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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13 한반도 위기 02

北 “우리식 전면戰” 요란 떠는 이유

북한 군사적 긴장 조성 이면엔 평화협정 체결로 생존 추구

  •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北 “우리식 전면戰” 요란 떠는 이유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3월 1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북한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명의로 “3월 11일 이후 정전협정 백지화”를 공언하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당장 남북한 간 국지전이 벌어질 공산은 매우 희박하지만,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즉 코리안 리스크가 감지된다.

4월 말까지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금융 및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여의도 투자회사에 외국인 투자자의 문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서울 불바다’ ‘다종화된 핵 불바다’라고 한국과 미국을 협박하면서 재래식 군사력에 의한 도발태세도 강화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이를 두고 “독을 품은 방울뱀이 꼬리를 흔드는 상황”이라고 묘사한다.

한편 우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결전의지를 드러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북한 핵실험이 예고된 2월 초 북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 “자위권 차원의 선제 타격”을 공언했다. 국방부는 2월 12일 북한 핵실험 직후 북한 정권의 심장부를 타격한다는 의미에서 순항미사일을 공개했으며, 3월에는 “북의 도발 원점과 지원세력, 지휘세력을 타격한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노골적 협박 vs 강력한 응징

그러나 최근 상황은 1993~94년 미국의 영변 핵시설 폭격 검토 및 북한의 서울 불바다 위협 같은 긴박한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공산은 매우 희박하고, 국지전이 일어날 개연성은 있지만 이는 한국 정부가 대비할 사안이라는 게 미국 정부 방침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직접 나서 북폭을 감행할 계획을 수립하거나 그런 계획을 실행할 개연성은 낮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3년째 양국 국방부 사이에서 논의돼온 ‘공동 국지도발 대비계획’은 합의되지 않고 표류 중이다. 특히 미국은 국방부(척 헤이글)와 국무부(존 케리)를 협상파가 장악한 상황에서 시퀘스터 협상으로 연방정부 예산 580억 달러를 삭감해야 하는데, 그중 400억 달러가 국방비다. 국방비 삭감은 해외에서 전개하는 미 항공모함(항모)의 운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타나 이미 페르시아 만에서는 미 항모 훈련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금 개최되는 키리졸브 훈련에도 우리 국방부 요청을 묵살한 채 항모를 보내지 않았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미국은 한반도에서 1994년처럼 전쟁을 결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4년엔 수도권에 거주하던 미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이 7만 명이었다. 9년이 지난 지금은 50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우리의 정밀타격에 북한이 보복할 경우,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안전하게 철수하려고 모이는 곳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인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허가한 제2 롯데월드 건설로 유사시 공항 기능이 상당 부분 잠식된 상황이다. 즉, 유사시 서울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외국인 50만 명을 철수시킬 방법이 상당히 모호해졌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변화 요인이다. 또한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이 북폭을 포기하게 한 것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다.

북한의 노골적인 협박을 받는 전쟁가능지역에서 이처럼 높은 수준의 인구밀도(1500만 명)를 보인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여기에서 어떤 형태로든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그 막대한 피해로 ‘이겨도 지는 전쟁’이 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하기 어렵다면 북은 사실상 전쟁억제력을 확보한 셈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적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는 전면전은 발생하지 않더라도 계속 고조되는 국지적이고 비대칭적(asymmetric) 충돌 양상은 더 구체화할 것이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백지화한다고 한 배경에는 정전협정에서 명기한 각종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고도 한미를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비무장지대(DMZ)에 무장력을 투입하거나, 판문점 북측 지역을 폐쇄하고 포진지를 설치하면 남측을 직접 공격하지 않고도 공격한 것과 다름없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은 1983년과 96년 정전협정 백지화를 표방하고 판문점에 무장병력을 투입함으로써 남한 사회를 크게 흔든 전례가 있다.

3월 말~4월 말 가장 위험

北 “우리식 전면戰” 요란 떠는 이유

3월 10일 오후 황해남도 벽성군 장재도에 위치한 북한군 해안포기지에서 군인들이 움직이고 있다. 장재도는 연평도에서 직선거리로 7km 떨어졌다.

1953년 체결한 한반도 정전협정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정전협정(cease-fire agree ment)으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군사정전위원회 일부 기능이 무력화되고 중립국 감시단이 철수한 상황에서도 이와 같은 효과를 누려왔다는 점은 경이적이다. 현재 전 세계 23개 정전협정 가운데 협정 체결 즉시 무력화된 경우가 13개이고, 나머지 10개는 그 절반이 전쟁 재발로 이어졌다. 서해 5° 인근 해양이 정전협정에서 그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탓에 분쟁에 휩싸인 점을 고려한다면, 정전협정 백지화는 북의 새로운 군사행동을 예고한 셈이다.

제도주의 이론에 따르면, 정전협정이 무력화되고 국지전 위험이 고조될 경우 북한의 군사적 의도를 파악하는 정보비용(information cost)이 급격히 증대한다. 예를 들어, 북한은 핵개발과 더불어 재래식 군사력을 대폭 감축하고 있다. 2007년 이후 현재까지 북한은 전방에서 6개 군단을 감축하는 대규모 통폐합을 단행하고, 3단계 남침 전력을 2단계로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 경보병부대는 후방의 제3제대에서 전방의 제1제대로 통합됐으며 병력은 8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북한의 군사력 재편은 자체 국방비 감소를 위한 합리적 결정일 수도 있지만, 한국 국방부와 합참은 이를 남침을 위한 명확한 공격 징후로 간주한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북한이 방어적 의도로 실시하는 군사력 재편도 남측에서는 공격 징후로 해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이는 북한의 군사적 의도를 파악하는 정보비가 급격히 증대될 경우 북한에 대한 비관적 해석 쪽으로 기운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정보비 증대는 우리가 북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서는 나타나지만, 북한이 우리 의도를 파악하는 데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대칭적이다. 우리의 전략적 이점이 크게 훼손되는 것이다.

키리졸브 훈련을 동해에서 실시하는 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동선을 노출하며 서해를 휘젓고 다녔다. 3월 7일 연평도 부근 무도, 11일 백령도 부근 월매도를 시찰하는 모습은 지하 국가지휘 시설에 있어야 할 전시 지도자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해에서 미 해군력이 작전을 이행하는 동안 서해에서 결전의지를 고취하는 김정은 제1비서의 행태는 사뭇 깊은 뜻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3년 전 천안함 폭침도 키리졸브 훈련이 종료되는 시점에 서해에서 일어났다. 미 해군력이 한반도에서 떠나고 한국군 단독으로 독수리 훈련을 계속 이어가는 경계 시점에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키리졸브 훈련이 종료되는 3월 21일 직후부터 독수리 훈련이 계속되는 4월 말까지가 가장 위험하다. 북한이 재래식 군사도발을 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군은 각별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유력 언론에서 키리졸브 훈련이 종료돼도 미국 핵잠수함이 한국에 계속 잔류한다고 공개한 것은 바로 천안함 사건 같은 북한 도발을 경고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한편 핵과 국지도발 위협을 번갈아가며 구사하는 김정은 제1비서는 서해 해안부대를 시찰하면서 “육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전략로케트군 장병들이 우리식 전면전을 개시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했다. 여기서 말한 ‘우리식 전면전’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향후 한반도 안보의 핵심 주제다. 북한의 공갈협박에 허풍이 포함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새로운 전쟁계획의 핵심은 핵으로 협박하면서 단기간 내 기선을 제압하는 속전속결 전술일 것으로 보인다. 전방에 경보병부대를 강화하고 서해에 공기부양정부대를 배치해 기습적인 침투능력을 보강하는 점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전방에서의 대규모 군 이동보다 북한 특수부대가 남한 후방 핵심부에 얼마나 빨리 침투하느냐가 전쟁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국지적 군사행동 철저 대비를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완성됐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설령 북한 특수부대가 20만 명으로 증강됐다 해도 남한에 침투시킬 수 있는 운송수단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북한의 공기부양정은 엔진 소음이 요란하고 자체 방어에도 취약하다. 항공수단은 그 수단이 절대 부족하며, 수중 전력 역시 대규모 침투에는 적절치 않다. 반면 이러한 신속 투사전력은 국지전에서는 매우 유효하다.

지속적인 전쟁 수행 능력이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 북한은 국지적인 군사도발을 선호할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그나마도 한미연합전력을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한 것은 북한이 왜 이렇게 핵과 재래식 전력에 대해 요란할 정도로 언급하느냐 하는 점이다. 비핵국가가 국제 감시망을 피해 핵 무장을 하려면, 가장 조용하고 은밀한 방식으로 핵을 개발해 완성도를 높이다가 어느 날 만천하에 핵보유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국제사회로 하여금 인정할 수밖에 없게끔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냉전시대 초기 옛 소련은 핵개발 사실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다가 핵을 실전에 배치한 다음에야 이를 인정하는 ‘기정사실화 전략’을 구사했으며, 이후 모든 핵개발 국가가 소련 방식을 추종했다.

그렇다면 아직 핵무기를 실전배치하지 않은 북한이 굳이 헌법에 핵보유국 조항까지 신설하고, 어렵게 구축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적대국인 미국에 공개하며, 국제사회에 핵실험을 예고하는 등 요란을 떠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전략은 이제껏 핵보유국이 선호하는 기정사실화 전략과는 판이하다. 여기에 김정은 제1비서가 국가 비상사태에 동선을 노출해가며 서해 부대를 시찰한 모습은 남측 경계 및 대비태세를 강화하게 했다는 점에서 본다면 도발자로서 그리 지혜로운 자세가 아닐 것이다.

이처럼 소란스러운 전쟁 준비는 승리를 더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자초한 이유는 군사적 긴장 이면에 다른 정치 협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이 자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전협정 무력화와 평화협정 체결이 북한 체제 생존을 도모하는 핵심 전략이라는 점을 짐작게 한다.



주간동아 2013.03.18 879호 (p12~14)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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