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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고전이 건강에 답하다

오래 살려거든 여름에 성내지 말라

‘황제내경’의 지혜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오래 살려거든 여름에 성내지 말라

오래 살려거든 여름에 성내지 말라
대지를 태울 듯한 불볕더위와 장마가 번갈아 찾아오는 여름에는 인체 역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변화무쌍한 기온에 적응하느라 인체 면역력이 저하되고 신진대사 능력도 떨어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 사람들은 “입맛이 없다”는 표현으로 신진대사 능력이 떨어진 자신의 상태를 느끼고,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기자는 이런 경우 밤에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고전을 펼쳐든다. 그것도 동양의학의 최고(最古) 경전이라 일컫는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말이다.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은 물론, 여름철 지친 심신을 달래줄 묘안이라도 찾아내면 보너스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황제내경’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황제(黃帝)가 그의 신하이자 명의인 기백(岐伯)과 나눈 의술 토론서라고 하나, 중국 진한(秦漢)시대 이후 황제 이름을 가탁해 저작된 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전체 18권으로 구성된 ‘황제내경’은 전반 9권을 소문(素問), 후반 9권을 영추(靈樞)로 구분하는데, 이 중 ‘소문’은 의학서라기보다 음양오행설을 기저에 깐 동양의 자연관이자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동양의 음양오행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책으로 ‘황제내경-소문’을 꼽는다.

이쯤에서 ‘황제내경-소문’의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을 음미해보자. 특별히 여름철 양생(養生) 비법을 소상히 설명해준다.

“여름철 석 달은 번수(蕃秀·1년을 24절기로 나눌 때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 3개월)라 한다. 하강하는 하늘의 기운과 상승하는 땅의 기운이 활발하게 교류해 만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튼실히 맺으려 한다. 사람도 이러한 변화에 순응해 해가 길어지는 만큼 밤에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조금씩 늦춰가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좋다.



낮 동안 햇볕을 쬐며 활동하는 것을 멈추지 말고, 자칫 마음에 분노와 같은 성냄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만물이 화려하게 꽃 피고 수려하게 자라나는 것처럼 우리 몸 안을 흐르는 기운도 우주의 기운과 잘 소통해서 편안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여름의 기운에 상응해 몸과 마음을 닦아 장수하기를 꾀하는 양장(養長)의 도리다.”

‘황제내경’은 사람이 여름의 기운과 어긋나 성내거나 해서 마음을 상하면, 여름을 상징하는 화(火) 장부에 해당하는 심장과 소장 같은 장기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수면 수련학 전문가이자 인문기학연구소장인 최상용 박사는 마음이 상해 불안하거나 분노하면 오장육부 중에서도 특히 심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또 머리 쪽으로 화기(열기)가 올라가는 상기(上氣)증이 발현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럴 땐 상기된 열을 몸의 끝인 발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한다. 즉 잠자리에 들기 전 발목까지 오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머리 쪽으로 몰린 열기가 하부 쪽으로 내려와 차츰 말초 부위로 유도되고 상기증이 해소되면서 숙면에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여름철이라고 무조건 늦게 자는 것이 좋은 걸까. 당연히 아니다. 여름철 피로 해소와 원기 보충을 위해선 최소한 밤 11시 이전엔 취침하는 것이 좋다. 숙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밤 11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멜라토닌이 왕성하게 발현하는 때가 바로 동양의 12지 시간대로 자시(子時)라는 것이다. 계절로 치면 동지 즈음에 해당하는 이 시각에는 사람은 물론 만물이 잠들어야 한다는 게 동양의 자연관이다. 멜라토닌 분비라는 서구의 과학과 동양의 지혜가 이렇게 또 만나는가 보다.



주간동아 2012.07.30 848호 (p58~58)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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