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2

2013.01.21

“케이팝 신세계” 외신은 반했다

‘I got a Boy’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입력2013-01-21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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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팝 신세계” 외신은 반했다
    ‘소녀시대’ 정규 4집이자 사실상 미국 시장 진출 첫 앨범인 ‘I Got a Boy’에 대한 국내 반응이 엇갈린다. 2주 전 칼럼에서도 밝혔지만, 7곡 정도를 섞어놓은 것 같은 노래가 듣는 이를 당혹스럽게 한다. 변칙적 구성으로 낯설음을 주는 노래는 많지만, ‘I Got a Boy’는 그 결합이 화학적이라기보다 물리적이어서 어울리지 않는 천을 기워 만든 옷 같은 느낌이다. 마치 소매가 세 개 달리고 네크라인이 옆에 뚫린 듯한…. 혹시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 벌써 1992년 여름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무대를 보고 혹평했던 기성세대 음악관계자들 같은 신세가 된 걸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발매와 동시에 음원차트 ‘올킬’을 해야 마땅한 소녀시대임에도 ‘I Got a Boy’는 현재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만들어 부른 노래들에 뒤처져 있다. 결국 새 노래가 기존 소녀시대 팬덤에게는 어필했을지 몰라도, ‘Gee’가 그러했듯 새로운 팬을 대규모로 끌어들이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평단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외신 반응은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팝음악 방향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는 기분 좋게 혼돈스러운 곡”(LA타임스), “이 타이틀곡으로 소녀시대는 2013년 팝 기준을 확실히 높였다”(빌보드닷컴) 등 호평 일색이다. ‘진보적’ ‘모험적’ 같은 단어도 눈에 띈다.

    왜 그럴까. 한국 아이돌에 대한 우리와 우리 밖 세계의 인식 차이 때문이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아이돌이 여전히 음악산업의 중심에 있는 나라는 이제 한국뿐이다. 한국에서 아이돌은 1990년대 이후 끊임없는 산업적 경쟁과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감내하며 진화했다. 아티스트와 아이돌을 구분하지 않는 풍토에서 아이돌 시스템은 아티스트의 방법론을 차용하며 여기에 이른 것이다. ‘I Got a Boy’의 음악과 뮤직비디오 역시 이러한 위기 극복 역사를 반영한다.

    소녀시대가 직면한 위기는 두 가지다. 더는 소녀가 아니라는 사실과 대중이 식상해할 때가 됐다는 점. 걸그룹 유통기한은 보이밴드의 그것보다 짧게 마련이다. 어느덧 데뷔 7년이 된 소녀시대. 모든 멤버가 스무 살을 넘어섰고, 20대 중반에 이른 멤버들도 있다. 갓 데뷔한 새파란 후배들은 선정선 논란을 일으키며 섹시 전략을 내세운다.



    여기에 대응하는 소녀시대의 전략은 실험과 난이도다. 같은 소속사의 원조 걸그룹 S.E.S의 일관성이 걸그룹 시장에서는 퇴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이미 배웠기 때문일까. 소녀의 발랄함도 여자의 섹시함도 아닌, 음악적 실험과 혼신의 안무를 통해 신흥 세력과의 차별화를 꾀한다. 빠른 속도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뮤직비디오 영상을 보면 ‘연습하느라 죽을 뻔했겠다’ 싶을 정도의 엄청난 안무가 등장한다. 군무와 개인무가 교차하고, 각각의 동작은 매시업 스타일에 맞게 ‘흐름으로서의 정보’가 아닌 ‘물량으로서의 정보’를 제공한다. 영화평론가 듀나의 “볼리우드 무비 같다”는 평가에 그래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I Got a Boy’의 난해한 음악과 화려한 영상은 아이돌 포화상태인 국내에서는 괴상(weird)할 수 있다. 반면, 아이돌에 대한 기대치가 낮으며 케이팝(K-pop)을 신(新)문물로 취급하는 서구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음악으로 느껴질 수 있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러했듯, 한 음악에 대해 극단적으로 반응이 갈리는 기준은 보통 세대다. 그런데 소녀시대의 ‘I Got a Boy’에 대한 반응은 세대가 아닌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 대중음악이 내수에서 수출산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그것도 팝 본고장에서 꽤 주목받고 있다는 확실한 징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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