가의 배임 혐의를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회장과 누나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 동생이자 CJ 계열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이재환 대표 등 삼남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배임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경제계에 파괴력 있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오너 일가의 차명재산과 함께 일가족의 개인회사를 지원한 의혹을 받는 다른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사정 신호탄 쐈나

    CJ그룹 수사 이후 검찰의 칼끝은 다른 재벌기업으로 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CJ그룹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이 서미갤러리 같은 유명 화랑에서 고가 미술품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에 따라 서미갤러리와 거래한 기업들에 대한 추가 수사도 예상된다. 서미갤러리 탈세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미 홍송원 대표를 소환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원곤 부장)는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탈세 혐의로 소환해 자금거래 내역과 미술품 계약 과정 등을 집중 조사했다. 홍 대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고가 미술품을 판매한 뒤 세금계산서를 고의로 누락하고 매출액을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수법으로 법인세 32억여 원을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홍 대표는 대기업 오너들의 부인과 친밀한 관계를 통해 고가 미술품을 거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에는 삼성과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거래하면서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자금세탁을 도와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J그룹도 서미갤러리로부터 1400억 원에 달하는 미술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금이 다시 CJ그룹 측으로 흘러들어가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것으로 보고, CJ그룹의 미술품 거래 명세를 조사 중이다.

    서미갤러리의 연 매출 규모는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화랑업계 선두권 갤러리들이 200억 원대라는 점에서 서미갤러리의 영업방식과 매출구조는 의심의 눈총을 받아왔다. 서미갤러리는 저축은행 사태 때도 거론됐다. 2010년 12월 홍 대표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그림을 담보로 돈을 빌려 솔로몬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그 밖에 서미갤러리와 관련 있는 H기업과 또 다른 H기업, S기업 등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를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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