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황교익의 미식생활

소비자가 외면 다 이유 있다

오리고기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소비자가 외면 다 이유 있다

소비자가 외면 다 이유 있다

왼쪽이 양념오리고기, 가운데가 훈제오리고기, 오른쪽이 생오리고기다. 고기가 맛이 없으면 어떤 양념과 조리법을 쓰든 맛이 없다.

한때 오리고기 붐이 일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대체품으로 선택받은 것이다. 오리가 닭을 넘어 소와 돼지 대체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요리 방법 덕분이다. 오리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처럼 살을 발라 불판에 구울 수 있다. 오리는 살코기와 기름이 한 쌍으로 조합돼 있어 돼지고기와 비슷해 보인다. 여기에 오리가 건강에 좋다는 말까지 번졌다. 오리고기 붐은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2012년 현재 오리고기는 늪에 빠졌다. 생산은 늘었으나 수요는 오히려 줄어 폭락을 거듭한다. 2010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이후 오리 가격이 순간적으로 폭등했다. 이때 사육 규모를 집중적으로 늘린 것이 공급 과잉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재고 물량도 상당해 당분간 가격이 회복될 전망이 없다고 본다. 오리고기 수요를 늘리는 것이 대책 가운데 하나일 텐데, 이는 오리고기 하나만 보고 따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오리고기 대체품인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요즘 상황을 보면, 오리고기 가격이 그렇게 내렸는데도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오리고기에 소비자의 불만이 있다는 이야기다.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놓자면, 오리 사육 규모가 줄고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뛰어도 오리고기 수요는 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리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맛이다. 소비자가 맛있는 오리고기를 만나기 어렵다. 느끼한 기름내에 누린내까지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오리고기가 원래 그런 맛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가끔씩 맛있는 오리고기를 먹을 때도 있다.

오리는 한때 살을 발라 숯불에 굽는 생고기 구이가 강세였다. 오리에 기름이 많다 보니 오리구이 집에는 기름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처음엔 오리구이는 원래 그런가 하고 먹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리고기를 그렇게 먹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생고기를 직화로 굽는 것은 오리고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훈제오리다. 오리고기를 훈연으로 미리 익히고, 이를 다시 불판에 구워 먹는 방법이다. 오리고기는 훈제하면 수분도 빠지지만 기름 역시 왕창 빠져 기름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러니 구워도 기름 타는 묘한 냄새는 안 맡아도 된다. 기름도 빼주니 건강에도 좋을 수 있다. 훈제는 오리고기 유통기간을 늘려주는 데도 큰 구실을 했다. 무엇보다도 훈제오리는 가정에서도 오리고기를 쉽게 먹을 수 있게 해줬다. 팩에 포장된 슬라이스 훈제오리를 구입한 뒤 프라이팬에 올리기만 하면 되니 이 얼마나 간편한 일인가.

훈제오리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오리고기에 맛을 첨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훈연향은 오리고기 잡냄새를 완벽에 가깝게 잡아낸다. 훈연향을 강하게 하면 오리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다. 그러니까 훈제는 맛없는 오리를 먹을 만한 오리로 만들 수도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 방법을 놓칠 리 없다. 훈제오리는 순식간에 시장을 점령했다. 인터넷 쇼핑몰과 케이블 홈쇼핑에서 훈제오리는 대박 상품으로 팔렸다. 한때 물량이 없어 못 판다는 말도 들렸다. 그런데 요즘은 오리고기 공급량이 넘치면서 훈제오리는 덤핑 가격에 팔린다.



이렇게 오리고기가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장사하는 사람들이 소비자에게 맛없는 훈제오리를 너무 많이 먹인 결과로 읽어야 한다. 아무리 강한 훈연향으로 처리한다 해도 오리고기 자체의 맛은 무의식중에 알아차리게 돼 있다. 이런 경험을 두어 번 반복하면 소비자들은 본능적으로 훈제오리를 거부하게 된다.

오리고기 맛은 사육 방법이 결정한다. 오리고기가 맛이 없는 원인에 대해서는 오리고기 생산자들이 더 잘 알 것이므로 여기서는 말하지도 않겠다. 소비자 마음을 되돌리는 일도 그들의 몫이다.



주간동아 837호 (p57~57)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blog.naver.com/foodi2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