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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골목으로 들어오는 日 외식업체

도시락·라멘·회전스시 전문점 등 한국 진출 공격적 행보

  •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골목으로 들어오는 日 외식업체

골목으로 들어오는 日 외식업체

마루가메제면 서울 홍대점 모습.

외식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손님 발길이 줄어 힘겨워하는 외식산업에 대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면서 프랜차이즈업계의 신규 출점에 제한이 가해졌다.

이런 와중에 규제에서 자유로운 일본계 외식업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외식시장을 일본 업체에 고스란히 내주게 됐다”는 불만이 TV 뉴스와 유력 일간지 및 경제지를 통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정말 일본 외식기업의 한국 진출이 우리나라 외식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최근 2~3년 사이 일본 외식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두드러진 건 사실이다. 일본 도시락업계 1위인 도시락전문점 호토모토는 지난해 6월 서울 압구정동에 1호점을 낸 후 지금까지 수도권 지역에 점포 3개를 개점했고, 6월부터 본격적인 가맹점 모집에 나선다. 일본 글로벌 외식기업 와타미그룹도 정통 일본식 레스토랑인 와타미 강남 1호점을 열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본고장 맛으로 소비자 공략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200개 이상 체인점을 운영하는 회전스시 전문점 갓덴스시는 2009년 11월 부산에 1호점을 열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서울과 부산에 6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일본 전역에 340여 개 매장을 갖고 있는 회전스시 전문점 스시로도 한국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인다.



이 밖에 40여 개 브랜드와 418개 직영점을 가진 일본의 대표적 외식업체인 일본레스토랑시스템이 운영하는 스파게티 전문점 고에몬을 비롯해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 전 세계에 60여 개 매장을 둔 일본 라멘 전문점 잇푸도, 일본에 670여 개 매장을 둔 수타우동 전문점 마루가메제면, 일본의 인기 햄버거 브랜드인 모스버거, 일본의 대중적인 카레 전문점 코코이치방야 등 다수의 일본 외식업체가 한국에 진출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들 일본 외식업체가 한국 소비자 사이에서 ‘먹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외식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다른 외식업체에선 찾아볼 수 없는 ‘본고장의 맛’에 있다. 재벌가 며느리들의 요리 선생님으로도 유명한 한 레스토랑 프로듀서는 “스시, 라멘, 우동은 한국인이 선호하는 외식 품목으로, 일본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많은 개인 점포나 프랜차이즈가 다루던 메뉴”라며 “그런데 유학이나 여행이 활성화하면서 일본에서 본고장 맛을 경험한 국내 소비자가 ‘한국 일식’과 ‘일본 일식’의 차이를 인식하고 본고장 맛에 대한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일본 외식기업들이 진출하니 당연히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을 연상시키는 점포 분위기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의견이 있다. 국내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홍보담당자는 “국내에 진출한 일본 외식업체들은 모두 현지에서도 업계 1, 2위를 다투는 대형 업체이기 때문에 일본에 다녀온 사람은 적어도 한 번 이상은 해당 업체에서 식사했거나, 최소한 거리에서 간판을 보기라도 했을 것”이라며 “일본에 가지 않고도 일본 유명 체인점에 들어가 일본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그곳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분명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는 日 외식업체

마루가메제면에선 반죽부터 제면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점포 내에서 이뤄진다.

메뉴 개발 등 긍정적 영향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인 점도 인기 요인이다. 코코이찌방야와 마루가메제면은 음식량에 따라 가격대를 달리 책정하고, 저렴한 가격에 사이드 메뉴까지 제공하는 등 입맛이나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게 했다. 회전스시 전문점 갓덴스시나 스시로도 비슷한 수준의 다른 회전스시 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한다. ‘정통 일본 라멘’을 표방한 잇푸도 역시 여타 한국의 일본 라멘 체인점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

가격 대비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외식기업의 노하우에 기인한다. 1977년 창업해 일본에만 1131개 점포를 둔 코코이찌방야는 30여 년간 손님 입을 거쳐 만들어진 안정된 카레맛과 메뉴 구성 노하우, 10단계로 나눈 매운맛 등 특화된 서비스를 갖췄다.

마루가메제면은 우동 반죽부터 제면에 이르는 전 과정이 점포에서 이뤄진다. 시미즈 다카유키 토리돌코리아 이사는 “마루가메제면의 신조인 ‘고품질 저가격’으로 음식을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점포 내에서 직접 만드는 수타 우동에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면을 뽑기 때문에 재료 구입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고객은 갓 뽑은 쫄깃한 우동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의 꼼꼼한 위생관리와 차별화한 서비스도 한국 소비자에게 큰 신뢰감을 준다. 스시로는 스시가 회전 레일에서 350m 이동하면 자동으로 폐기하고, 주방을 반오픈형으로 만들어 종업원들이 위생복과 위생모를 착용한 채 일하는 모습을 공개한다. 모스버거는 제품에 원산지와 생산자를 표기해 식품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안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 처지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식산업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 같은 일본 외식업체들의 운영법이 한국 외식업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 정책위원장이자 에프씨전략연구소장인 김중민 씨는 “일본계 외식기업들은 체계적인 메뉴 구성과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외식기업도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기존 외식기업들은 메뉴 개발 등 질적 발전보다 가맹점 수를 늘리는 양적 성장에 치중했지만 최근엔 일본 외식기업에 자극받아 메뉴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시작하는 등 긍정적 움직임이 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국내 외식산업 위기는 오히려 내부에 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점포 수를 보면 3~6개 내외로 진출 지역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 외식업체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국내 외식산업 위기는 일본 외식기업 진출 이전부터 예견된 것으로 가맹료, 인테리어비용, 재료구입비 등 온갖 명목을 붙여 이득을 취하면서도 메뉴 개발이나 식재료 선정, 종업원 교육 등의 사후관리에 소홀했던 업계 자체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자국 외식업체들에 대해선 강력히 규제하면서 피자헛,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같은 외자계 외식기업이나 일본 외식기업의 합자회사 등은 열외로 둔 동반성장위원회의 불평등한 기준은 분명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애초 외식산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배경엔 골목상권에 대한 가맹점주나 소비자에 대한 배려보다 무분별한 양적 확장에 치중한 외식업체들이 초래한 자업자득의 의미가 더 클 것이다.

일본 외식기업의 국내 진출로 시작된 업계의 불안과 논란을 국내 외식업체들의 질적 성장과 정부의 합리적 규제 기준 마련을 위한 계기로 삼는다면 기업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결론은 없지 않을까.



주간동아 886호 (p20~21)

이윤진 객원기자 nest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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