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41

2012.06.11

“아직도 록 하느냐고요? 기타만 잡으면 여전히 벅차”

첫 정규앨범 낸 인디 기타리스트 도니 킴

  • 구미화 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입력2012-06-11 10: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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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록 하느냐고요? 기타만 잡으면 여전히 벅차”
    “아름다운 기타 선율이 돋보인다. 우리나라 록음악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의 연주에서 느낄 수 있었다. 나, 그리고 우리 모두 주목하자. 그리고 큰 박수를 보내자.”

    록그룹 백두산의 보컬 유현상은 기타리스트 도니 킴(Donny Kim·본명 김동은·33)의 첫 정규앨범을 듣고 이렇게 평가했다. 기타리스트가 낸 앨범이니 연주곡으로만 채웠을 것 같지만 8곡 모두 노랫말이 있어 가수 7명이 객원으로 참여했다. 가수나 밴드가 아닌 기타리스트가 가수를 7명이나 객원으로 영입하면서 자기 이름을 걸고 앨범을 낸 건 매우 이례적이다. 모비딕의 보컬 김명기는 그의 앨범에 대해 “용기와 열정이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어떤 평가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도니 킴은 실력파 인디 기타리스트다. 1999년 홍익대 앞 프리버드를 시작으로 주로 라이브클럽에서 활동해온 그는 2009년 첫 디지털싱글을 낸 데 이어 올해 3월 첫 정규앨범을 냈다. 직접 곡을 만들어 연주한 것은 물론, 녹음실과 CD 제작사, 유통사 선정도 기획사나 매니저의 도움 없이 혼자 했다. 그는 “매번 한계에 부딪혀 수없이 포기하고 싶었다”면서도 “앨범을 제작하는 전 과정에 참여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음반시장이 수년째 불황이고 더구나 록은 팬층이 두껍지 않은데, 힘들여 앨범을 낸 이유는 뭘까.

    기타 솔로는 고도의 테크닉



    “단지 록이라는 이유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많이 봤어요. ‘아직도 록을 하느냐’는 얘기도 숱하게 들었죠. 충분히 매력 있는 음악인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록을 제대로 접해보지 않아서 생긴 선입관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클럽에서 활동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앨범을 내서 더 많은 분에게 록을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앨범에 담은 8곡의 색깔을 소프트록, 바로크록, 블루지 하드록, 팝록, 헤비메탈 등으로 달리한 것도 록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어서다. 7명이나 되는 보컬의 서로 다른 음색이 록의 다양한 색깔을 더욱 부각하는 느낌이다. 그는 “남녀 보컬이 듀엣으로 부른 ‘그대 멀리 있어도’와 ‘Love Song-추억’은 록을 즐겨 듣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의 재수생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노량진’은 이미 재수를 해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6개월 바라만 본 그녀… 안 돼 내 옆으로 다가오면 수업 끝이야… 다가오지 마 공부해야 돼 다가오지 마 장수생 싫어….’

    그가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신경 쓴 또 한 가지는 기타 솔로 연주 부분이다. 그가 기타리스트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록을 다른 음악 장르와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기타 솔로 연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TV 등에서 록 공연실황을 보면 내내 보컬을 비추던 카메라가 기타 솔로 연주 부분에서 관객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며 “사람들이 기타 솔로 연주를 간주라고 부를 때 가장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경호, 박완규, 윤도현 모두 록을 하지만 대중은 그들을 록커보다 노래 잘하는 가수로 먼저 인식하잖아요. 록의 진수는 일렉트릭기타의 강렬함과 고도의 테크닉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만큼, 대중이 기타 연주에 귀 기울이고 기타리스트에게 주목한다면 록의 진정한 매력을 인정할 거라고 봐요.”

    그러고 보니 부활의 김태원, 시나위의 신대철, 백두산의 김도균을 묶어 ‘한국의 3대 기타리스트’라고 부른다. 1980년대 중반 독보적인 기량을 과시한 이들이다. 이후 등장한 기타리스트는 이들의 후광을 넘어서지 못하는 인상이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유튜브를 중심으로 ‘천재 기타리스트’로 불리며 활동한 정성하(17) 군이 기타 하나로 멜로디와 반주, 리듬을 모두 연주하는 핑거스타일로 주목을 끌었다. 그에게 “기타리스트로서 ‘전설’과 ‘신동’ 사이에서 모호한 자리에 있는 ‘낀 세대’ 같다”고 하니 “연결고리로 봐달라”며 웃는다.

    그가 기타리스트로 실력을 쌓은 과정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통기타를 치는 사촌형의 어깨너머로 기타를 처음 배웠다. 일렉트릭기타를 처음 잡은 건 고등학생 때다. 중학생 시절 미스터 빅, 퀸 등의 음악을 즐겨 듣다 고등학생 때 음악잡지 창간호에 부록으로 딸려온 외국 뮤지션의 뮤직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록스타를 꿈꾸기 시작했다. 기타리스트가 기타를 세워 들고 하이플랫을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되고, 페달을 밟을 때 나는 ‘지징’ 하는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어 음악잡지로 독학하고, 대학에서도 음악과 동떨어진 공부를 전공했다.

    임재범·박완규 등과 앨범 만들고파

    “아직도 록 하느냐고요? 기타만 잡으면 여전히 벅차”
    그런데도 기타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드록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싱거운 대답을 내놓았다. 오지 오즈번, B612, 블랙 사바스, 주다스 프리스트, 배드랜드, 스티브 바이 등의 하드록을 좋아했는데, 대부분 테크닉에 집중한 곡이라 고난도의 기타 속주가 많아 엄청난 연습이 필요했다는 것.

    “좋아하는 곡이 생기면 한 부분을 정해 수없이 연습했어요. 오지 오즈번의 ‘미스터 크로울리(Mr. Crowly)’ 같은 곡을 마스터하려고 밥 먹고 기타 치고, 밥 먹고 기타 치고 하면서 며칠을 보내기도 하고, 하루 10시간 이상 기타만 친 적도 있죠. 좋아하니까 했지 누가 하란다고 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내성적이라 다른 데서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내가 무대에만 오르면 펄펄 날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사람들이 관심을 집중할 때 희열을 느꼈다”며 “고등학교 2학년 축제 때 처음 무대에 선 이후 늘 무대에 서는 모습을 그렸고, 지금도 무대에 설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틈틈이 기타 레슨도 한다는 그는 “기타를 처음 잡은 사람도 3개월만 연습하면 ‘원스(Once)’ 정도는 연주할 수 있다”면서 “기타를 배우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권했다. 기타 초보자에겐 오지 오즈번의 ‘크레이지 트레인(Crazy train)’을 연습곡으로 추천했다.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 마스터했을 때 성취감이 큰 곡이라고.

    그에게 10년 후 모습을 예상해보라고 하니 “록의 본고장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당장 미국에 진출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는 없어요. 하지만 그날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분명해요. 앨범을 낸 것도 그 일 가운데 하나죠. 지금은 계속 공부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그는 “록의 본고장에서도 인정하는 록스타가 되는 게 목표지만 그에 앞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다”면서 “머지않아 임재범, 박완규, 김경호 등이 객원 보컬로 참여하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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