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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반했어요, 펑리위안”

中 ‘퍼스트레이디’ 첫 대외 행보 합격점…코트·핸드백 등 ‘소프트파워’로 부상

  • 이설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snow@donga.com

“반했어요, 펑리위안”

“우리에게도 드디어 퍼스트레이디가 생겼다.”

새로운 퍼스트레이디의 첫 대외 행보에 중국대륙이 들썩였다. 화려한 옷차림, 당당한 태도, 여유 있는 미소….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됐고, 그가 입고 걸친 모든 것이 ‘완판’됐다. 일각에선 그를 미국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에 빗댔다. ‘펑리위안 신드롬’의 실체는 뭘까.

펑리위안 스타일 ‘완판녀’ 등극

3월 23일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 전용기 문이 열리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50) 여사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펑 여사는 우아하게 손을 흔들며 카메라를 향해 인사한 뒤 시 주석의 팔짱을 끼고 전용기 계단을 내려왔다. 한 걸음 떨어져 남편 뒤를 따르는 다른 영부인들 모습과 달랐다.

“정말 아름답다.” “펑리위안을 보려고 종일 TV 앞에 앉아 있다.” 영부인의 첫 대외 행보에 중국은 뜨겁게 환호했다. 누리꾼이 특히 주목한 것은 펑 여사의 패션. 펑 여사는 순방 일정 내내 장소와 만남 성격에 맞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선보인 이미지는 우아함과 검소함. 투피스 정장 위에 짙은 남색 코트를 걸치고 검은색 가방과 구두를 매치했다. 여기에 시 주석과 같은 하늘색 머플러로 ‘커플룩’ 느낌을 더했다.



같은 날 러시아 한 보육원에서는 따뜻함을 강조했다. 친숙한 베이지색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을 한 그는 “중국의 수많은 어머니를 대표해 여러분을 만나러 왔다”고 러시아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첫 독자 행보에서 따뜻한 ‘어머니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3월 24일 아프리카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의 국제공항에서는 흰색 투피스 치마 정장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눈 부신 햇살의 현지 날씨를 고려한 듯 화려한 금색 하이힐로 포인트를 줬다. 이날도 시 주석의 옥색 넥타이와 색깔을 맞춘 스카프로 커플 느낌을 살렸다. 핸드백은 러시아 공항에서 든 것과 같은 모양의 흰색 제품이다.

펑 여사 모습이 공개되자마자 중국 누리꾼은 그가 걸친 모든 제품의 브랜드 추적에 들어갔다. 중국 언론은 평 여사가 착용한 코트와 핸드백 모두 광저우(廣州)시에 본사를 둔 패션 업체 리와이(例外)복식유한공사 브랜드인 ‘리와이(Exception)’ 제품이라고 전했다. 코트와 핸드백 모두 맞춤제작으로 가격은 매겨지지 않았다. 이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코트 가격은 2000∼3000위안(약 36만∼54만 원) 수준이다

펑 여사는 금세 ‘완판녀’ 대열에 올랐다. 리와이의 해당 제품은 품절됐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펑리위안 스타일’이 인기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트위터 격인 웨이보에서는 수만 명이 펑리위안의 스타일을 분석한 글을 퍼 날랐다.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를 착용할 당시와 맞먹는 ‘패션 산업 부흥’ 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일각에서는 평 여사가 착용한 옷이 알려진 것처럼 리와이 제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리와이 디자이너가 독립해서 만든 브랜드 ‘우융(無用)’ 제품이라는 것. 중국 언론은 “리와이는 마오지훙이 1996년 설립한 리와이복식유한공사의 브랜드로, 펑리위안이 착용한 제품은 마오지훙의 전부인인 디자이너 마커가 설립한 브랜드 ‘우융’”이라고 전했다. 마커(馬可·42)는 중국 전통 의상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중국의 대표적 디자이너다.

패션 산업에도 덩달아 청신호가 켜졌다. 누리꾼은 펑 여사가 국산 제품을 착용하자 찬사를 쏟아냈다. 리와이는 물론 중국 전체 패션 업종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중국 패션 업종 주가가 크게 뛰는 ‘퍼스트레이디 테마주’ 상승 사태가 벌어졌다”며 “그간 별 볼일 없던 중국 패션 산업이 새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로들은 불편한 심기 표출

펑 여사의 국제무대 데뷔는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에게 친근한 국민가수란 이점을 살려 다소 딱딱한 중국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신경보’는 “중국은 경제력에 미치지 못하는 후진적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고심해왔다”며 “펑리위안은 이번 해외 순방에서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펑 여사는 중국에서 지난 30년간 단절된 영부인 역사를 새로 열었다. 그간 국가지도자의 아내는 조용히 그림자내조를 해왔다.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江靑)이 정치에 깊이 개입해 종신형으로 복역하다 옥사하면서 ‘영부인 정치’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과거 등샤오핑(鄧小平)의 부인 줘린(卓琳)과 장쩌민(江澤民)의 부인 왕예핑(王冶坪)은 공개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후진타오(胡錦濤)의 부인 류융칭(劉永淸)은 이따금 모습을 드러냈지만 주목받는 일은 없었다.

평 여사의 공개 활동이 가능해진 이유로 시 주석이 개방문화를 선호한다는 점, 펑 여사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점 등이 꼽힌다. 펑 여사는 당초 시 주석보다 유명한 스타였다. 18세부터 인민해방군 가무단 소속 가수로 활동했다. 2007년 시진핑이 중국 차기 지도자로 부상하면서 공연을 줄였지만, 2011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 결핵과 에이즈 친선대사로 임명돼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12월 시 주석의 권력 승계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자 공개 활동을 삼갔다.

한편 중국 원로들은 영부인이 지나치게 언론에 부각되자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訊)은 “펑리위안의 ‘패션 외교’에 시진핑 주석이 가려지자 원로들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펑 여사의 패션과 태도가 세련된 것은 오랜 세월 가수로 활동했기 때문인데, 그 이유로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건 무의미한 개인숭배란 의견도 있다.



주간동아 881호 (p56~57)

이설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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