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8

2012.07.30

흑인 편견, 그게 뭔데?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2-07-30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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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인 편견, 그게 뭔데?
    1962년 미국 동부 볼티모어. 세탁소집 딸 트레이시는 ‘보기엔 뚱뚱해도 마음만은 홀쭉한’ 소녀다. 둥글둥글 푹 퍼진 몸매, 그리고 재클린 케네디를 따라 한껏 부풀린 머리에 촌스러운 리본을 달고 있는 그는 언젠가 TV 프로그램 ‘코니 콜린쇼’에 출연해 ‘킹카’ 링크와 춤출 날만을 꿈꾼다.

    우연한 기회에 TV에 출연하게 된 트레이시는 이전에 흑인 친구들에게 배운 춤으로 한순간에 주목받는 스타로 떠오른다. 그 순간 트레이시는 ‘대형사고’를 친다. 생방송에서 “제 꿈은 매일매일을 흑인의 날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해버린 것. ‘멋진 춤을 잘 추는 흑인 친구들과 함께 TV에 출연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백인 어른들은 이를 기존 규율에 대한 반항으로 받아들인다. 트레이시는 한순간 ‘뚱땡이 사회주의자’로 몰려 결국 감옥에 간다. 하지만 트레이시와 친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 미국에 생방송되는 ‘미스 헤어스프레이 선발대회’에서 ‘유쾌한 반란’을 벌일 계획을 세운다.

    1988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녀’ 트레이시가 세상에 날리는 통쾌한 역습을 담았다. 트레이시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너같이 뚱뚱한 아이는 TV에 나올 수 없어” “흑인은 백인과 함께 춤출 수 없어” “잘생긴 남자는 못생긴 여자와 사귀지 않아” 등 그 시대에는 무척이나 당연시하던 명제들에 그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그리고 온몸으로 ‘불가능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낸다.

    트레이시의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은 부모에게서 나온다. 그가 무슨 일을 하든 열렬히 응원하는 발명가 아빠, 때때로 트레이시를 타박하면서도 끔찍이 예뻐하는 엄마를 보면 트레이시의 자신감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깨달을 수 있는 것. 또한 이 작품은 성공, 규율을 강요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구속이 답답한 10대 간 갈등도 생생히 담았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춘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본다면 생생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잘것없는 소녀가 편견에 맞선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배제하더라도 이 뮤지컬은 화려하고 유쾌한 볼거리가 넘친다. ‘코니 콜린쇼’에 출연한 백인 청소년들의 군무와 끈적끈적한 그들 특유의 흥을 담은 흑인 청소년들의 군무, 그리고 무거운 몸을 이리저리 가볍게 흔들어대는 트레이시의 춤은 보고만 있어도 어깨가 들썩여진다. 1960년대 미국을 주름잡았던 디스코와 스윙, 소울, 컨트리 등 다양한 음악을 듣는 재미도 적지 않다.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세 번째 앙코르 무대인 만큼 연출, 무대, 음향 등 모든 면에서 여유가 넘친다. 배우 중 트레이시의 ‘0.1t 엄마’로 출연한 배우 공형진의 열연이 돋보인다.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특유의 넉살 좋은 즉흥 연기로 공연 분위기를 한껏 띄운다. 트레이시 역을 맡은 오소연, 김민영은 연기, 춤, 노래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 앞으로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8월 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문의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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