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 박근혜 시대 01

시대가 박근혜를 불렀다

박근혜 시대의 역사적·사회적 의미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시대가 박근혜를 불렀다

시대가 박근혜를 불렀다
국민은 제18대 대통령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했다. ‘원칙과 신뢰’를 앞세운 박 당선인의 정치철학에 과반이 넘는 투표자가 신임을 보냈다.

박 당선인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란 영예도 안게 됐다. 신광식 연세대 교수는 “한국 국민이 처음으로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자체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남성과 다른 기질을 가진 여성이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해나갈지 주목된다”며 “박 당선인이 걸어온 정치 역정을 보면 ‘실행’을 강조하는 스타일인 만큼, 대선 과정에 본인이 약속하고 공약한 것을 5년 재임기간에 구체화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녀 대통령 출현이 갖는 역사적 의미

박 당선인은 첫 여성대통령일 뿐 아니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부녀(父女)가 대통령에 오르는 진기록도 갖게 됐다. 박 당선인이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점은 정치적 후광으로도 작용했지만 ‘정치인 박근혜’가 홀로 서는 데는 적잖은 걸림돌이었다. 정치 입문 이후 그는 대선 과정까지 박 전 대통령의 딸이란 이유로 ‘유신공주’라며 집중공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부녀 대통령 탄생’에 대해 “박 당선인에게 부여된 시대적 과제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신광식 교수는 “세습체제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딸이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 “부친이 집권 이후 남긴 유산이나 경제·사회 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그 딸이 대통령이 돼서 푼다면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고속 성장했고, 경제발전의 초석을 다졌다”면서 “우리는 그 토대 위에서 지금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며 “글로벌 경제환경에 한국 경제가 편입해 있고, 불투명한 미래를 개척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데, 민생문제가 구조적 한계에 봉착해 경제운용 시스템에서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경제전문가들은 박 당선인이 대선후보 시절 강조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통령 취임 이후 새 시대에 걸맞은 경제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의 선순환을 이룰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2년 이후 20년 가까이 한국 사회는 정치적 민주화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만, 군사정부 시절 고도성장기에 희생을 요구받았던 다수 서민의 고통과 슬픔은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아버지에 이어 다시 국민의 신임을 받아 대통령에 오른 것은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아버지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해소하라’는 시대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이 18년간 대한민국을 이끌며 고도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된 건 사실”이라면서 “박 당선인이 앞으로 5년 동안 아버지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해소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박 당선인이 시대교체를 얘기한 것은 유신 때 고통 받았던 사람과 고도성장기에 소외받은 계층을 부활시켜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본다”며 “경제·사회·정치적 소외문제를 해결한다면 박 당선인은 우리 역사에 새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심한 세대 갈등 해소해야 할 책무

시대가 박근혜를 불렀다

12월 20일 오전 박근혜 당선인이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렀던 역대 대선 가운데 첫 과반 득표로 당선했다.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의석을 얻고,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한 것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바라는 국민이 다수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결과에 나타난 세대 간 극심한 지지율 격차는 박 당선인 앞에 놓인 당면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야권 성향의 2030세대가 역대 대선에 비해 더 많이 투표했음에도 박 후보가 당선할 수 있었던 것은 5060세대 이상에서 박 후보를 더 많이 지지했기 때문이다.

2002년 제16대 대선과 비교해보면 세대 간 지지율 격차가 얼마나 심화됐는지 알 수 있다. 2002년 출구조사에서 50대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57.9% 지지를 보낸 반면,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게 40.1% 지지를 보냈다. 60대 이상에서는 이 후보 63.5%, 노 후보 34.9%였다. 그러나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더 커졌다. 50대 투표자 가운데 62.5%, 60대 이상에서는 72.3%가 박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문 후보는 50대 37.4%, 60대 이상 27.5% 지지에 그쳤다. 2002년 대선 때 50대 지지율 격차가 17.8% 포인트, 60대 이상이 28.6% 포인트였던 것이 제18대 대선에서는 각각 25.1% 포인트, 44.8% 포인트로 커졌다.

이 같은 극심한 세대 간 표 쏠림 현상은 박 당선인이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을 펼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세대 갈등을 해소하려면 박 당선인이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고 청년실업 해소에 앞장서는 등 2030세대가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면서 “이번 대선에 나타난 표심에는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펼쳐달라’는 국민의 명령이 담겼다”고 풀이했다.

이소영 대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관련 여론조사를 해보면 60% 이상의 국민이 정치 변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박 후보가 당선한 것은 정치 변화를 원하는 국민도 박 후보를 지지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선을 치르는 동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거의 다 나왔다”면서 “정치쇄신, 복지 향상, 교육의 질 확보, 경제민주화 등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변화의 방향과 지향점이 분명히 드러난 만큼, 박 당선인에게는 이를 구현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원칙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

정치인 박근혜의 트레이드마크는 자타가 공인하듯 ‘원칙과 신뢰’다. 국민이 대선후보 박근혜를 당선인으로 만들어준 것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에게 믿음을 보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당선인은 앞으로 5년 동안 국민의 믿음에 보답해야 할 책무가 있다.

중견기업 ㈜지주를 운영하는 이국노 회장은 “박근혜 당선인은 원칙과 신뢰의 상징”이라며 “(박 당선인이) 앞으로 질서와 원칙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는 또 “그(박 당선인)의 말마따나 딸린 자식이나 식구도 없으니, 국민만 바라보고 국정을 운영해주길 바란다”면서 “사심 없는 정치를 하면 국민통합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행복과 정치쇄신, 국민대통합을 주요 국정 운영 방향으로 제시한 박 당선인이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약속을 실현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여론조사 정확성 논란

줄곧 박근혜 우세… 투표 직전 공표금지로 혼란 불러


12월 19일 투표 일주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현행 선거법에 따라 대선 막바지에는 대선후보 지지율 추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진행됐다. 그러나 공표만 하지 못했을 뿐 대다수 여론조사기관은 매일같이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했다. 미공표 기간에 주요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대선 지지도 조사 결과는 본선 득표율과 큰 차이가 없었다.

리서치 앤 리서치가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는 박 후보가 줄곧 우세를 지켜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조사 때는 박 후보 44.4%, 문 후보 41.5%였고, 14일 조사에는 45.5% 대 41.2%였다. 15일 조사에는 44.8%와 42.3%였으며, 16일 조사에도 44.6%와 43.5%였다. 특히 투표를 이틀 앞둔 17일 실시한 예측조사에서는 박 후보 50.3% 대 문 후보 49.2%로 실제 대선 투표율에 근접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적으로 리서치 앤 리서치의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는 오차 범위 안팎을 오가며 좁혀졌다 늘어났다 하는 변화는 있었지만 지지율이 역전되지는 않았다.

한국갤럽 조사도 마찬가지였다. 12월 13~14일 실시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46% 지지율을 보인 반면, 문재인 후보는 43%에 그쳤다. 17일 조사에서도 박 후보 46%, 문 후보 45%였다. 투표 하루 전날 실시한 18일 조사에서는 박 후보 47%, 문 후보 45%였다.

이처럼 공신력이 검증된 여론조사기관의 대선 지지율 조사 결과는 줄곧 박 후보 우세로 나왔지만, 일부 신생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앞섰다는 결과가 나와 정치권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전국 단위 표본을 추출해 지지도 추이를 묻는 대선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이번 대선을 통해 또다시 입증됐다”면서 “다만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한 ‘깜깜이 대선’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 공표를 못 하게 하다 보니, 그 같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신뢰하기 어려운 조사기관에서 나온 믿을 수 없는 수치가 떠돌아다니며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시대가 박근혜를 불렀다




주간동아 868호 (p10~12)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관련기사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11

제 1311호

2021.10.22

전대미문 위기 앞 그리운 이름, ‘경제사상가’ 이건희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