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2

2017.06.14

마감有感

명령한다, 릴랙스~

  • 서정보 편집장 suhchoi@donga.com

    입력2017-06-09 17:09:2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지난 호에 이어 관중과 제환공의 얘기를 좀 더 해보자. 문헌엔 없는 심리묘사를 곁들여 각색해봤다.

    제환공은 자신을 화살로 쏘아 죽이려 한 관중을 극진한 예로 모셔와 재상으로 삼았다. 사흘 동안 관중으로부터 국정운영 철학과 방법을 들은 제환공은 크게 기뻐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재상 말대로 하면 나라는 부강해지겠지만 나는 너무 바빠지는 것 아닌가.’ 제환공은 슬쩍 관중의 눈치를 보다 운을 뗐다.

    “과인이 술과 여색과 사냥을 좋아하는데….”

    영민한 관중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패업을 이루는 데) 해롭지 않습니다. 즐기셔도 됩니다.”



    제환공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으리라. ‘골치 아픈 정사는 관중에게 맡기고 나는 신나게 놀면 되겠구나.’

    제환공은 짐짓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해로운가.”

    관중은 마지막 일침을 놓았다.

    “어진 이를 쓰지 않으면 해롭고, 어진 이를 알면서도 쓰지 않으면 해롭고, 어진 이를 쓰되 믿지 않으면 해롭고, 어진 이를 쓰면서도 소인배를 함께 끼워두면 해롭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고 여러 사안을 ‘친히 챙기겠다’고 했다. 이번 호 기사에 소개한 대로 ‘만기친람(萬機親覽)’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이 일일이 챙기는 건 이미지 정치를 위해서는 좋을지 몰라도 효율적 리더십이 되기는 쉽지 않다. 제환공은 관중을 뽑은 뒤 믿고 맡겼다. 물론 국정의 큰 방향이야 논의했겠지만. 

    최근 문 대통령은 화재를 진압하다 부상을 입은 바람에 결혼식도 늦게 올리고 신혼여행도 못 간 소방관을 만난 자리에서 “명령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오라”고 했다.

    만약 내게 대통령에 대한 명령권이 있다면.

    “명령한다, 믿고 맡기고 대통령께선 릴랙스~.”

    초반부터 너무 힘 빼지 말았으면 한다.






    마감有感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