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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꽃 산책

산나물의 제왕 노란 꽃도 황홀

곰취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산나물의 제왕 노란 꽃도 황홀

산나물의 제왕 노란 꽃도 황홀
“봄도 아닌데 웬 곰취!”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곰취 하면 아이 손바닥막한 잎이 떠오릅니다. 곰취는 주로 봄에 난 싱싱한 새 잎을 쌈으로 먹는 대표적인 산나물입니다. 쌉쌀하면서도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 향기가 일품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산나물의 제왕’이라는 거창한 별명도 붙여놓았답니다. 잎이 조금 억세지기 시작하면 호박잎처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쌈을 싸먹거나 초고추장을 찍어먹기도 합니다. 예전 지리산 산골마을에서 억세진 곰취 잎으로 간장·된장 장아찌를 담근 것을 먹은 적이 있는데 입안에 맴도는 향기며 그 맛이 얼마나 일품이던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워낙 인기 있는 산나물이다보니 요즘은 재배도 하는데, 산지마다 조금씩 맛과 향이 달라 서로 제 고장 이름을 붙여 부르곤 합니다.

이렇게 누구나 알아보는 곰취 잎. 하지만 정작 곰취 꽃을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누가 뭐래도 식물이 가장 주목받는 중요한 기관은 바로 꽃인데도 우리는 그동안 먹는 데만 눈이 어두워 진짜 곰취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곰취에게도 꽃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면 정말 식물에게 미안해해야 합니다. 자연에서 자라는 모든 고등식물은 당연히 꽃이 핍니다. 곰취 꽃은 여름이 서서히 물러나고 저만치 가을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하는 바로 이즈음 하나둘 피기 시작해 초가을까지 만나볼 수 있는데, 정말 놀랍도록 곱게 핍니다. 꽃을 보려고 곰취를 키워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말이죠.

곰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자라는 곳도 그 범위가 매우 넓어 그야말로 한라에서 백두까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자랍니다. 흥미롭게도 제주 한라산에도 곰취가 많은 편인데 그곳 분들은 곰취를 잘 먹지 않는답니다. 아마도 산에 기대어 살기보다 바다에 의지해 살아온 까닭에 해산물 쪽 먹을거리가 더 발달했기 때문인 듯합니다.



곰취는 다 자라면 1m가 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어른 허벅지 높이 정도까지 자랍니다. 심장과 신장의 중간쯤 되는 모양을 가진 잎이 뿌리 주변에 크게 여러 장 달리고 줄기를 따라 작은 잎이 달리죠. 꽃은 노랗게 핍니다. 국화과 식물이어서 우리가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그 하나하나가 사실 각각의 꽃 한 송이로, 이러한 꽃이 모여 작은 꽃차례를 만들고 다시 원추형 꽃차례를 이룹니다.

혹 집에 마당이 있다면 낙엽 지는 나무 사이 햇살 드는 곳에 곰취를 심어보세요. 봄에는 잎을 따서 즐기고 늦여름부터는 꽃을 즐길 수 있어 그야말로 일거양득입니다.

산나물의 제왕 노란 꽃도 황홀
그렇다면 왜 ‘곰취’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곰이 나타나는 깊은 산에서 자라기 때문일까요? 한자로는 웅소(熊蘇)라고 하는데, 어느 이름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밖에 잎 모양이 말발굽과 비슷하다 해서 마제엽(馬蹄葉)이라고도 합니다. 곰취 뿌리는 호로칠(胡蘆七)이라고 부르며 약으로 쓰기도 하죠. 한방에서는 폐를 튼튼히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능이 있어 기침, 천식, 감기 치료제로 사용합니다.

비가 그친 뒤, 하루하루 점점 더 맑고 높아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곰취 꽃이 노랗게 피기 시작하면 가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랍니다.



주간동아 2012.08.27 852호 (p74~74)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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