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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미식생활

5℃ 이하 유지해야 입에 착착 붙어

생선회 온도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5℃ 이하 유지해야 입에 착착 붙어

5℃ 이하 유지해야 입에 착착 붙어

요즘 많이 잡히는 자연산 광어다. 따뜻한 바닷물에서 나온 것이라 그 살도 미지근해 활어회로 먹으면 맛이 없다.

한국에서 활어회 신화는 굳건하다. 이 지면을 통해서도 잘못된 활어회 신화에 대해 지적한 바 있지만 호수에 돌 하나 던지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활어회가 왜 맛이 없는지 다시 정리해보자. 아래는 예전 이 칼럼에 썼던 내용이다.

“살아 있는 생선을 잡아 바로 먹으면 그 조직이 질기거나 퍽퍽하다. 차지다는 느낌은 없다. 한국인은 그 질긴 식감을 쫄깃하다고 착각한다. 그 식감 하나로 활어회를 맛있다고 여긴다. 생선은 잡아 살덩이를 발라서 최소한 2시간 이상 냉장 상태에서 숙성해야 차진 식감이 산다. 또 이 숙성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돼 감칠맛을 내게 된다. 큰 광어의 겨우 12시간은 숙성해야 그 진미를 느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이상 숙성해 내야 하는 일도 있다. 차진 부드러움에 감칠맛까지 우러나는 생선회가 선어회다.”

필자가 활어회가 맛없다고 하니 사람들은 바다에서 싱싱한 생선을 바로 잡아서 먹지 못해 하는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활어회라면 필자도 어릴 때부터 물리도록 먹었다. 바닷가 도시에서 나고 자랐기에 걸음마 뗄 때부터 바다가 익숙했다. 선친의 취미가 낚시였고, 필자 또한 낚시를 좋아해 바다에서 온갖 생선을 잡았다. 그 잡은 생선을 즉시 회를 쳐 먹었으나 역시 활어회가 맛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숙성회가 훨씬 맛있다.

활어회는 조직감이 차지다고 하는데, 그건 차진 게 아니라 질기거나 단단한 것이다. 입에서 오돌오돌 씹히는 것을 말한다. 한국인은 유독 턱에 힘을 주고 씹는 것을 즐기니, 그 질기고 단단한 활어회가 맛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생선회를 단지 조직감만으로 즐기겠다면 비싼 광어나 도미를 먹을 필요가 없다. 사철 간재미가 싸니 이 질긴 간재미회만 챙겨 먹어도 그 조직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있다. 조직감이 아주 잘 살아 있을 때 바다에서 막 잡은 것인데도 탄탄하면서 차지기까지 한 생선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조직감은 바닷물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체로 바닷물이 찰 때, 그러니까 겨울과 이른 봄에 낚시로 올린 생선을 바로 회쳤을 때 조직감이 산다. 그러나 이것도 회를 잘 쳐야 한다. 배 위에서 무딘 칼로 생선을 주무르듯 썰면 조직감은 사라진다. 그러나 겨울과 이른 봄 사이 연안엔 생선이 붙지 않는다. 특히 광어나 도미는 따뜻한 바닷물을 좋아해 수온이 웬만큼 올라야 잡힌다.

6월이면 자연산 광어와 도미가 넘친다. 따뜻한 바닷물에서 사는 이 생선은 살도 따뜻하다. 막 잡은 것이라 해도 살을 발라 먹어보면 물렁하다. 이런 생선을 잡아 수족관에 두면 그 살이 더 무른다. 수족관 물 온도도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냉각기를 돌려 온도를 낮추지만 생선이 겨우 살 정도다. 냉각기 돌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여기에 수족관이 바깥에 나와 있어 햇볕이라도 받으면, 따뜻하게 데운 생선회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백 번 양보해 활어회가 조직감 때문에 맛있다 해도, 여름 활어회는 온도 때문에 맛이 떨어진다. 생선회가 가장 맛있고 차진 조직감이 잘 살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탄탄한 조직감을 살리는 온도는 5℃ 이하여야 한다. 그러니 활어라 해도 잡자마자 먹지 말고 적어도 냉장고에 잠시 넣어 냉기를 쏘인 뒤 먹어야 생선회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주간동아 2012.06.11 841호 (p62~62)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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