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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프로농구 날개는 있나

승부조작 강동희 전 감독 구속 등 5가지 악재로 최악 시즌

  • 최용석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추락하는 프로농구 날개는 있나

추락하는 프로농구 날개는 있나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프로농구 강동희 원주 동부 전 감독.

한국 농구는 1980년대 최고 겨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오빠부대 원조였던 연세대, 고려대, 중앙대 등 대학 농구가 흥행에 성공했고, 실업팀과 대학팀이 기량을 겨루는 농구대잔치는 겨울철 최고 스포츠 이벤트였다. 이를 발판삼아 1997년 탄생한 프로농구는 농구대잔치의 흥행 가도를 이어가며 가장 성공한 프로 전환 사례로 꼽혔다.

빠른 성공에 너무 도취된 탓일까. 프로농구는 2002년을 기점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먼저 프로농구를 이끌어갈 스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또한 프로농구연맹(KBL)은 구단들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려고 각종 정책을 꺼내들었지만, 이는 프로농구의 하향평준화를 부채질했다. 이러한 현상은 몇 년간 지속됐고, 결국 농구는 겨울철 최고 스포츠 자리를 배구에 내줬다. 일부 농구인은 여전히 농구 인기가 배구보다 앞선다고 주장하지만, 스포츠 시장에서는 이미 배구가 농구를 추월했다고 판단한다.

리그 창립 후 이런 위기는 처음

계속 하향세를 걷던 프로농구는 2012~2013년 최악 시즌을 보내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이번 시즌처럼 악재가 연속해서 터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즌 초반 KBL 핵심 경기 규칙 가운데 하나인 수비자 3초 바이얼레이션 규정을 없앤 것이 시발점이었다. KBL은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국제대회 규정에 없는 수비자 3초 바이얼레이션 규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는 수비농구를 지향하는 팀에 큰 이득이 됐고, 전체적으로는 경기력 하락을 부채질했다. 각 팀은 시즌 초반 80점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보니 재미없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팬들로부터 비난을 샀다.



수비자 3초 바이얼레이션 규정 문제가 잠잠해지자 이번에는 KBL 소속 심판의 금품수수 사건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KBL 베테랑 심판 한 명이 몇 년 전 한 구단으로부터 현금과 노트북을 수수한 사건이었다. 이 심판은 뇌물을 받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돌려줬다. 당시 이 사실을 안 KBL은 해당 심판을 징계했다. 하지만 올해 검찰이 농구 전체 심판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이 다시 들춰졌고, 그 심판은 또다시 징계를 받았다. 한 사건으로 두 차례 징계를 받은 것도 이 심판이 처음이다.

시즌 중반은 SK와 모비스의 선두 대결로 잠시 흥미를 불러 모았지만 올스타전 전후로 일부 팀의 고의 패배 의혹이 일면서 KBL은 또다시 홍역을 앓았다. 일부 팀이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선발권을 확보하기 위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하지 않으려고 고의로 경기를 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부 팀의 형편없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팬들 분노가 극에 달했고, 결국 KBL은 이사회 소집을 통해 신인 드래프트와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변경하는 안을 꺼내들었다. 그와 동시에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몇몇 팀에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최악의 사건은 가장 마지막에 터졌다. 파장이 너무나도 큰 승부조작 사건이다. 선수가 아니라 현역 감독이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승부조작 가담 혐의로 구속돼 충격이 더 컸다. 의정부지방검찰청은 강동희 원주 동부 프로미 전 감독을 승부조작에 가담해 그에 따른 대가로 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그런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의정부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강 전 감독은 구치소에 수감됐다. 강 전 감독이 혐의 사실을 부인해 재판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프로스포츠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데다 검찰이 구속 수사를 진행해 프로농구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KBL은 총재를 포함한 사무국 핵심 인원이 사죄 의사를 밝히고 대책 마련을 서둘렀지만, 후폭풍을 잠재우기엔 사건 파급력이 너무 컸다.

한 시즌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사건이 시차를 두고 차례로 터지면서 프로농구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프로농구 인기나 관심도가 극도로 낮은 상황이지만, 그나마도 프로농구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팬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존폐 기로에 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L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력한 제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규정도 손질했다. 신인 드래프트와 FA 제도도 전면 수정할 예정이다. 또한 승부조작과 관련해서는 선수들이 은퇴 후 검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KBL이 창설하는 아카데미를 통해 지도자로 변신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이 밖에도 프로농구선수협의회를 만들어 선수 스스로 움직이며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모색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재도약 위한 환골탈태 절실

추락하는 프로농구 날개는 있나

3월 12일 한선교 프로농구연맹(KBL) 총재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승부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발 빠른 대처와 적절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KBL과 농구인이 간과한 점이 있다. 프로농구가 최악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근시안적으로 대응하는 것보다 리그 전체를 개혁하는 것이 먼저다. 리그 창설 16년째를 맞았으니 이전의 낡은 규정을 없애고, 시대 흐름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 이를 시스템화하고 리그에 잘 안착시켜야만 프로농구는 재도약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가장 먼저 10개 구단 평준화 의식을 버려야 한다. 프로농구는 태동 이후 줄곧 10개 구단으로 운영했다. 중간에 팀 운영을 포기하는 구단이 나왔지만 그럴 때마다 팀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나오면서 전체 팀 수가 줄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독이 됐다. 만년 적자 구단을 운영하다 보니 너도나도 우승에만 매달렸고, KBL 규정도 10개 구단이 공평하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규정은 상향평준화가 아닌 하향평준화를 부채질했다. 농구의 전체적인 질적 하락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평준화 의식을 버려야 한다. 누구를 위한 평준화인가. 결국 농구단을 운영하는 모기업 눈치 보기다. 자율 경쟁 체제가 싫어 구단을 운영하지 못하겠다는 기업이 나오면 농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게 하면 된다. 9개 구단, 아니 8개 구단 체제도 괜찮다. 구단이 줄어들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선수와 감독이다. 일자리를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10개 구단 체제가 유지된다 해도 지금처럼 농구 인기가 시들하다면 언젠가 팀 운영을 포기하는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인수하려는 기업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전자랜드처럼.

결국 투자를 통해 팀을 발전시켜 팀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게 규정을 바꿔야 한다. 투자하는 구단이 성적이라는 열매를 손에 넣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리그를 다시 활성화하고,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팬들은 경기장을 찾을 테고, 팀이 조금이라도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가 오면 팀 수는 자연스럽게 10개로 회복될 수 있다.

농구 위기설이 대두할 때마다 KBL에서 주장하는 것은 국제 경쟁력 강화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농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팬들이 확대되며 농구 저변도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예상한다. 하지만 틀렸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중국을 극적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지만, 그것이 리그 흥행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지금은 국제 경쟁력보다 내실 다지기가 먼저다. 이번 시즌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벌어지지 않게 리그 전체를 재점검하고 손질해야 한다. 질 높은 경기가 매일 벌어질 수 있도록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과 KBL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선수들도 자기 몸값만 챙길 것이 아니라, 직장인 프로농구 코트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KBL 움직임에 동참해야 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재도약 기회로 삼으라는 뜻이다. KBL이 최악의 상황을 맞긴 했지만, 이를 슬기롭게 잘 이겨낸다면 언젠간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리그를 관장하는 KBL, 10개 구단 프런트, 감독, 선수 등 모든 구성원이 환골탈태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뛰어야 할 것이다.



주간동아 2013.03.18 879호 (p58~59)

최용석 스포츠동아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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