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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권

끈끈한 경제 동반자의 숨은 비밀

‘레드 앤드 블랙 : 중국과 아프리카, 신 자원로드 열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끈끈한 경제 동반자의 숨은 비밀

끈끈한 경제 동반자의 숨은 비밀

김동환·배수강 지음/ 나남/ 296쪽/ 1만5000원

한국 언론은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7월 20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과 아프리카 50개국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틀간 회의를 마치고 중국과 아프리카 간 전 방위 협력 계획을 담은‘베이징 선언’을 채택했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이 자리에서“아프리카 사회 기반시설 확충과 농업 및 제조업 발전 등을 위해 200억 달러(약 23조 원)의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은 왜 아프리카에 엄청난 공을 들일까.

중국이 과거 실크로드를 통해 세계 문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아프리카‘자원로드’개척을 통해 도약을 꿈꾼다. 아프리카에 있는 엄청난 천연자원은 중국 경제성장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안전판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를 연구한 관련 출판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 중국과 아프리카의 정치·경제·외교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자료를 국내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이 책 저자들은 냉전 시기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를 들여다보면서 왜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를 분석한다.

중국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그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중국식 사회주의를 전파하고자 했다. 중국이 선택한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중국은 이념 순수성을 가장 우위에 두고 대(對)아프리카 정책을 폈다. 그 핵심이 바로 신뢰 구축이다.

대약진운동이 실패하고 문화대혁명으로 중국은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웠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금융 부문은 과감하고 장기적이었다. 차관을 비롯한 무상 원조, 융자금 등을 대부분 신용 하나만을 바탕으로 집행했고 무이자, 무조건, 무담보 등 3무(無)를 고수하면서 해마다 지원액을 늘렸다. 경제적 실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투자하고 원조하는‘이념적 경제관계’를 통해 신뢰를 하나둘 쌓아올렸다.



아프리카 빈곤으로 무역이 주춤해질 무렵에 터진 톈안먼(天安門) 사건은 아프리카에서 중국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를 부른 톈안먼에서의 무력진압으로 전 세계적에서 수많은 제재가 이어져 고립무원으로 빠져들 때 아프리카 국가들은 오히려 중국을 옹호했다. 그들은“무력진압은 중국 고유의 내정 문제일 뿐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강력히 지지했다.

저자들은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를‘타산적 상호의존성’관계라고 정의한다. 양쪽이 가진 이해 요소가 견고히 맞물려 이제는 서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최대 외환보유국과 최대 자원부국의 끈끈한 모습은 부러움 반 질투 반을 부른다. 중국을 아프리카 자원의‘포식자’로 묘사하는 서구 목소리는 이 대목에서 힘을 잃는다.

“현재 한국의 대아프리카 정책은 중국을 무작정 따라할 뿐 장기적 안목이 결여된 상태다. 이제는 한국 경제규모를 망각한‘퍼주기식 짝퉁’외교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제대로 된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에서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저자들은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든 한국 자원외교정책에 대해 충고도 잊지 않는다. 지금 우리 대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과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와 자원 획득에 열을 올린다. 중국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한 시장에서 선전하려면 상호존중을 바탕으로‘동반자’로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에게 아프리카‘자원로드’의 길은 멀고 험하다.



주간동아 2012.08.27 852호 (p68~68)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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