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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투타 정복 작전

LA다저스 류현진·신시내티 추신수 설레는 ‘플레이볼’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두 남자의 투타 정복 작전

4월 개막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LA다저스 투수 류현진(26)과 신시내티 외야수 추신수(31), 두 코리안 빅리거도 새 팀에서 새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빅리그 데뷔 첫해를 맞는 류현진은 ‘코리안 몬스터’ 힘으로 한국인 첫 빅리그 신인왕을 목표로 한다. 2001년 시애틀에 입단한 후 2006년 클리블랜드를 거쳐 2013년 신시내티에 입단한 추신수는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이끌어내려고 생애 최고 시즌을 다짐하고 있다.

# 류현진, 신인왕을 향해 간다!

LA다저스는 류현진 영입 비용으로 6년간 연봉(3600만 달러)과 포스팅 비용(약 2573만 달러)을 합해 약 6173만 달러(약 670억 원)를 투자했다. 실력과 함께 상품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거액을 챙기면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에 입단하는 행운을 누렸다. 지난해까지 수년간 꼴찌를 한 한화에 몸담아 잘 던지고도 빈약한 타선 탓에 승수를 챙기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180° 달라진 환경이다.

한화에 입단한 2006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신인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류현진은 빅리그 첫해인 올 시즌 내셔널리그 신인왕이 목표다. 그러나 목표를 이루려면 먼저 선발 로테이션 정착이라는 당면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선발투수 후보만 8명인 LA다저스 선발투수진은 그야말로 ‘올스타’급이다. 연봉 1000만 달러(약 108억 원)가 넘는 선수만 5명에다 지난 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도 5명이나 된다. 류현진은 클레이턴 커쇼, 조시 베킷, 채드 빌링슬리와 함께 4선발 중 한 명으로 시즌 개막을 맞을 것이 유력하나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린다. 부상으로 잠시 이탈한 ‘2선발’ 잭 그레인키도 곧 돌아온다.

스프링캠프 초반 류현진은 인상적인 구위를 보이지 못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차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시범경기 네 번째 선발 등판이던 3월 18일(한국 시간) 밀워키전에서 5.2이닝 동안 1실점 하며 미국 진출 후 첫 승을 거두는 등 차츰 안정된 구위를 보이고 있다.

돈 매팅리 LA다저스 감독은 스프링캠프 초반 류현진에게 ‘적응(adjustment)’ 필요성에 대해 수차례 강조했다. 훈련방식부터 타자 스타일은 물론이고 언어와 주변 문화까지 빅리그는 그동안 류현진이 경험한 한국과는 전혀 다른 곳이다. 빅리그에 몸담은 이상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시범경기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류현진의 적응력은 현지 언론이 놀랄 정도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은 영어를 잘하거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처음부터 편안해 보였다. 장난기가 많고, 동료에게 먼저 탁구 매치를 제안하기도 하며, 다양한 손동작이나 표정으로 주위를 웃긴다”고 묘사했다. 덕아웃 분위기를 이끌던 한국에서처럼 동료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다가가는 ‘다저스 맨’이 되고 있는 것.

그러나 자신의 실력에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는 그는 ‘류현진 스타일’을 고집하는 뚝심도 보인다. 통상 투수들이 선발등판 이틀 전 소화하는 불펜피칭을 하지 않고 코칭스태프에게 자신만의 습관을 관철하는 등 ‘마이 웨이’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의 남다른 자신감에는 메이저리그 최상급으로 평가받는 ‘명품 체인지업’이 깔려 있다. 스프링캠프 초반 달리기와 담배 해프닝(장거리 러닝 중 류현진이 뒤처지자 미국 언론이 류현진의 흡연을 지적함) 등으로 곱지 않은 시선이 제기됐을 때 이를 일축한 일등공신은 실력이었다. 그중에서도 체인지업 힘이 단연 돋보였다. 릭 허니컷 LA다저스 투수코치는 이를 ‘플러스 플러스 피치(A Plus-plus Pitch·수준급을 넘어 최상급을 구사한다는 뜻)’라고 표현했고, 매팅리 감독은 “최근 수년간 봤던 체인지업 가운데 최고”라고 감탄했다. 여기에 시속 150km 안팎의 빠른 직구와 ‘서드 피치’ 커브의 완성도까지 높이면서 류현진은 시간이 갈수록 ‘코리안 몬스터’의 본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 추신수, ‘신시내티 우승 청부사가 돼라’

추신수가 새로 몸담은 신시내티는 자긍심 강한 전통 명문이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강팀이다. FA 자격을 단 한 시즌 앞두고 이적한 추신수에게 2013년은 미래에 대한 준비기간이 아니라 새로운 임무를 소화하며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야 하는 시기다.

추신수가 지난해까지 몸담은 클리블랜드는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만한 팀이 아니었다. 그러나 신시내티는 다르다. 월드시리즈 우승 5회, 준우승 4회를 자랑한다. 통산 4256안타 주인공 피트 로즈와 약물 도움 없이 600홈런을 날린 켄 그리피 주니어 등 수많은 스타가 뛴 명문팀이기도 하다. 1990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침체기가 길었지만, 2010년 강팀으로 거듭났다. 그만큼 구단과 선수, 팬 모두 자긍심이 높다. 외야수 유망주 드루 스텁스,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를 포기하고 추신수를 영입한 이유도 월드시리즈 우승과 자존심 회복을 위한 열망 때문이다. 추신수가 신시내티 우승 청부사가 된다면, 신시내티에 잔류하든 새 둥지를 찾든, 올 시즌 후 그의 금전적 가치는 천정부지로 뛸 가능성이 높다.

신시내티는 추신수가 1번 타자 겸 중견수를 맡기를 원한다. 1번 타자는 타석에 가장 많이 서는 선수다. 무엇보다 타격감 유지가 중요하고, 2번 타자과 함께 흔히 ‘테이블 세터’라 불리듯 출루가 먼저다. 추신수는 최근 새로운 추세가 된 ‘강력한 1번 타자’의 모범 사례가 될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

문제는 낯선 도전이나 다름없는 중견수 자리다. 신시내티에는 2012년 34홈런을 기록한 제이 브루스가 우익수로 버티고 있어 추신수는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주 포지션인 우익수 대신 중견수 수업을 받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해까지 중견수로 10경기만 뛰었을 뿐이다.

내야에 비해 외야 수비는 상대적으로 위치에 따른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중견수는 우익수에 비해 전후좌우 수비 범위가 매우 넓다. 타구에 회전이 많이 걸리는 우익수와 달리 중견수 쪽으로 향하는 타구는 생각보다 더 멀리 나갈 때가 많다. 때론 2루 베이스 커버도 염두에 두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일부에서 “추신수의 중견수 기용은 도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추신수는 시범경기에서 빼어난 선구안과 안정적 수비 능력으로 신시내티 1번 겸 중견수로서 제 소임을 다할 수 있음을 충분히 보여줬다.

추신수의 적은 실력이 아니라 부상이다. 최근 수년간 잔부상에 시달려온 추신수는 3월 초 허벅지 통증으로 시범경기에 결장한 데 이어, 허리 통증으로 또다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부상 벽만 넘는다면,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자리매김한 추신수의 가치는 기대 이상이 될 수 있다.



주간동아 880호 (p52~53)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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