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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정치풍자소설

레임덕은 없다

22회 다 좋을 수는 없다

레임덕은 없다

“그래, 통일이야.”

이명박이 굳게 닫았던 입을 떼고 말했다. 2009년 5월 말, 전(前) 대통령 노무현의 자살로 한동안 뒤숭숭하던 사회 분위기가 정리되고 있다. 노무현은 국민장으로 봉하마을에 안장됐다. 일부 세력이 정권의 탄압으로 노무현이 자살했다고 시위, 선동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 국민은 이제 어설픈 선동에 넘어가지 않는다. 하도 많이 겪다 보니 선동군보다 몇 수 앞을 보는 선수가 된 것이다.

이명박이 앞에 선 의전실 소속 행정관 박인수를 봤다. 박인수는 45세, 이명박을 20년 가깝게 모신 심복이지만 전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본인도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아 공식석상에 일절 얼굴을 보인 적이 없다. 또한 한 번도 구설에 오르지 않은 인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공직을 맡지 않다가 처음으로 의전실 행정관 직책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일 박인수가 작심하고 호가호위했다면 ‘소통령’이 되고도 남았다. 그러고는 지난번 측근 숙청 때 가장 먼저 사라졌을 것이다. 이명박이 말을 잇는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60년간 이어온 대한민국 대통령의 꿈이지. 통일대통령이 되는 것 말이야.”

박인수는 잠자코 시선만 준다. 묻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것이 박인수의 습성이다. 그러나 일단 입을 열면 제 생각을 정직하게 내놓는다. 절대 분위기에 좌우되지 않는다. 판단은 이명박 몫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바로 당사자의 자질인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젠 내치(內治)는 어지간히 됐다는 생각이 든다. 기반은 단단히 다졌다는 말이다. 이젠 통일사업을 해야 하지 않겠나?”

이명박이 묻자 박인수가 입을 열었다.

“경제 지원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요. 우리가 안 주고 시작할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은 눈만 껌벅였고 박인수의 말이 이어졌다.

“지난번 김정일 씨가 6·25에 대해 사과했지만 그것으로 끝입니다. 북한이 립서비스로 시간을 끄는 동안 남한은 엄청난 재원을 쏟아왔습니다. 이 상황이 변할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차근차근. 가랑비에 옷 젖듯이. 더우면 옷을 벗는 햇볕정책으로….”

말을 그친 이명박이 입맛을 다셨다. 바로 그 성과가 핵무장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아냐. 이번에는 다르다.”

이명박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그러나 박인수는 대답하지 않는다. 동의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번 김정일 답방 시 양국 정상이 합의한 내용 가운데 북측에 대한 식량지원이 있다. ‘핵폐기 단계적 실행’ ‘평화 공존’ ‘남북 교류 활성화’ ‘개성공단 확장’ ‘군실무자 협상 정례화’ 등 합의 내용이 많았지만 ‘식량지원’이 가장 다급하게 실행돼야 할 현실적 과제다. 시급한 식량지원 문제 때문에 김정일이 답방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안다.

그리고 김정일과의 평화조약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올 것이라고 믿는 사람도 드물다. 이것은 이른바 학습효과다. 6·25전쟁 때부터 시작한 북측의 ‘교란’ ‘테러’ 행위는 남한 주민에게 깊은 불신감을 심어줬다. 뜨거운 눈물 한두 번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다시 머리를 든 이명박이 박인수에게 말했다.

“나는 철저히 주고받을 테니까. 그냥 주지는 않겠단 말이야.”

# 세종시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충청도 일부와 반(反)정부 세력이 이명박을 격렬히 비판했지만, 지지도는 여전히 85%를 지키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고다. 그리고 6월 1일 국회에서 ‘정년법’이 통과해 7월 1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사회 분위기는 뜨겁다. 6월 3일 국무총리 이회창이 청와대 비서실장 조순형의 방문을 받았다. 지난달은 노무현의 죽음으로 당정(黨政)이 잠깐 동요했고 ‘정년법’의 국회통과도 예상보다 며칠 늦어졌지만 이제 평정을 찾은 상태다.

“갑자기 무슨 일이오?”

총리실에 마주 보며 앉았을 때 이회창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그러자 조순형이 정색하고 대답했다.

“대운하 말씀입니다. 대통령께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계시는 데다, 선거 공약으로 국민의 승인을 받기도 했고. 이제 추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으십니다.”

“대운하라.”

시선을 준 채로 이회창이 말을 잇는다.

“언제 시작하나 궁금했는데 마침내 나왔군.”

그러자 조순형이 물었다.

“총리 생각은 어떠십니까?”

“환경단체나 야권, 언론의 반발은 미미할 거요.”

조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른바 좌파 세력, 반정부 세력은 이미 소금 먹은 배추 꼴이 됐다. 추진하는 데 지장은 없다. 거대한 토목공사를 시작하면 고용이 증가하고 경제가 탄력을 받는다. 그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사회 전체에 활력이 생긴다. 이명박은 건설업 출신이다. 손에 익은 일을 자신 있게 국정에 반영하고 싶기도 한 것이다. 그때 이회창이 말했다.

“나는 반대요. 대운하는 통일 후에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조순형의 시선을 받은 채 이회창이 말을 잇는다.

“하지만 대통령께서 추진 의지를 꺾지 않는다면 협조하겠다고 전하시오.”

“알겠습니다.”

머리를 끄덕인 조순형이 쓴웃음을 지었다.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 “그만둡시다.”

조순형의 말을 들은 이명박이 말했다.

“맞아요. 대운하가 시급하지는 않아요.”

“대통령님, 하지만….”

이명박의 빠른 반응에 조순형이 조금 당황했다. 그래서 주섬주섬 말을 잇는다.

“총리도 강하게 반대한 건 아니었습니다.”

“아니, 마찬가지지요.”

정색한 이명박이 말을 잇는다.

“대운하 공사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하겠습니다.”

# 1차로 쌀 10만t을 받은 다음 날 김정일에게 남북협상 대표단의 북측 부대표였던 외무성 부상 리영호가 찾아와 보고한다.

“지도자 동지, 남측 통일부 장관이 금강산 관광사건에 대한 사과성명 발표와 재발방지 협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시선을 받은 리영호의 이마에 진땀이 배어 있다. 그러나 말은 잇는다.

“2차분 선적 날짜를 알려주지 않고 금강산 관광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대답을 들어야 알려주겠다는 속셈인 것 같습니다.”

“이명박이가.”

쓴웃음을 지은 김정일이 의자에 등을 붙였다. 6월 5일 주석궁 집무실 안이다. 이제 사색(死色)이 되어 몸이 굳은 리영호는 입을 떼지 않는다. 김정일로서는 6·25 사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건별로 사과했다가는 수십 번도 더 해야 할 것이다. 기세(氣勢), 국격(國格) 문제다. 이것은 항복하는 모양새나 같다. 군부(軍部)가 충성을 빙자해 들고일어나 지도자를 깔아뭉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명박이가 쌀 10만t으로 잔재주를 부리려고 한 건가?”

김정일이 잇새로 말했고 리영호는 더 오그라들었다.

“개새끼, 한번 혼이 나봐야 알겠구먼.”

이것으로 리영호의 보고는 끝났다. 더는 입을 뗄 여지가 없다.

# 교육감 청문회는 국회에서 법이 통과한 후부터 지역별로 열렸는데, 서울시는 서울시의원들이, 도(道)교육감은 도의원들이 청문회를 주관했다. 물론 후보 추천은 교과부 장관 소관이다. 전북교육감 후보로 제청된 고기문 전북대 교수가 도의원들의 집단 거부로 청문회조차 하지 못한 경우를 빼면 나머지 지역은 순조롭게 교육감이 임명되고 있다.

전북교육감 후보 고기문은 현 민주당원인 전북지사에 대항해 지난 도지사선거 때 여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경력이 있다. 전라도는 야권 지배 지역이다. 따라서 기세 싸움이 됐는데, 교과부 장관은 고기문 추천을 밀어붙였고 전북도의원들은 결사반대로 맞섰다. 도의원 100%가 민주당원인 전북이다.

“죽었다 깨나도 고기문이는 교육감 못 혀.”

도의회 부의장이며 이번 교육감 청문회 심사위원장인 송광수가 호기 있게 말했다. 58세인 송광수는 전주에 기반을 둔 덕진건설 사장으로 전주 토박이다. 전주시내 하수관 뚜껑이 몇 개 있는 것까지 다 안다. 하수도공사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지기미 씨발놈들이 즈그덜 멋대로 데려다 놓으면 우리가 받어준대? 택도 없는 소리다.”

술잔을 든 송광수가 둘러앉은 도의원들을 둘러봤다. 서학동 룸살롱 ‘파리’는 송광수가 자주 다니는 단골술집이다. 손님 접대는 대부분 이곳에서 하는 터라 반반한 아가씨는 다 송광수 손을 거쳤다. 그때 도의원이자 송광수 측근 노릇을 하는 박명호가 말했다.

“위원장님, 교과부에서 조기만을 추천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놈도 고기문이 짝 냅시다.”

박명호가 호기 있게 말하자 몇 명이 소리 내어 웃었다. 다섯 명이 양주를 세 병째 비워가는 터라 술기운이 돌아 있다. 이때는 슬슬 옆에 앉은 아가씨와 진한 수작이 오고 갈 때다. 이곳에서 모두 여러 번 놀아본 인간들이라 마음 놓고 노닥거리는 중이다.

“자, 슬슬 옆집으로 가보셔들.”

술잔을 내려놓은 송광수가 말하자 아가씨들이 먼저 일어섰다. 처음부터 2차를 나가기로 했던 터라 정치 이야기에 진저리를 치고 있던 참이었다.

“내가 계산은 다 혔응께 그런 줄 알고 가셔.”

파트너 허리에 손을 두른 송광수가 먼저 방을 나서면서 호기 있게 말했다. 바로 뒷문 앞쪽의 전용 모텔 ‘국빈장’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밤 11시 반이 돼가고 있었다.

# 그로부터 나흘 후인 6월 12일, 전북교육감 청문회는 심사위원 12명 가운데 7명 찬성으로 교육감 고기문의 추천을 승인했다. 즉시 세우리당 출신인 고기문이 교육감으로 임명됐다. 그때까지 결사반대 방침을 고수하던 심사위원장 송광수를 포함한 청문위원 7명이 승인으로 돌아선 것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당사자인 송광수는 기자들 질문에 “이명박 정권의 독재적 폭거에 끝까지 저항하고 싶었으나 교육행정의 공백으로 학생들이 당할 피해를 우려해 피눈물을 머금고 승인했다”고 장렬한 변(辯)을 남겨 일부 도민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그날 오후, 이명박은 국정원장 장세동과 독대했다. 장세동의 요청으로 마주 앉은 것인데 청와대 비서실장 조순형도 동석했다. 오후 5시 대통령 집무실 안이다. 장세동이 예의 포커페이스로 이명박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대통령님, 전북교육감으로 임명된 고기문이 심사위원을 협박, 매수한 혐의가 있습니다.”

이명박은 눈만 크게 떴고 장세동의 말이 이어졌다.

“나흘 전 밤에 교육감 심사위원장 송광수를 포함한 심사위원 다섯 명이 룸살롱에서 아가씨들을 데리고 나와 2차를 갔습니다. 이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필름으로 고기문이 다섯 명을 협박, 승인을 받아낸 것 같습니다.”

“….”

“도의원 두 명은 각각 6000만 원, 7000만 원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

“송광수와 다른 4명은 협박 외에 회유도 받았습니다. 고기문이 당선되면 각각 1000만 원씩, 송광수는 3000만 원을 주겠다는 구두약속을 받았습니다.”

머리를 든 장세동이 다시 똑바로 이명박을 봤다.

“대통령님, 지시를 내려주시면 따르겠습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겠다는 말이었다.

# 다음 날인 2009년 6월 13일, 전북교육감 고기문이 협박과 뇌물제공 혐의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검찰은 고기문이 청문회 심사위원을 협박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었는데, 7명 가운데 5명은 모텔에서 아가씨와 정사를 벌이는 장면이 찍힌 테이프라고 했다. 신문은 물론 인터넷에서 대소동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거, 개판 5분 전이야.”

투덜거린 홍준표가 머리를 들었다가 옆을 지나는 김무성을 봤다.

“여보시오, 김 총무.”

홍준표가 부르자 김무성이 걸음을 멈췄다. 의사당 2층 계단에는 의원들이 모여 있었다. 6·25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가선 홍준표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눈은 치켜떴다.

“이런 일이 일어날 때까지 우리는 눈 가리고 귀 막고 있었단 말이오? 이거, 당이 추천한 인사가 이렇게 긴급 구속되는 꼴을 우리가 신문 보고 떠들어야 되겠어요? 총무는 알고 계셨습니까?”

“아니, 나도 나중에 들었습니다.”

김무성이 정색하고 말했으므로 홍준표가 혀를 찼다.

“세우리당도 창당 석 달 만에 진이 빠졌구먼. 검찰이 당 소속 교육감을 구속해도 신문을 보고 알다니.”

“대통령님은 알고 계셨다고 합니다.”

불쑥 김무성이 말하는 바람에 홍준표가 바짝 다가섰다. 얼굴이 굳어져 있다.

“대통령이? 그게 무신 말이오?”

“국정원에서 보고받고 검찰에게 잡아넣으라고 시켰다는 거요.”

“….”

“나도 답답해서 조 실장한테 연락했더니 말해줍디다.”

“조 실장? 청와대 비서실장 말이오?”

“그럼 조 실장이 또 있습니까?”

“그 양반이 그렇게 말했단 말이오?”

“아, 그렇다니까요.”

그래 놓고 김무성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서두르듯 말한다.

“홍 최고만 알고 계시오. 이건 극비요.”

# 오늘은 저녁을 김 여사와 먹겠다며 집무실을 나가는 이명박에게 조순형이 말했다.

“김 총무가 답답하다고 전화했기에 내막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명박은 듣기만 했고 조순형이 말을 이었다.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금방 소문이 나겠지요. 국정원에서도 굳이 입 다물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잘하셨습니다.”

걸음을 늦춘 이명박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사고는 변해야 하겠지요.”

“그렇습니다.”

했지만 조순형의 얼굴에도 쓴웃음이 떠올랐다. 이것으로 민주당 소속 도의원 7명도 고기문과 함께 공멸한 것이다. 고기문 혼자서만 처벌받는 경우에도 같은 결과가 될 것인가. 조순형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레임덕은 없다
# 같은 시간 평양 주석궁에서 김정일이 김정은, 매제 장성택과 둘러앉아 있다. 주석궁 집무실 안이다. 김정은은 자연스러운 태도였지만 장성택은 긴장하고 있다. 한때 방탕한 생활로 숙청당하고 다시 평양 권부로 돌아온 후부터는 신중해졌다. 두 번의 행운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김정일이 머리를 돌려 장성택을 봤다.

“이명박이 2차분 계획을 알려주지 않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나?”

“대가를 받고 주겠다는 표시입니다.”

장성택이 바로 대답하더니 말을 잇는다.

“이명박은 작년 7월부터 대결 자세를 갖추고 내부를 정리했습니다. 이젠 자신감을 갖춘 것 같습니다, 지도자 동지.”

“나도 이번에 서울에서 그걸 느꼈다. 여론조사 성적이 좋은 것 같더군.”

“위험합니다, 지도자 동지.”

정색한 장성택이 말하자 김정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한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 것 같으냐?”

이제는 장성택이 눈만 껌벅였고 김정일의 말이 이어졌다.

“성과다. 나머지 4년 동안 만들어낼 성과. 남조선 대통령놈들은 다 그랬다. 그래서 임기 중에 꼭 정상회담에 매달렸고 통일에 대한 환상을 제 인민들한테 심어줬지.”

“….”

“그러고는 떠났다. 엉망이 된 가계부, 지갑을 후임자한테 넘겨주고 말이야.”

“….”

“그런데 이명박이 전임들하고 다를까?”

그렇게 물었던 김정일이 제 말에 제가 대답했다.

“마찬가지다. 돈 욕심을 내다가 나중에는 명예를 쥐고 싶은 것, 그것이 인간 본성이다.”

김정일의 시선이 김정은에게로 옮겨졌다.

“잘 기억해둬라. 아무리 고고한 척하던 놈도 다 허물어진다. 약점 없는 인간은 없는 법이다. 이명박에겐….”

잠시 말을 그쳤던 김정일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래. 그럴듯한 미끼를 보여주기로 하자. 그놈이 덥석 물도록 말이야.”

# 금강산 관광지를 포함한 동해안 전연지대 방어사령관이며 북한군 1군단장인 박격식 대장 명의의 사과문이 전달된 것은 2009년 6월 15일이다. 전혀 예상 밖의 일이어서 한국 언론은 갖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당연한 일인데도 갖가지 추측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비정상, 비상식이 판을 쳤다는 증거가 될 터이다. 북한 측은 당장 내일부터 금강산에서 안전을 위한 협상을 하자고 서둘렀는데 한국 측으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다. 아니, 현대아산과 함께 반기는 분위기라고 해야 맞다.

“잘돼가는 것 같습니다.”

국무회의 결과를 보고하려고 청와대에 온 국무총리 이회창이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안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2차분 쌀 선적 계획을 통보해주려고 합니다.”

이제는 미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원호

레임덕은 없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 전북대를 졸업했다. (주)백양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무역 일을 했고, (주)경세무역을 설립해 직접 경영했다. 1992년 ‘황제의 꿈’과 ‘밤의 대통령’이 100만 부 이상 팔리며 최고의 대중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간결하고 힘 있는 문체, 스케일이 큰 구성, 속도감 넘치는 전개는 그의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다. 기업, 협객, 정치, 역사, 연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지금까지 50여 편의 소설을 냈으며 1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주요 작품으로 ‘할증인간’ ‘바람의 칼’ ‘강한 여자’ ‘보스’ ‘무법자’ ‘프로페셔널’ ‘황제의 꿈’ ‘밤의 대통령’ ‘강안남자’ ‘2014’ 등이 있다.




주간동아 2012.08.06 849호 (p7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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