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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삼국지 01

호남 찍고 안철수 넘고 누가 먼저 민심 흔드나

문재인-손학규-김두관 후보 본격 레이스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호남 찍고 안철수 넘고 누가 먼저 민심 흔드나

호남 찍고 안철수 넘고 누가 먼저 민심 흔드나
2012 대통령선거(이하 대선)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야권 대선후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야권 대선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여전히 대선 출마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점점 더 정치 쪽에 가까이 다가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치르는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유비나 조조가 빠진 삼국지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당연히 민주당 대선후보와 안 원장의 2단계 단일화를 기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많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광주 민심 잡기 샅바싸움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예외 없이 첫 지방 행선지로 광주를 택했다. 6월 14일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18일 광주를 찾아 “광주 정신을 이어받아 민주정부를 수립하겠다”고 다짐했고, 17일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상임고문도 20일 ‘민심 경청 투어’ 첫 행선지로 광주를 찾았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남을 얻는 후보가 결국 야권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게 호남은 정신적 뿌리이자 핵심 지지기반과도 같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광주의 기적’을 바탕으로 후보 자리를 꿰찼고, 그해 12월 대선에서는 1997년 김대중 후보보다 더 높은 호남 지지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당선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6개월 앞둔 현재까지 호남 민심은 아직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5월 26, 27일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원장은 다자구도에서 호남 유권자로부터 가장 높은 32.6%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지율 19.9%를 기록해 문재인(9.4%), 손학규(6.1%), 김두관(5.2%) 등 민주당 예비후보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 안철수’ 일대일 가상대결 구도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28.4%대 68.2%의 지지율로 안 원장에게 2배 이상 높은 지지를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대 문재인’ 가상대결 구도에서는 38.2%대 53.6%로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로 좁혀졌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올림픽을 관전하는 국민의 관심사는 오로지 우리 대표선수가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거느냐에 쏠리는 것처럼 12월 대선을 지켜보는 여야 지지층은 누가 자신들의 대표선수로 나설지에 관심을 둘 뿐, 동메달을 목에 걸 선수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여권에서는 4·11 총선 승리를 이끈 박 전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결승 진출을 앞뒀고, 야권에서는 과거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몇 차례 박 전 비대위원장을 앞선 적이 있는 안 원장이 박 전 비대위원장과 맞대결을 펼치길 바라는 지지층이 많아 3위권 이하 대선 예비후보에게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윤희웅 KSOI 조사분석실장은 “야권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가 안철수 원장에게 기대감을 갖고 있어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호남에서도 인정받나

1월 초 SBS TV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이후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라선 문재인 상임고문 진영에서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면 ‘대역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캠프의 한 핵심 관계자는 “문 상임고문은 국민에게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각인돼 있어 아직 ‘대통령 문재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통해 문재인의 효용성과 가치, 당선 가능성을 적극 알려나간다면 저변에서부터 민심의 반향이 일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상임고문이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도 ‘정치인 문재인의 독립선언’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친노(친노무현)라는 강력한 조직과 PK(부산·경남) 출신이라는 지역 기반 덕에 아직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지만,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조직력에서 우위에 있는 문 상임고문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위를 한다고 해도 결국 마이너리그 1등에 불과하다. 야권 지지층은 장외에 있는 안철수 원장에게 더 큰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도 “호남에서 인정받아야 야권을 대표할 후보로 발돋움할 수 있는데, 문 상임고문이 안 원장보다 호남에서 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은 한계”라면서 “문 상임고문이 아직 ‘호남이 인정한 영남 후보’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민주당 대의원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6월 13일 민주당 전국 대의원 3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대선 예비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문재인 상임고문은 26.9%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김두관 지사(24.3%), 그 뒤를 손학규 상임고문(23.1%)이 이었다. 그러나 광주·전남 등 호남 대의원 사이에서는 조사 결과가 크게 엇갈렸다. 28.6%가 손 상임고문을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김두관 지사가 22.7% 지지율로 2위를 차지했다. 문 상임고문은 19.3%로 3위에 그쳤다.

전국 대의원 지지율에서 1위를 기록한 문 상임고문이 호남 대의원으로부터 3위의 지지율에 그친 것은 그로서는 아픈 대목이다. 이런 결과는 2002년 대선 당시 ‘노풍’(노무현 바람) 진원지였던 ‘광주 경선의 기적’이 2012년 문 상임고문에게 재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풀이할 수 있다.

치고 나오는 김두관의 힘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율이 4·11 총선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야권에서 상대적으로 새롭게 기대를 모으며 떠오른 대선주자가 김두관 경남도지사다. 문 상임고문조차 “김 지사가 나선다면 가장 벅찬 상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정도다.

‘프레시안’이 민주당 대의원을 상대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 조사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이 김 지사를 첫 번째(30.5%)로 꼽은 것도 눈길을 끈다. 문재인 상임고문(27.9%)과 손학규 상임고문(20.8%)이 그 뒤를 이었다. 김 지사가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대의원들이 김 지사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 호남 대의원들이 ‘지지하는 대선 예비후보’로 문재인 상임고문(19.3%)보다 김 지사(22.7%)를 더 선호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PK 출신으로 범친노에 속한다는 공통점을 갖는 김두관 지사와 문재인 상임고문 가운데 호남 대의원이 김 지사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지사는 이장에서 출발해 군수와 장관, 도지사에 오른 이력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그가 최근 펴낸 책 제목처럼 ‘아래로부터’라는 서민 친화적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시사평론가 이종훈 박사는 “치고 나오는 김두관 지사의 지지율이 단기간에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역량과 능력을 중시하는 보수층에서 장관과 도지사를 지낸 김 지사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인생 역정에 스토리텔링이 풍부하다는 점도 지지율 급상승을 이끌어낼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평했다.

현직 경남도지사 신분이라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지 못하는 김 지사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자치분권연구소를 확대 개편해 사실상 대선 예비캠프로 활용하고 있다. 서울에서 김 지사를 돕는 인사 중에는 호남 출신이 많다. 이는 그동안 김 지사가 공을 들인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한 예로 19대 총선 이후 호남의 한 지역에서 열린 지역행사에 초청받은 김 지사는 3시간 넘게 자동차로 달려와 10분간 축사를 한 뒤 다시 발길을 돌려 경남 창원으로 향한 적이 있었다. 당시 행사를 주관한 인사는 “문재인 상임고문에게도 축사를 부탁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영상 축하메시지도 사절했다. 그런데 김 지사는 그 먼 길을 달려와 축사를 해줬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친화력이 ‘입’이 아닌 ‘발’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실감케 하는 일화다.

그럼에도 김 지사 역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무엇보다 한 자릿수에 머문 저조한 대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김두관 지사가 단기간에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려면 드라마가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지지율을 폭발시킬 모멘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본선에 진출할 후보가 누구냐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현 상황이 후발주자인 김 지사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학규에게 다시 한 번 기회 올까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지사는 지지층이 겹친다. 이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서로 상대방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가 많다. 문 상임고문과 김 지사가 치열하게 맞붙을수록 상대적으로 치고 올라설 수 있는 후보로 수도권 출신의 손학규 상임고문이 꼽힌다.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약점을 보인 곳 역시 수도권이라는 점도 손 상임고문에게는 유리한 요소다.

손학규 캠프의 한 인사는 “‘어게인 노무현’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허점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후보가 손학규”라고 강조했다. 장관, 도지사를 지내 풍부한 행정경험을 지닌 데다 중산층과 중도, 수도권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도 손 상임고문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6월 9일 실시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손 상임고문이 지원한 조정식 후보가 지도부 진입에 실패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당내 지지기반이 견고하지 못해 대선후보 경선 통과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수도권 출신 한 의원은 “당내 조직력에서조차 밀리는 게 확인된 손학규 상임고문이 어떻게 국민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세 후보가 각축전을 벌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막은 올랐다. 이제 관심은 누가 호남에서 지지를 이끌어내 앞으로 더 치고 나가느냐에 모아진다. 호남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는 장외강자 안철수 원장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843호 (p12~1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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