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2

2012.11.12

국수 공양

  • 입력2012-11-09 16:5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수 공양
    국수 공양

    ―이상국

    동서울터미널 늦은 포장마차에 들어가

    이천원을 시주하고 한 그릇의 국수 공양(供養)을 받았다

    가다꾸리가 풀어진 국숫발이 지렁이처럼 굵었다



    그러나 나는 그 힘으로 심야버스에 몸을 앉히고

    천릿길 영(嶺)을 넘어 동해까지 갈 것이다

    오늘밤에도 어딘가 가야 하는 거리의 도반(道伴)들이

    더운 김 속에 얼굴을 묻고 있다

    이 시를 읽고 동네 포장마차에 가서 5000원을 시주하고 국수 공양을 받았다. ‘시 읽고 따라하기’는 내 오랜 버릇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한다. 연탄 한 장을 발로 퍽 차버리지 않는다. 먼 길 가는 시인과 겨울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국수 공양을 하는 포차의 주인이여, 더운 김이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원재훈 시인



    詩 한마당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