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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김지영 기자의 스타 데이트

“아이돌이고 싶고 시집도 가고 싶고 저, 욕심이 많은가요?”

자작곡으로 컴백 가요계 ‘넘버 원’ 보아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아이돌이고 싶고 시집도 가고 싶고 저, 욕심이 많은가요?”

“아이돌이고 싶고 시집도 가고 싶고 저, 욕심이 많은가요?”
눈빛도, 피부 톤도, 웃음소리도 티 없이 맑다. 요리조리 살펴도 13년간 국내외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중견가수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기야 그의 나이 이제 스물여섯이다. 중학생이던 2000년에 데뷔한 원조 아이돌 스타가 어느새 여성미를 물씬 풍기는 아가씨가 된 것이다. 최근 컴백을 앞두고 만난 보아(BoA·본명 권보아)는 생기발랄하고 유연했다. 올 상반기 SBS 오디션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K팝 스타’(이하 ‘K팝 스타’)에서 양현석, 박진영과 함께 가수지망생을 심사하던 그때처럼.

데뷔 후 일본에서 주로 활동해 국내 팬과의 접촉이 폭넓지 못했던 그는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전까지 고수하던 신비주의를 벗고 출연자와 함께 울고 웃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이다.

그래서일까. 7월 말 보아가 내놓은 7집 앨범의 반응이 뜨겁다. 2010년 ‘허리케인 비너스’ 이후 2년 만에 가수 활동을 재개한 그는 타이틀곡 ‘온리 원(Only one)’으로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온리 원’은 보아가 직접 노랫말과 멜로디를 만든 서정적인 힙합곡. 묵직한 드럼 비트와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아가 자작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건 데뷔 이래 처음이다.

▼ 작사, 작곡은 언제부터 한 건가.

“오래전부터 꾸준히 해왔다. 일본에서 발표한 앨범이나 6집 ‘허리케인 비너스’에도 자작곡을 담았다. 편곡은 아직 능력이 달려 전문가에게 맡긴다. ‘온리 원’도 원래 이번 앨범의 수록곡으로 쓰려고 만들었는데 이수만 선생님이 노래를 듣고 타이틀곡으로 가자고 밀어붙였다. 기대 이상으로 편곡이 잘 나왔지만 SM엔터테인먼트가 추구해오던 비트가 강한 노래가 아니라서 좀 의외의 결정이었다.”



▼ 예전과 달리 음악이 부드러워졌다.

“일렉트로닉이 몇 년 동안 강세였고 개인적으로 그런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보컬이 좀 더 두드러지는 노래를 하고 싶었다. MP3에 담아 듣고 싶은 그런 노래 말이다. 그래서 기계음도 빼고 어깨에 힘도 많이 빼고 작업했다.”

▼ ‘K팝 스타’ 출연 후 대중이 거는 음악적 기대가 커졌는데.

“이번 앨범에 수록곡이 많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곡 수를 채우려고 중간 레벨의 노래를 넣고 싶진 않았다. 넣을 수 있는 노래는 많았지만 좀 더 질을 높이려고 좋은 노래만 모아 녹음했다. 이번 앨범은 정말 양보다 질이다. 내 음반이어도 듣다 보면 건너뛰는 노래가 있는데, 이번엔 맘에 들지 않는 노래가 하나도 없다.”

‘온리 원’으로 음원 차트 석권

“아이돌이고 싶고 시집도 가고 싶고 저, 욕심이 많은가요?”

8월 초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콘서트에 참여한 보아.

▼ 타이틀곡 가사가 이별을 앞둔 연인의 이야기던데, 경험담인가.

“그건 아니지만 유아인과 찍은 뮤직비디오처럼 카페에서 연인과 악수하고 헤어지는 ‘쿨’한 이별을 경험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이별이 가능할는지는 모르겠다. 어느 한쪽은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예전부터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내용을 좋은 가사로 풀고 싶었다. 노래를 들었을 때 어떤 장면이 그려지는 그런 가사 말이다. 생각보다 쓰기가 쉽진 않았지만 다행히 잘 나와 뿌듯하다. 내용이 현실적이라 많이들 물어본다. ‘온리 원’이 누구냐고. 일단은 없는 걸로(웃음).”

▼ 그 ‘온리 원’이 배우 유아인인가. 방송에서 그를 이상형으로 지목하지 않았나.

“유아인 씨가 출연한 ‘패션왕’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그 드라마가 방송될 때 마침 뮤직비디오를 준비 중이었다. 나쁜 남자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그것을 소화할 수 있는 내 또래 배우가 누굴까 고민하다 유아인 씨가 떠올랐다. 뮤직비디오 출연을 잘 안 하는 배우인데 기꺼이 출연해줘서 고마웠다. 그런 마음에서 이상형이라고 말했을 뿐 실은 이상형이 아니다.”

▼ 그럼 이상형은 어떤 타입인가.

“딱히 없다. 착하고 잘생기면 된다(웃음). 누구에게나 이상형이 있겠지만 정작 마음에 들어서 만나는 사람과 이상형이 흡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마음 맞는 사람과 좋은 연애를 하고 싶다.”

▼ 언제쯤 시집가고 싶나.

“진짜 가고 싶다. 근데 시집을 나 혼자 가나.”

▼ 아이엄마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나.

“애를 싫어한다. 조카가 나를 싫어한다. 무서운가 보더라. 자주 보지도 못하고 어쩌다 봐도 잘 안 놀아준다. 어디를 잡으면 아플까봐 다가가지 못한다. 그랬더니 싫어하더라. 아이와 친해지기가 힘들다.”

▼ 뮤직비디오 촬영 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만나자마자 6시간 동안 등만 대고 있었다. 그러다 정면으로 마주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서로 말을 하라는데 분위기가 어정쩡해서 시쳇말로 ‘뻘줌’했다.”

▼ ‘온리 원’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잘 춘다는 걸 새삼 알았다.

“원래 힙합댄스가 주특기다. 우리나라에서는 라이브를 고집하다 보니 안무가 자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퍼포먼스 위주의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서 힙합 스타일의 파워풀한 안무를 선택했다. 결과물도 아주 만족스럽다. 스토리가 있어서 한 편의 뮤지컬 같다. 최상의 춤을 선보이려고 댄서들과 함께 안무 연습만 두 달을 했다.”

▼ 완벽주의자인가.

“일할 때는 완벽주의에 가깝다. 작은 것 하나까지 꼼꼼하고 섬세하게 신경 쓴다. 그러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허당’이다. 게으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다. 그래도 할 건 다한다.”

음악 트렌드가 급변하는 와중에도 보아는 10년 이상 가수로서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이 뭘까.

“음악이 좋아서 즐겼을 뿐이다. 뭘 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좋던 것도 싫어지지 않나. 나도 사람인지라 좋아하는 음악이 계속 바뀌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자체가 즐겁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 있다. 중독성 있는 직업이다.”

▼ 아직도 자신을 아이돌 스타라고 생각하나.

“아이돌이고 싶다. 아이돌이라고 불러주면 기분 좋더라(웃음). 사실 포지션이 애매하다. 아이돌도 아니고, 아티스트도 아니고. 그 사이에 걸쳐 있으려고 한다. 오히려 그런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음악을 하는 데엔 더 편하다. 장르를 쉽게 넘나들 수 있으니까.”

▼ ‘K팝 스타’에서 만난 가수 지망생들의 열정이 신선한 자극이 됐을 것 같다.

“가수 활동을 오래 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데 아마추어 친구들을 보면서 적잖이 자극을 받은 건 사실이다. 수록곡 중 ‘더 섀도(The Shadow)’가 ‘K팝 스타’를 하면서 느낀 감정을 쓴 노래다. 항상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지난날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음악에 대한 열의 하나로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게 되더라. 단순히 심사위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팬이자 선배로서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니 앞으로 더 좋은 음악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 ‘K팝 스타’에 출연할 때 보아가 저렇게 예뻤나 하고 감탄한 이가 많다.

“원래 이렇게 생겼다. 데뷔 후 화장 연하게 한 내 얼굴을 찬찬히 본 적이 없었으니 보아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이제야 안 것 같다(웃음). 사실 춤추고 노래할 땐 계속 인상 쓰고 입 벌리고 있으니까 예쁜 사람도 못생겨 보일 수 있겠더라. 우리나라 안티들의 동영상 순간 캡처는 정말 세계적인 수준이다.”

“아이돌이고 싶고 시집도 가고 싶고 저, 욕심이 많은가요?”
미국 진출 앞두고 슬럼프 겪어

▼ 워낙 어린 나이에 데뷔한 데다 한류 붐이 일기 전 일본에 진출하고 성공해 ‘여전사’ 이미지가 강하다. 원래 씩씩하고 무던한 성격인가.

“그런 편이긴 한데, 화나면 욕도 한다. 나도 사람인데 뱉을 일이 있을 땐 뱉어내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타당한 일에는 화내지 않는다. 또 내가 욕해봐야 얼마나 하겠나. ‘시댕’ 정도지.”

▼ 슬럼프를 겪어봤나.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슬럼프였다. 그때가 일본에서 활동하며 미국 진출을 꾀하던 시기였다. 일이 안 풀려서가 아니라 너무 큰일이 닥치니 정체성에 혼란이 오더라.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마음 비우고 놀았다. 나를 내려놨다.”

▼ 일본 활동이 음악적 정체성에 영향을 미쳤나.

“외국에서 활동하더라도 음악성이 바뀌진 않는다. 언어만 바뀔 뿐이다. 일본에서 낸 마지막 앨범의 프로듀싱을 직접 했는데 그때도 음악에 대한 아이덴티티는 흔들리지 않았다.”

▼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비결이 뭔가.

“당시에는 춤추며 노래하는 솔로 여가수가 없었다. 아무로 나미에도 결혼한 뒤였다. 마침 2002 한일월드컵으로 양국 교류로 활발하던 시기였다. 처음엔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나중엔 내가 격렬하게 춤추는 모습을 좋아하더라.”

▼ 일본 활동을 일부러 쉬고 있는 건가.

“아니다. 시간이 없어서 못 가고 있다. 당분간 이번 앨범 프로모션에 집중할 거고 10월부터는 ‘K팝 스타 시즌2’ 녹화가 시작된다. 지난해에도 일본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려고 했는데 영화 촬영으로 불발됐다.”

▼ 처음 일본에 진출했을 때 고충이 뭐였나.

“너무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도 간단치 않았지만 무엇보다 말이 안 통하는 게 힘들었다. 그때는 힘들어서 울기보다 너무 한가해서 울었다. 일이 안 들어오니 밖에도 못 나가고 집에서 TV를 봐도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본어를 죽어라 배웠다.”

▼ 한국에서는 단독콘서트를 한 적이 없는데 앞으로 어떤 공연을 하고 싶은가.

“밴드와 함께 좀 심플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하고 싶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공연이면 좋겠다. 무대가 화려하지 않아도 음원만 듣는 공연보다 팬들과 교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다.”

▼ 아이돌그룹에 비해 솔로가수의 장단점은 뭔가.

“머릿수가 적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여럿이서 한 무대에 서면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지만 혼자 뛰면 수입 면에서 이롭지 않은가(웃음). 더구나 솔로는 자신이 만족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 아닌가 싶다.”

▼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일주일에 한두 번 운동하고 비타민제를 먹는다. 엄마가 한약을 지어주지만 잘 챙겨 먹는 성격이 아니라서 만날 (약 먹는 걸) 까먹는다.”

▼ 몸매 관리에도 신경 쓰나.

“특별히 신경 쓰진 않는다. 키가 작아서 몸매는 안 봐주더라. 괜찮다. 몸매가 아무리 좋아도 키 작은 것에서 끝나니깐.”

▼ 피부가 도자기 같다. 타고난 건가.

“부모님 피부가 좋은 편이다. 평소 피부과에도 꾸준히 다니고 팩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 주량이 소주 5병이라던데 요즘도 술을 즐기나.

“끊었다. ‘승승장구’라는 토크쇼에서 ‘소주 5병 먹고 쓰러진 적이 있어서 이렇게 먹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맥주는 20잔까지 마셔봤다’고 이야기했더니 주량이 소주 5병에 맥주 20잔인 걸로 편집돼 다들 술꾼인 줄 안다. 술을 못하지는 않는데 이제 술 마시는 게 재미없다.”

▼ 요즘은 뭐가 재미있나.

“집에서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졌다. ‘추적자’ 끝나고 ‘유령’도 끝나가고 ‘신품(신사의 품격)’도 끝나가서 아쉽다. ‘추적자’ 손현주 씨는 꼭 연기대상을 받아야 한다. 무척 애썼다.”

기회 된다면 드라마 찍어봤으면…

“아이돌이고 싶고 시집도 가고 싶고 저, 욕심이 많은가요?”
▼ 미국에서 찍은 영화 ‘코드 3D’가 내년 초 개봉한다고 들었다. 출연한 소감은.

“얼마 전 편집본을 봤는데 손발이 오글거리더라. 연기 연습을 많이 했고 다행히 댄스영화라 큰 부담은 없었다. 춤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 볼거리는 많을 거다. 영화 하면서 연기 욕심이 생겼다.”

▼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올 법한데.

“드라마에 관심 많은데 섭외가 안 들어오더라(웃음). 기회가 되면 ‘신사의 품격’의 임메아리나 홍 프로 같은 배역을 해보고 싶다. ‘전쟁의 여신-아테나’에 카메오로 출연했을 때는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촬영 10분 전에 대본을 줘서 연습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아쉬웠다.”

▼ 가요계에 데뷔하던 15세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음악을 할 거다. 평범한 삶에도 고충이 있기는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어떤 선택을 하든 장단점이 있겠지만 지금 삶이 나한테는 가장 행복하다. 하고 싶은 일을 어릴 때부터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 그럼 10년 후에는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 가수든 연기자든…. 어쩜 결혼했을 수도(웃음).”

보아는 손목에 팔찌를 차고 있었다. 팔찌에 새겨진 글자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의 세례명 ‘키아라’였다. 키아라는 이탈리아어로 ‘빛’이라는 뜻. 그 이름처럼 보아는 어디서든 빛난다.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2.08.13 850호 (p66~69)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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