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9

2012.05.29

무려 3000여 개… 눈 뜨고 당할라

악덕 대외활동 피하려면 ‘묻지마 지원’금물

  • 신익태 대학문화연구소 소장 research@naeil.com

    입력2012-05-29 1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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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려 3000여 개… 눈 뜨고 당할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외활동 모집 공고.

    대학생 대외활동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해외 봉사 프로그램에 지원한 사람이 1만5000명을 넘었고,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대학생 홍보대사 프로그램은 매회 경쟁률이 40대 1을 넘기 일쑤다. 문화체육관광부나 외교통상부 같은 정부부처 또한 이러한 대외활동 운영 대열에 합류한 지 수년째다. 한마디로 대학생 대외활동의 전성기다.

    왜 대학생들은 대외활동에 목을 매는가. 아마도 캠퍼스에서 얻을 수 없는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고 여러 친구를 사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최 측이 매달 지급하는 활동비와 우수활동 포상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취업이다. 취업경쟁에 내몰린 대학생이 학점, 토익이 아닌 대외활동이라는 차별화된 이력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국내에서 개최하는 공모전과 대외활동은 3000여 개에 이른다. 포화상태에 가깝다. 개중엔 훌륭한 프로그램도 많지만, 대학생 처지를 악용한 못된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모 기관의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은 주최 측 지원이 거의 없고, 오히려 대학생 멘토가 자비를 들여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럼에도 많은 대학생이 지원한 이유는 ‘대학생 멘토’라는 딱지를 얻으려는 차원이었다. 취업을 위한 근사한 커리어를 원하는 대학생으로선 저가 인력을 원하는 기업의 몰염치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것이다. 뭐든 하나만 걸리면 하고 보자는 식으로 무작정 지원하는 대학생들의 ‘묻지마 지원’ 행태는 악덕 대외활동 프로그램이 성행하는 하나의 원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주최 측이 믿을 만한 곳인지를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곳이거나, 주최 측이 스스로를 믿을 만한 곳이라고 떠든다면 한 번쯤 의심해야 한다. 특히 각종 리더십 캠프나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은 부실하게 운영하는 사례가 빈번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전통이 얼마나 오래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대외활동은 믿을 수 있는 기관에서 진행한다고 해도 처음 한두 번은 시행착오가 많은 편이다. 또한 사기성이 짙은 프로그램은 이름을 바꿔가면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1기 행사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3, 4기 이상 진행한 대외활동은 프로그램 운영이나 관리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셋째, 인터넷 등을 통해 전 기수 활동자의 후기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유익한 프로그램일수록 참가자들이 자신의 블로그 등에 상세한 후기를 남긴다. 따라서 조금만 시간을 내 꼼꼼히 살펴본다면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인지 아닌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얼마 전 대학생활을 8년 동안 지속하며 그 시간 대부분을 자원봉사로 보낸 지원자가 삼성 대외협력팀에 입사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대외활동은 자신을 아는 기회가 돼야 하며, 또한 자기 스토리의 첫 줄이 돼야 한다. 많이 도전하되 자기 스토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명심하라.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진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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