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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외국인이 본 ‘싸이 현상’

봤냐, 좀 놀 줄 아는 한국을

싸이 ‘강남스타일’은 한국 이미지 제고 신호탄

  • 칼 플린·영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

봤냐, 좀 놀 줄 아는 한국을

한국은 지리학적으로 세인의 이목을 끄는 두 나라 사이에 놓여 오랫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70~80년대엔 일본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그 후로는 그 관심이 중국으로 쏠렸다. 이로 인해 한국은 고유의 정체성을 외국에 알리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례로 많은 한국 친구가 외국에서 “일본인이세요?”라는 질문에 시달렸고, 요즘은 “중국 사람이세요?”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가 한국을 일본과 중국의 그림자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게 했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 어디에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가 “한국에서 산다”고 답하면 상대방은 마치 한국이라는 나라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럴 때마다 약간의 좌절감이 들었다.

물론 동남아시아에선 얘기가 좀 달라진다. 유명한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K-pop) 가수에 관한 말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문화는 어떠한지, 삶의 방식은 또 어떤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다.

“한국 거주” 달라진 해외 반응

몇 년 전 태국으로 휴가를 갔을 때 한 술집 주인이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내가 “영국에서 자랐고 지금은 한국에서 생활한다”고 답하자, 그 주인이 이런 말을 했다. “아, 한국! 웃음 없는 한국.” 사실 그 말이 맞다. 태국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정확한 표현이다. 태국인은 늘 미소 짓는 반면, 한국인은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을 보고 잘 웃지 않는다. 이는 분명 문화 차이지만, 외국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점이기도 하다.



2~3년 전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삼성을 어느 나라 기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인 응답자 80%가 ‘일본’이라고 답했다. 물론 지난 1년간 애플과 삼성의 특허권 논쟁으로 미국인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을 테지만, 당시 여론조사 결과는 내게 충격이었다.

북한도 한국을 알리는 데 도움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외신 대부분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의 공격을 두려워한다는 이미지를 부각한다.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은 그런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수년간, 실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보도하는 외신은 극히 드물었다. 올여름 영국 BBC에서는 서울시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실내 온도가 28℃ 이하일 때는 시청 건물 내에서 에어컨 사용을 금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아주 더운 여름날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는 공무원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무덥고 습한 사무실에서 힘들게 고생하는 한국 직장인의 모습에서 여가나 여흥 같은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는 외신에서 한국 사회를 다룰 때 흔히 볼 수 있는 관점이다. 한국의 중고생들이 하루 12~18시간씩 공부한다든지, 한국 직장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긴 시간 일한다는 식의 보도 말이다. 외신들은 그동안 한국인을 일만 열심히 하고 전혀 즐길 줄 모르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몇 주 전 유럽에 갔을 때 전혀 새로운 경험을 했다. 당시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영국에서도 굉장한 화제였다. 싸이 노래가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확 바꿔놓은 듯 보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겪은 일이다. 출입국데스크를 통과할 때 나와 동행한 한국인 고객이 여권을 제시하자 무뚝뚝하고 지루해 보였던 출입국 직원의 얼굴에 갑자기 함박웃음이 번졌다. 그는 대뜸 “오~ 강남스타일” 하며 나의 한국인 고객에게 ‘강남스타일’ 말춤을 출 줄 아는지 물었다. ‘강남스타일’ 하나로 머나먼 타국 네덜란드 공항 직원과 나의 한국인 고객 사이에 유대감이 생긴 것이다. 갑자기 세상 사람들이 한국을 알고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다니, 매우 흐뭇한 광경이었다.

과거 한국은 밤늦도록 열심히 일해야 하는 나라고, 한국인은 여흥을 즐길 줄 모르는 재미없는 사람들로 여겨졌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심각하고 진지하며, 삶의 목적은 오로지 돈을 벌고 성공하고 생존하는 것에 쏠린 듯 보였다.

그런데 싸이 ‘강남스타일’이 그런 선입견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한국은 오로지 일만 하고 돈 버는 데 혈안이 된 사람들의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온 세상 사람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번에 외국인들이 확인한 한국은 놀 땐 놀 줄 알고, 어떻게 하면 남을 웃게 만드는지도 잘 아는 사람들의 나라였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나라가 결코 아니었다.

싸이의 유창한 영어 실력, 외국 방송 진행자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재치,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겸손함이 미국과 유럽 전역에 수많은 팬을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는 외국인들에게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다.

독특한 K문화 매력 인기 예감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은 동남아시아나 중국에 비해 한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케이팝 가수의 콘서트가 열리긴 했지만, 한국이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이제 호주와 잠비아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이 ‘강남’을 알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통해 강남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자신을 희화화해 남을 웃길 줄 아는 (그런 웃긴 동작으로 거리를 다닐 만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세계 일류의 조선업체와 자동차 제조업체, 그리고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보유한 나라로 안다. 싸이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뒤흔들면서 세상 사람들은 한국을 익살스럽게 웃을 줄 알고 자신감 넘치며, 또 어떻게 하면 흥겹게 놀 수 있는지를 제대로 아는 동북아시아의 한 나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급속히 변하는 세상에서 한국 입지를 세우고 한국 미래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고유문화와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위대한 나라다. 한국에서 10년을 넘게 살아왔기에 나는 이 점을 매우 잘 안다.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것을 알 차례다. ‘강남스타일’이 그 작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놀라운 나라에서 더 많은 화제가 나오길 기대한다.

한국의 케이(K)문화는 독특하다. 한국은 그 독특함이 더 견고해지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케이문화는 그 인기가 상승 중이다. 이는 세계로 시장을 넓히려 하는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여타 다른 산업에도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싸이에게 참 고맙다.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길 기대해본다.

봤냐, 좀 놀 줄 아는 한국을
칼 플린은 영국 요크셔 주 리즈 출신으로 10여 년 전 여행차 한국을 찾았다가 아예 눌러앉았다. 영어 강사, 영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지금은 번역가인 한국인 아내와 함께 영어 컨설팅기업(Fandcorp English Solutions)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2.10.29 860호 (p48~49)

칼 플린·영어 프레젠테이션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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