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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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한 일 동료들은 알고 있다

평판조회

  • 이정선 커리어케어 상무

    입력2012-10-15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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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기업 그룹 임원으로 재직 중인 N씨는 2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최근 모기업 임원 스카우트 제의에 응했다가 씁쓸한 경험을 했다. 서류심사와 최종 인터뷰 등을 거치며 상당한 호감을 표시하던 기업에서 평판조회 결과 스카우트를 더는 진행하기 어려울 듯하다는 뜻을 전해온 것이다. 출근날짜 조율과 연봉협상 등 최종 결정을 기대하던 N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N씨의 이력 중 과거에 재직했던 회사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을 대상으로 한 평판조회 결과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들어 평판조회가 채용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얼마 전 한 인터넷 취업포털이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판조회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의 절반 이상인 51.4%가 채용 시 평판조회를 실시한다고 응답했다. 채용이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평판조회 결과 때문에 탈락한 사례도 70%를 넘는다고 한다.

    외국계 유명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인사부서장으로 승승장구하던 B부장은 평판조회 때문에 국내 수출 대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길 기회를 잃었다. 평판조회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자주 가졌던 술자리가 화근이 된 것이다. 상급자들에게서 좋은 평판을 받은 것과 달리 술이 과하면 은연중 회사 경영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부하직원에게 술주정을 한다는 평판이 문제였다. 신뢰성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문제가 있다는 동료와 부하직원들의 평판조회 결과를 접한 회사 최고경영자는 그의 임원 영입 계획을 접기로 했다.

    평판조회를 통해 경력 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기도 한다. 국내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MBA를 거쳐 외국계 광고기획사 마케팅 담당자로 재직 중이던 K과장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국계 소비재 기업의 마케팅 담당으로 이직하려 했다. 하지만 평판조회 과정에서 이력서에 누락한 과거 경력이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의심을 받아 미끄러졌다. 이직하는 과정에서 잠깐 몸담았던 재직 경력을 별것 아니라고 판단해 누락하고 그 공백 기간을 전후 재직회사 경력으로 합해 기재한 것이다. 얼마 전 해외 유명 IT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영입 과정에서도 학력, 경력 위조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간혹 잦은 이직 등 경력관리의 결점을 숨기려고 과거 직장의 재직기간을 늘리거나 짧게 재직한 경력은 삭제하는 등 경력이 첨삭된 지원서를 보기도 하는데, 일부 기업은 재직기간의 정확한 일자까지 기재한 지원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평판조회는 후보자의 학력, 경력, 직무역량, 도덕성 등에 대해 이전 직장 상사나 동료 혹은 인사부서 등 관련자에게 확인하는 절차다. 따라서 조회처와 후보자가 과거 어떤 인연으로 엮였느냐에 따라 상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평판조회 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기존의 평판조회 방법 외에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최근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개인 홈페이지나 SNS를 통한 인재검증 방법도 늘어간다. 다양한 루트를 통한 평판조회는 잘못된 채용으로 인한 손실을 피하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인 것이다.



    이제 채용시장에서 인재검증을 위한 평판조회는 기존의 전형 절차보다 더 중요해졌다. 기업은 정확한 평판조회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이직뿐 아니라 임원 승진 등에서도 평판조회를 실시할 정도다. 만약 5년 후 혹은 10년 후 성공적인 직장인으로 성장하기를 꿈꾼다면 다시 한 번 조직 내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개인의 신용관리처럼 재직 시 인적 네트워크 관리에 더 신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주변 동료는 적이 아니라 나의 성공을 돕는 지원군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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