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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호사 수 서울 1만 명 부산 400명 공익 차원서 서울 개업 유예”

법조계 ‘돈키호테’ 나승철 서울지방변호사회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변호사 수 서울 1만 명 부산 400명 공익 차원서 서울 개업 유예”

“변호사 수 서울 1만 명 부산 400명 공익 차원서 서울 개업 유예”
서른여섯 살 나승철 변호사는 요즘 법조계 화제 인물 중 한 명이다. 1월 역대 최연소로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회) 회장에 당선됐을 때부터 예견된 바다. 당시 6명이 출마한 선거에서 그는 유효투표 4406표 중 1443표(32.8%)를 얻으며 2위(825표·18.7%)를 압도적 표 차로 눌렀다. 비(非)서울대 출신인 데다 45회 사법시험 합격 후 판검사 경력 없이 개업한 5년 차 변호사라는 점에서 그의 당선은 법조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법시험 존치 △변호사 근로조건 개선 △비서울 로스쿨 출신 변호사 서울회 등록 유예 등 파격적인 공약도 화제가 됐다.

취임 3개월째를 맞은 나 회장은 최근 이 가운데 세 번째 정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방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해당 지역에서 1~2년간 활동한 뒤 서울회에 등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골자다. 변호사법상 서울회 회원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서울에서 개업할 수 없다. 당장 지방 로스쿨이 들고일어났다.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라는 반박부터 ‘서울회가 밥그릇 지키기에 앞장선다’는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지는 참이다. 서울 서초동 서울회 사무실에서 마주 앉은 나 회장에게 먼저 이 문제부터 물었다.

83개 시·군은 아직도 무변촌

▼ 지방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서울회 등록 유예 정책에 대해 ‘반헌법적 직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상 못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비난이 쏟아진다 해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직역이기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당당하다.”



▼ 지방 출신 변호사의 서울 진입을 막겠다는 취지 아닌가.

“결코 아니다. 출신 지역에서 1~2년 활동한 뒤 서울에 오라는 것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의 73%가 서울에 등록해 있다. 지방에 로스쿨을 세운 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로스쿨 인가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지방대들이 ‘지역 균형발전과 무변촌(無辯村) 해소를 위해 지방대에 로스쿨을 줘야 한다’ ‘로스쿨 심사 시 자유경쟁을 배제해야 한다’ ‘로스쿨이 서울에 편중되면 지역사회 인재 유출이 심화돼 지역사회가 파탄난다’ 등의 주장을 편 게 확인된다. 결국 정책적 배려를 통해 평가 점수가 더 높은 서울지역 대학들이 탈락하고 지방대에 로스쿨이 생겼다. 그런데 현재 상황을 봐라. 1기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 76%가 서울에서 개업했다. 변호사의 서울 집중 현상이 오히려 심화한 거다. 이게 말이 되나.”

▼ 지방대 로스쿨 설립 취지가 그렇다 해도 거기 입학한 학생들이 서울 개업을 원한다면 막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그 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2010년 전국 로스쿨 학생들이 경기 과천에 모여 ‘변호사 시험 합격률 80%를 보장하라’고 시위한 적이 있다. 당시 그들이 어떤 피켓을 들고 있었는지 아나. ‘83개 시·군은 아직도 무변촌’이다. 여기 보라.”

나 회장은 당시 시위를 보도한 기사를 모은 스크랩북을 펴 보이며 제목부터 내용까지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무변촌 가서 봉사할 테니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80%가 되게 해달라고 시위를 한 거다. 그 학생들이 변호사 되자마자 서울 오겠다고 주장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

흥분한 듯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현재 서울에는 변호사가 1만 명이나 모여 있는데 우리나라 제2 도시라는 부산의 변호사 수가 400명에 불과하다. 서울 개업 유예 정책은 100%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날로 치열해지는 서울 변호사 업계의 경쟁 완화 목적도 있는 것 아닌가.

“태평양에 물 한 바가지 더 붓는다고 바다가 넘치지는 않는다. 게다가 1~2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그 후엔 얼마든지 서울에서 개업할 수 있는데 서울지역 변호사에게 뭐가 달라지겠나.”

나 회장은 “학교와 학생들이 애초 주장한 바를 지켜주면 좋겠다.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인 만큼 로스쿨 등과 더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가 로스쿨과 맞서는 현안은 또 있다. 서울회장 선거 당시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했던 나 회장은 2017년으로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가 불가피하다면 비(非)로스쿨생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예비시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험을 통과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나 회장은 “서민의 법조계 진입을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대 로스쿨 1년 등록금이 2600만 원이다. 서민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로스쿨 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전형 과정에서 응시자의 ‘스펙’을 본다는 점이다. PC방 아르바이트 경력과 해외 인턴 경험 중 어느 쪽이 합격에 유리하겠나.”

그는 ‘로스쿨 도입과 사법시험 폐지는 능력사회에서 신분사회로의 변질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 아무리 그래도 ‘신분사회’라는 표현은 좀 심하지 않나.

“로스쿨 체제 하에서 개인이 능력보다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평가받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서울회가 지난해 검사로 신규 임용된 로스쿨 1기 졸업생의 출신 대학을 조사한 결과 42명 중 36명(86%)이 서울대, 연대, 고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신규 임용된 사법시험 출신 검사 365명 중 3개 대학 출신자는 235명(64%)에 불과했다. 로스쿨이 생긴 뒤 학벌 서열화가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 그 원인이 로스쿨 제도에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과거에는 사법시험 점수에 따라 판검사 임용이 결정됐다. 지금은 변호사 시험 점수가 공개되지 않는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을 선발하는 기관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선택하겠나. ‘스펙’을 볼 수밖에 없는 거다.”

▼ 그러나 사법시험 제도는 성적에 따라 법조인을 서열화하고 고시낭인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비판받지 않았나. 예비시험을 존속시키면 다른 이름의 사법시험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사법시험이 흠 없는 제도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여러 잘못된 점을 해결하려고 사회적 논의 끝에 로스쿨을 만들었다. 문제는 로스쿨 또한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현행 로스쿨 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 로스쿨·사법시험 병행 시스템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스쿨 생긴 뒤 학벌 서열 공고화

▼ 서울회 회원 중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도 있다. 나 회장이 앞장서 이처럼 로스쿨을 비판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을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이 있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를 제기하는 게 혹시라도 변호사들에 대한 공격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나는 결코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선거 당시 변호사 근로조건 개선을 주된 공약으로 내세운 건 로스쿨 출신 후배들을 위해서였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개업 전 6개월간 의무적으로 연수를 해야 한다. 이 제도가 그들을 비정규직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일부 로펌은 변호사를 인턴으로 고용해 6개월만 쓰고 쫓아낸 뒤, 다음에 나오는 변호사를 또 뽑아 6개월만 쓰고 쫓아낸다. 변호사 채용 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부당해고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임기중 로펌과 변호사사무실의 근로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해 문제를 개선해나갈 것이다.”

나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신한 여성 변호사를 강제로 무급 휴직시킨 한 로펌 대표변호사를 검찰에 고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고발당한 대표변호사는 같은 해 12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나는 서울회원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도, 로스쿨 반대론자도 아니다. 옳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내 주장을 비판하는 분들도 언젠가는 진정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는 나 회장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주간동아 2013.04.29 885호 (p42~43)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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