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2

2017.06.14

스마트폰 ‘호갱’ 탈출법 ②

로밍과 에그, 포켓파이를 버려라!

사용 불능 수준의 속도와 비싼 가격 … 해외는 유심카드, 국내는 무제한 요금제가 해답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06-09 17:34:4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이동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반대 효과를 내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으로 가격경쟁을 벌였으나,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지원금 상한선(현 33만 원)이 생겨 소비자는 더 많은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 이에 통신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비싼 값에 물건을 사는 사람을 가리킴)이란 단어까지 생겼다. 그렇다면 ‘호갱’이 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주간동아’는 이동통신사가 말하기 꺼려하는 통신비 할인 요령을 연재해 독자의 ‘호갱’ 탈출을 돕기로 했다. 〈 편집자 주 〉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휴대전화 때문에 걱정이다. 로밍을 하자니 비싼 요금과 느린 통신 속도가 답답하다. 그렇다고 현지에서 선불 유심카드를 구매하자니 사용법을 숙지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데다 휴대전화 번호가 바뀌는 등 불편한 점이 있다. 최근에는 ‘에그’ 같은 휴대용 와이파이(W-iFi) 중계기를 해외에서 빌리는 등 새로운 대안도 생겼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사용했다가는 높은 통신요금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일부 이동통신 가입자는 통신요금을 아끼고자 국내에서도 휴대용 와이파이 중계기를 사용한다. 문제는 자신의 이동통신 사용 유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와이파이 중계기를 선택하면 오히려 통신요금이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 게다가 늘 중계기를 휴대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린 것도 휴대용 와이파이 중계기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경악할 만큼 느린 로밍 통신 속도

    지난해 여름휴가를 맞아 일주일간 미국 여행을 다녀온 서울 관악구의 김모(35) 씨는 미국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하고자 이동통신사의 해외 로밍서비스를 이용했지만 너무 느린 전송 속도 탓에 화가 났다. 김씨는 “하루 동안 1만 원가량 요금을 내고 데이터 무제한 로밍서비스를 이용했지만 과거 3G보다 통신 속도가 느려 일주일 내내 답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면 해외 로밍서비스가 오히려 더 불편할 수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로밍서비스를 신청하면 하루 1만 원 남짓한 비용으로 4G 속도 데이터를 100MB 사용할 수 있다(SK텔레콤 9900원,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1만1000원). 할당된 데이터를 전부 소진한 후에는 2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 가능하다.



    문제는 200kbps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2016년 이동통신사 품질평가 발표’에 따르면 3G망의 전송 속도는 5.59Mbps로 200kbps에 비해 약 29배 빠르다. 음원 스트리밍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속도가 320kbps임을 감안하면 200kbps는 음악 듣기는커녕 기본적인 웹서핑도 불편한 수준이다. 데이터를 원활히 사용하려면 자동 로밍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1MB당 4100원이라는 엄청난 요금을 감수해야 한다(미국, 일본, 대만 기준).

    따라서 해외여행이나 출장 시 데이터를 많이 써야 한다면 로밍서비스를 신청하기보다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카드를 구매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고 편리하다. 업체와 국가에 따라 유심카드 가격은 다르지만 일본은 1만4000원이면 2GB 데이터를 4G에 준하는 전송 속도로 이용할 수 있고, 대만은 1만6000원에 4GB 데이터를 제공한다. 주어진 데이터가 다 소진되면 256kbps 속도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미국은 3만~4만 원이면 일주일간 4GB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 LTE(롱텀에볼루션) 자동 로밍서비스로 2GB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이동통신 3사 기준 약 840만 원의 요금이 청구된다.

    로밍서비스 대신 선불제 유심카드를 선택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한국에서 걸려올 전화다. 해외 체류기간 휴대전화 번호가 해당 국가 번호로 바뀌어 한국에서 오는 전화를 받을 수 없기 때문. 그러나 이것도 출국 전 해당 국가의 유심카드를 국내에서 구매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해외 유심 구매’를 입력하면 해외 유심카드를 판매하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출국 2~3일 전 이 업체들을 통해 유심카드를 구매할 때 선택사항으로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를 발급받는다. 그런 다음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나 해당 단말기 번호로 착신전환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국에서 사용하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인터넷 전화로 받을 수 있다. 착신전환 서비스 신청 시 KT 1100원, SK텔레콤 880원, LG유플러스 550원의 비용이 든다.



    현지 유심 넣고 내 번호로 전화 받기

    통신사 고객센터(이동통신 3사는 114를 누르면 고객센터 연결 가능)에 연락해 상담원을 통해 착신전환 서비스를 신청하면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뒤 착신전환 방법이 해당 휴대전화에 SMS로 전송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KT와 SK텔레콤은 휴대전화 키패드에서 *88을 누른 뒤 착신할 인터넷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버튼을 한 번 더 누른 다음 통화 버튼을 누르면 착신전환이 완료된다. LG유플러스는 *88#을 누른 뒤 착신할 번호를 입력하고 *버튼과 통화연결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면 착신전환이 된다. 착신전환은 한 달간 유효하므로 귀국할 때는 해제해야 한다. 해제 방법은 통신사마다 다르다. KT는 #88*을 누르면 바로 해제된다.

    SK텔레콤은 #88*을 입력한 후 통화버튼을 누르면 해제되고, LG유플러스는 #88을 입력한 다음 통화버튼을 누르면 된다.

    최근에는 선불형 유심카드 외에도 포켓 와이파이를 임대해 해외에서 사용하는 방법도 각광받고 있다. 포켓 와이파이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휴대용 중계기와 같은 제품으로, LTE나 3G 데이터를 와이파이로 바꿔주는 기능을 한다. 중계기 특성상 최대 5명까지 한번에 이용 가능해 단체여행객에게 더 유용할 수 있다.

    올가을 친구들과 함께 4박 5일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인 경기 안양시의 박모(27) 씨도 로밍서비스나 해외 유심카드 대신, 포켓 와이파이 임대를 고려하고 있다. 박씨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다면 일본에서 선불제 유심카드를 구매하기보다 포켓 와이파이 임대가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듣고 관련 내용을 찾아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으로 단체여행을 간다면 포켓 와이파이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본에서 포켓 와이파이 대여 비용은 하루 6000~7000원 선. 유심카드 구매에 비해 다소 비싸 보이지만 일본에서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하면 무제한으로 4G 속도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포켓 와이파이 1대를 대여하면 최대 5명까지 이용 가능하다. 5명이 포켓 와이파이를 함께 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개인당 요금은 9800원 선으로 현지 유심카드 구매보다 저렴하다.

    물론 포켓 와이파이에도 단점은 있다. 일단 데이터 사용에만 특화돼 있어 전화 연결이 어렵다. 데이터 통화가 가능하지만 일반 통화에 비해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또 여행 기간 내내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포켓 와이파이를 들고 다녀야 한다. 포켓 와이파이가 꺼지면 데이터 사용이 불가능해 포켓 와이파이를 자주 충전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다.



    국내 포켓 와이파이가 더 비싸다?

    일부 소비자는 통신비를 아끼고자 국내에서도 포켓 와이파이를 사용한다. 하지만 별생각 없이 통신비 절감을 위해 포켓 와이파이를 구매했다가는 불편함과 함께 통신비 폭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위험이 있다. 국내에서는 KT와 SK텔레콤만 각각 ‘에그’ ‘포켓파이’라는 이름의 포켓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당초 국내 포켓 와이파이는 LTE와 4G 경쟁을 벌이던 와이브로(Wibro)의 서비스 기기로 사용됐다. 하지만 와이브로가 LTE와 경쟁에서 도태되며 사용자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미래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와이브로 가입자 수는 104만9788명이었지만 매해 가입자가 줄어 올해 4월에는 51만671명만 남았다.

    사용자가 적으니 관련 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와이브로의 전송 속도는 매우 느린 편이다. 현재 와이브로의 전송 속도는 3~6mbps로 2011년 와이브로가 도입되던 시기의 전송 속도 40mbps에 비해 10배가량 느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이후 KT는 포켓 와이파이 와이브로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에그 상품은 전부 LTE 데이터를 와이파이 신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여전히 와이브로 요금제가 있지만 신규 가입자는 거의 없다.

    포켓 와이파이의 LTE 데이터 요금은 휴대전화 요금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KT의 경우 월 1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은 월 1만6500원, 22GB 데이터 제공 상품은 2만4200원이다. SK텔레콤은 10GB 데이터 상품이 1만6500원, 20GB는 2만4750원이다. 각 사의 가장 싼 3만 원대 데이터 요금제(월 3만2890원에 300MB 데이터 제공, 음성통화·문자메시지 무제한)에 10~11GB의 포켓 와이파이 요금을 더하면 양 사 모두 월 4만9390원에 10GB 넘는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월 5만1700원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해야 월 3.5GB, KT는 월 4만9390원을 내야 3GB 데이터가 제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켓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이득인 듯이 보인다.

    하지만 포켓 와이파이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LTE에 비해 전송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것. 서울 노원구의 이모(32·여) 씨는 지난겨울 휴대전화 요금을 줄이려고 포켓 와이파이를 구매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았지만 포켓 와이파이의 전송 속도가 휴대전화 LTE에 비해 느렸다. 결국 휴대전화 데이터를 더 사용하게 돼 월 통신비로 지출하는 금액이 오히려 늘어났다. 뒤늦게 후회하고 해지하려 했으나 2년 약정이 걸려 있어 어쩔 수 없이 현재도 포켓 와이파이를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포켓 와이파이의 전송 속도는 최대 15mbps가량으로 500mbps인 LTE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 이동통신 상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휴대전화 외 노트북컴퓨터 같은 기기로 야외에서 인터넷 사용이 잦은 고객에게만 관련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게다가 상품 판매 시 LTE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는 점을 설명해야 하지만 일부 판매점이 이 과정을 생략해 고객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잦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