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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리금융 회장 ‘민영화 예스맨’ 0순위

3파전 양상 이덕훈-추진력, 이종휘-신중함, 이순우-영업통

  •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우리금융 회장 ‘민영화 예스맨’ 0순위

우리금융 회장 ‘민영화 예스맨’ 0순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지주 본사 건물.

4월 6일 저녁 각 언론사 금융담당 기자들의 일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날 우리금융지주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차기 회장 후보 공모를 위한 서류접수를 마감한 직후 지원자들의 신원 파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명단 확보도 어려웠지만 개별 지원자의 면면을 알아내는 일 또한 쉽지 않았다. 게다가 지원자로 알려진 수만 13명에 이르렀다. 그중 우리은행장을 지낸 이덕훈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PE) 회장과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 그리고 조동성 서울대 교수 등은 이미 알려진 인물이지만 나머지는 그다지 노출된 인물들이 아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의 위상이나 무게, 정부가 갖는 관심도로 볼 때 시쳇말로 ‘어중이떠중이’가 달려들 자리가 아니지만, 지원자 수는 한 개 축구팀을 간단히 넘겨버렸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지주의 한 고위임원은 회장 공모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전했다. 스스로 전문성과 경력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일단 출사표를 던지고 본다는 것. 이 임원은 “이런 식으로 언론에 이름이 언급되는 것 자체를 노리는 사람도 있다”며 “계속해서 하마평에 오르내리면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아니더라도 다른 금융사의 사외이사 같은 각종 자리에 후보로 오를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봉 10억 훌쩍…권한 재벌총수 못잖아

물론 13명이 역대 최고 지원자 수는 아니다. 2004년에는 15명이나 지원했다. 2008년에도 8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가 경합을 벌였다. 다만 2011년에는 당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현직 프리미엄에 이명박 정권의 후광을 업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지원자가 4명에 그쳤다.

어쨌든 우리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이처럼 경쟁이 과열되는 이유는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이 여느 재벌그룹 총수 못지않게 막강하기 때문이다. 10억 원을 훌쩍 넘는 연봉에 상당액의 업무추진비와 골프회원권, 전용 고급차량, 운전기사 등을 제공받는다. 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선임 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헤드헌팅 회사들의 적극적인 중개도 작용한다. 헤드헌팅 회사들은 추천한 후보가 회장에 선임돼 취임하면 첫 1년간 받는 연봉의 15% 정도를 수고비로 받는다. 그만큼 유력한 후보군을 많이 확보할수록 수고비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금융 회장 ‘민영화 예스맨’ 0순위
이 같은 헤드헌팅 회사들의 과도한 영업행위로 처음에 공모 지원자에 포함됐던 조동성 교수는 공모 마감 바로 다음 날 지원을 철회했다. 조 교수는 지난해 초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비대위원 겸 인재영입위원장을 한 경력 때문에 이번 공모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조 교수는 이에 대해 “헤드헌팅 회사 두 곳으로부터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추천하고 싶다’는 연락이 와 사양했는데도 후보군에 올라갔다”며 등록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이 회장 후보군에 등록된 일 자체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이덕훈 대표, 이종휘 위원장, 이순우 행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 자리를 놓고 사실상 ‘3파전’을 벌이리라고 본다. 세 사람 모두 우리은행장 출신으로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데다, 노조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아 향후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할 때 조직원을 잘 다독일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 같은 공통점에도 세 후보 모두 각자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이덕훈 대표는 강한 추진력으로 업무를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할 당시인 1999년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주도적으로 활동했고,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후에는 적자상태였던 우리금융을 3년 연속 대규모 흑자로 이끌었다. 1949년 서울 출생으로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퍼듀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회생활은 1986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시작했으며, 이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금융개혁위원회 행정실장 등을 거쳤다.

세 사람 모두 우리은행장 출신 예측 불허

다만 대학원 시절 박 대통령의 조교 구실을 한 인연이 의외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나 정부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4월 KDB금융그룹 회장에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전 중앙대 교수를 임명해 “연속해서 서강대 출신을 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하면 정권이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이 대표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종휘 위원장은 신중한 스타일이다. 과거 그를 몇 차례 만나 업무를 조율한 경험이 있는 KB국민은행의 한 부행장은 “돌다리도 10번은 두드려 보고 건널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과 합병 직후 경영기획본부 담당 부행장과 수석부행장을 맡았다. 업계는 그가 2007년 11월 우리투자증권 상임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 곧 잊힐 인물이 되리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2008년 6월 우리은행장으로 금의환향해 2011년 3월까지 임기를 다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우리은행에서 일하는 시절에도 승진이 빠르지 않았다”며 “노력에 비해 관운이 따르지 않는 스타일이었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일하던 인물”이라고 평했다.

이순우 행장은 이종휘 위원장 후임으로 행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대구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1977년 상업은행에 입행한 뒤 2004년 부행장,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수석부행장으로 일했다. 우리은행의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별다른 배경 없이 행장직까지 오른 실력파로 꼽힌다. 우리은행의 한 부행장은 “이 행장은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 장악력이 좋다”며 “정치색이 짙은 우리은행 노동조합(노조)과 무난한 관계를 이끌어왔다는 점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세 후보 가운데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를 잡음 없이 잘 이끌어낼 사람이 선임되리라는 관측이 강하다. 금융당국의 민영화 의지를 수용하면서도 노조와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무난하게 민영화를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적임이라는 것.

민영화 칼자루를 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의중도 다르지 않다. 신 위원장은 4월 8일 한국금융연구원·한국금융학회 주최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기조와 과제’ 세미나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에 대해 “우리금융 민영화에 확실한 철학을 가진 분이 와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 위원장의 말은 당국 철학을 반영한 ‘민영화 맨데이트(mandate·지시)’를 잘 따라줄 인물을 선호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회추위는 10일 3차 회추위를 열어 개별 면담을 가졌고, 23일 4차 회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주간동아 2013.05.13 887호 (p14~15)

박신영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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